02-마음이 머무는 곳에 내가 있다
마음이 머무는 곳에 내가 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의 마음은 어디에 머무는 걸까.
시간이 오래 지나도 잊히지 않는 풍경,
마음이 저절로 향하는 이름 하나.
그런 것들 앞에 서면
나는 아직도 그때의 나로 서 있는 듯하다.
어린 시절, 유난히 조용했던 골목길이 있다.
바람이 부는 날이면 담장 너머로 고양이 한 마리가 넘어오곤 했고,
할머니는 느릿한 걸음으로 마당을 쓸며 “참 좋은 날씨다” 하고 말했다.
그 기억은 마치 사진처럼 내 안에 남아 있다.
누군가는 사라진 일상이라 말하겠지만
내 마음은 그곳에 머무르며 오늘을 견딘다.
살다 보면 현실은 마음보다 빠르게 흘러간다.
사람들은 앞만 보고 달리고,
마음은 어느 틈에 놓쳐버린 감정을 뒤늦게 붙잡는다.
그래서인지
지나간 순간들 속에, 그때의 말과 표정 속에,
마음은 자꾸만 다시 돌아간다.
나는 요즘 자주 멈춘다.
조금은 뒤처지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하며
내 마음이 머무는 곳을 향해 걸음을 늦춘다.
그곳엔 내가 잊지 않으려 했던 소중한 감정들이 있다.
따뜻했던 말, 놓치고 싶지 않았던 눈빛,
그리고 나답게 웃을 수 있었던 순간들.
마음이 머무는 곳,
그곳엔 언제나 나다운 내가 있다.
그게 아마 내가 살아가는 이유인 것 같다.
매일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도,
내 마음이 고요히 머무는 장소를
잊지 않고 살아가는 일.
그것이 곧 나를 지키는 일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