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산문시, 수필,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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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그런 상상을 해본다.
만약 사람들이 웃지 않는다면,
이 세상은 어떤 풍경을 하고 있을까.
유치원 놀이터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사라지고,
버스 안에선 아무도 서로 눈을 마주치지 않으며,
카페 한구석, 웃으며 손짓하던 연인의 입가에도
그 작은 곡선이 머무르지 않는다면.
그건
소리 없는 침묵이 아니라
온기를 잃어버린 세상의 그림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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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이 없는 거리에서는
말 대신 눈길이 흘러가고
눈길 대신 고개가 돌아서고
고개 대신 침묵만이 계절을 넘긴다.
그럴 때 사람은
더 이상 사람 같지 않다.
기계처럼 움직이고
의무처럼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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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은, 그런 생각이 드는 거야.
사람들이 웃지 않는 게
그저 피곤해서가 아니라
웃을 이유를 잃어버려서라면 어쩌지?
우리는 얼마나 자주
웃음을 미뤘을까.
괜찮은 척하느라,
바쁜 척하느라,
아픈 마음을 억지로 누르느라.
웃음은 기쁨의 증표가 아니라
살아 있다는 신호일지도 몰라.
소리 없는 마음의 숨결 같은 것.
잠시 멈췄다 다시 웃는 그 순간,
우리는 다시 사람으로 돌아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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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나는 믿는다.
웃지 않아도 되는 날에도
누군가의 미소를 보면
괜히 따라 웃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
그건 아주 오래된,
사람 사이에만 흐르는
다정한 본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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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너에게 말하고 싶다.
지금 웃고 있지 않아도 괜찮다고.
그저 내일쯤,
너를 조금 가볍게 만드는 웃음 하나
어디선가 불쑥 찾아오기를 바란다고.
그 웃음이
아무 의미 없는 농담에서 터졌든,
그리운 얼굴을 떠올리다 나온 것이든,
그 무엇이든 괜찮다고.
왜냐하면,
사람은 웃을 때 가장 사람다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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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웃음이 없다면
햇살도, 바람도,
제 역할을 잃는다.
소리 없는 나날 속에서도
피식 한 번 웃을 수 있다면
그건 이미
살아 있는 마음의 증거.
그래서 오늘도,
나는 나에게 묻는다.
“너는 오늘, 웃었니?”
그 대답 하나면
나는 충분히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