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가장 깊은 색

by 김기수
가을빛으로 물든 낙엽 여섯 장이 정갈하게 놓여, 계절의 깊이를 시각적으로 전합니다. 시간의 흐름과 자연의 순환 속에서 완숙해진 아름다움을 상징합니다.

존재의 가장 깊은 색

: 예찬


– 완성된 계절에게 바치는 노래


젊은 날의 우리는 늘 앞만 봅니다.

세상의 모든 가능성이 손끝에 닿을 듯 가까이 있고,

그것을 놓치지 않기 위해 더 빠르게, 더 멀리 달려갑니다.

그런데 어느 날, 우리는 문득

한 자리에 천천히 머물러 있는 사람들을 보게 됩니다.

눈빛이 깊고, 손이 굽고, 말수가 적지만

그 존재만으로도 공간이 차분해지고

시간이 느리게 흐르기 시작합니다.


그들이 바로 ‘노인’입니다.


어릴 적엔 몰랐습니다.

왜 그토록 천천히 걷는지,

왜 그토록 자주 과거를 이야기하는지.

하지만 살아보니 알게 됩니다.

그 걸음은 수많은 이별을 지나온 조심스러움이고,

그 말들은 쌓인 시간 위에 핀 지혜의 말들이었습니다.


젊음이 세상을 배우는 시기라면

노년은 세상과 화해하는 시기입니다.

더 이상 이겨야 할 것도, 증명해야 할 것도 없습니다.

대신 바라볼 줄 알고, 기다릴 줄 알고,

무엇보다도 침묵으로 전할 줄 압니다.


그들의 손은 주름졌지만

그 손이 품은 온기는 여전히 따뜻합니다.

그들의 눈가는 깊게 패였지만

그 눈이 바라보는 세상은 여전히 다정합니다.


세상이 빠르게 변할수록

우리는 더 자주 ‘젊음’을 칭송합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 절실해지는 것은

잊히지 않은 존재로서의 노년입니다.


노인은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현재를 묵묵히 떠받치는 기둥이고,

미래를 위한 조용한 나침반입니다.

젊은이의 열정이 불꽃이라면

노인의 지혜는 불을 오래 지피는 숯입니다.

눈에 띄지 않지만, 없어서는 안 될 존재.


그들은 질문을 던지기보다

들어주는 법을 알고,

무엇을 해야 할지보다

무엇을 하지 않아야 할지를 압니다.

그래서 더 깊고, 그래서 더 단단합니다.


누군가의 삶을 바꾼 한마디는

젊은 이의 열정적인 외침보다

노인의 조용한 한숨에서 시작되기도 합니다.

그 한숨에는

사랑도, 상처도, 용서도, 후회도

모두 담겨 있으니까요.


이제 우리는 말해야 합니다.

늙는 것이 지는 것이 아님을.

노인이 되는 것이 퇴보가 아님을.

그것은 오히려

가장 완성된 ‘나’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임을.


그러니 노인은, 단순히 나이 든 존재가 아니라

시간 위에 세운 인간의 고요한 예술품입니다.



마무리의 문장 10줄


노인은 과거가 아닙니다.

그들은 우리가 아직 도달하지 못한 내일입니다.

우리가 흠모해야 할 존재는

시간을 품은 사람들입니다.

주름진 손에서 온기를 배우고,

느린 걸음에서 여유를 배우고,

조용한 말에서 지혜를 배웁니다.

노인의 예찬은 인생의 예찬입니다.

완성된 계절을 바라보는 존경입니다.

그리고, 언젠가 우리 모두가 닿게 될 하나의 진실입니다.


“솔로몬 왕이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백발​은 … 아름다운 면류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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