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한다는 것은, 마음이 조용히 문을 열어두는 일

by 김기수

기대한다는 것은, 마음이 조용히 문을 열어두는 일


기대한다는 것은, 마음을 조금 열어두는 일이다.

그 문은 활짝 열리지 않는다. 아주 살짝, 바람 한 줄기 스며들 정도로만 열려 있다.

혹시 누군가가 들어와 줄까, 나의 신호를 눈치채 줄까.

그런 바람으로, 우리는 사람들에게 기대를 건다.


기대는 말보다 조용하다.

입으로는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한참을 바라게 된다.

‘혹시 오늘은 먼저 연락이 올까?’

‘이번엔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줄까?’

‘아무 말 안 해도, 그냥 옆에 있어줄까?’

이처럼 기대는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마음속에서는 누구보다 간절한 소망이다.


그런데 기대란 참 애매한 마음이다.

기대는 사랑이 될 수도 있고, 실망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가 보내는 마음이 그대로 돌아올 수도 있지만,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점점 기대하지 않으려 한다.

‘기대는 실망을 낳는다’는 말을 너무 자주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기대하지 않으면 덜 상처받을까?

기대하지 않으면 더 단단해질까?


때로는 아니다.

기대조차 하지 않는 마음은, 애초에 누군가를 믿지 않는 마음이기도 하다.

우리가 진짜 원하는 건, 믿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진심을 걸어보고 싶은 것이다.

기대한다는 건, 그 사람을 믿겠다는 작은 선언이다.

언제나 잘해줄 것이라기보다, 적어도 나를 외면하지 않을 사람이라는 신뢰.

그 신뢰가 바로, 기대의 또 다른 이름이다.


기대는 그래서 위험하고, 동시에 따뜻하다.

그 위험을 감수하고도 마음을 내어주는 사람은, 사랑을 아는 사람이다.

자신이 다치더라도 누군가에게 다가가는 그 용기는, 우리가 사람 사이에서 살아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대는 감정의 투자인 동시에, 관계의 시작이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기대며 살아간다.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바라는 그 마음이, 때론 삶을 붙잡아준다.

기대가 무너졌을 때의 아픔을 알고 있으면서도, 다시 누군가에게 마음을 건네는 이유는 단 하나다.

사람은 사람으로 인해 다시 일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 기대는 믿음의 다른 이름


기대한다는 것은 단순한 바람이 아니다.

그건 그 사람에 대한 믿음이다.

아직 다가오지 않은 말, 도착하지 않은 행동,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다려보는 일.


기대는 조용한 사랑이며, 담담한 용기이다.

그리고 어떤 기대는, 돌아오지 않아도 의미가 있다.

내가 누군가를 믿어보았다는 그 마음만으로도,

우리는 조금 더 사람다워지고, 조금 더 따뜻해진다.


기대하는 마음.

그건 결코 약한 게 아니다.

그건 누군가를 진심으로 바라보는, 가장 인간적인 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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