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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무엇보다, 나의 따스함으로 색칠하기

색칠. 따슷함

by 김기수


세상 무엇보다, 나의 따스함으로 색칠하기


어느 날, 문득 생각했다.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눈은 어떤 색으로 물들어 있을까?

밝은 햇살 아래서 빛나는 색일까, 아니면 잔잔한 빗물에 젖은 색일까.

손끝에 묻은 물감을 보며, 나 자신을 위한 선물을 그려보기로 했다.



색을 채운다는 것


어릴 적 나는 흰 종이를 펼쳐 놓고 크레파스를 쥐었다.

손끝에서 번져 나가는 색들이 신기했다.

붉은색은 따뜻했고, 푸른색은 시원했으며, 노란색은 밝고 경쾌했다.

세상은 그렇게 많은 색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나는 그 색을 섞으며 나만의 세계를 만들었다.


붓끝에 맺힌 붉은 온기

캔버스 위로 스미면

그곳이 나의 계절이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색을 고르는 것이 점점 어려워졌다.

세상의 틀에 맞춰 살아가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었을까.

조심스럽게 선을 따라 색칠하기만 하던 어느 날, 한 아이가 자유롭게 색을 칠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 아이는 하늘을 초록색으로, 바다를 분홍색으로 색칠하고 있었다.

틀에 얽매이지 않는 그 손길이 부러웠다.


그때 알았다.

세상은 우리가 정해둔 틀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색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붓을 들다


그 후로 나는 나의 붓을 다시 들었다.

가장 먼저 따뜻한 색을 골랐다.

그 색은 바로, 나 자신을 감싸줄 수 있는 색이었다.


내가 지친 날에는 포근한 베이지색을,

새로운 시작을 꿈꾸는 날에는 생기 넘치는 초록을.

사랑이 필요한 날에는 진한 빨강을,

차분한 위로가 필요한 날에는 깊은 남색을 골랐다.


오늘은 어떤 색으로 나를 감쌀까

노을빛 주황으로 어제를 덮고

새벽빛 하늘색으로 내일을 맞이하리.


누군가는 나의 색이 너무 강렬하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또 누군가는 너무 흐릿하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남들의 눈이 아니라,

내가 나를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것이다.



나 자신에게 주는 선물


나는 오늘 나에게 선물을 주기로 했다.

값비싼 물건도, 화려한 장식도 아니다.

바로 나만의 색으로 채워진 하루를 선물하는 것이다.


조용한 카페 한쪽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을 바라본다.

그리고 붓을 들어 하얀 종이에 물감을 뿌린다.

내 기분에 따라 붓질이 다르게 흐르고, 색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그렇게 채워진 그림을 바라보며 속삭인다.


세상 무엇보다, 나의 따스함으로 색칠하자.


그리고 오늘을 기억하기로 한다.

내가 선택한 색으로 물들어가는 하루를.

내가 그린 그림처럼, 내 삶도 내가 원하는 색으로 채워갈 수 있음을.


붓을 내려놓고, 깊은 숨을 들이쉰다.

그리고 미소 짓는다.


세상은 여전히 아름답고,

나는 오늘도 나만의 색을 찾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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