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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환 Sep 30. 2023

롤렉스에게

한 번쯤 들어봤을 그 이름 롤렉스Rolex.

#롤렉스 가 훌륭한 시계라는 데엔 이견이 없을 거다. 품질 좋고, 미세한 마감까지 신경쓴 게 돋보이는데, 루뻬loupe나 접사 렌즈를 통해 시계를 들여다보면 그 장점이 확실히 부각된다.


경쟁자 #오메가 와 굳이 비교하자면 컬렉션 전개가 깔끔해서 좋다. 오메가는 각종 한정판을 비롯해 이벤트성 시계를 종종 내보이고, 다양한 시계들이 난무해 있다. 컬렉션별로 깔끔하게 파악하기가 어려울 정도. 스와치그룹이라는 거대 자본의 실세 포지션이라 그런가 스페셜 컬렉션으로 한몫 챙기려는 의도 역시 다분하다.


모기업 따위 없는 롤렉스는 오메가에 비해 되려 진득하게 본 컬렉션에만 집중한다. 판매량이 뒤받쳐주니 그 명성을 굳이 쪼개 쓸 필요도 없다. 타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은 물론 한정판 역시 좀처럼 내놓지 않는다.


시계 브랜드들은 ‘헤리티지’에 집중하는데, 롤렉스도 마찬가지. 시간을 정확히 나타내는 게 시계의 본질 아닌가 하고 보면 머릿속에 절로 물음표가 그려질 거다. 1970년대 개발된 쿼츠 시계의 정확성을 기계식 시계가 절대 따라갈 수 없는데, 이 물리적 한계가 바로 시계 브랜드들이 헤리티지에 집중하는 이유.

그래서일까 점점 기계식 시계는 정확성보단 역사와 크래프츠맨십을 내세워 우리 곁에 머물러 왔고, 실용보단 기호에 가까워졌다. 기성품보단 어퍼 클래스를 바라본 것 역시 자연스러운 수순.


롤렉스의 컬렉션 역시 헤리티지를 뒤집어 쓴 기호품이 되었다. 텀험가를 위한 #익스플로러. 코즈모폴리턴을 위한 #GMT마스터II. 모터스포츠를 위한 #데이토나. 다이버를 위한 #서브마리너 와 #씨드웰러. 항공기 조종사를 위한 #스카이드웰러 와 레카타 스포츠를 위한 #요트마스터II 까지.

웨어러블 하나면 모두 커버할 수 있는 영역이지만 기호품이란 특성을 끄잡아내 값비싼 가격표를 달고도 엄청난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스위스 시계 부동의 매출 1위니 말 다했다.


그러나 롤렉스가 소비자, 시계 애호가를 대하는 방식엔 분명 문제가 있다.


롤렉스의 역사를 훓어보면 귀금속과는 거리가 멀다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롤렉스는 툴 워치다. 기능을 위해 존재하는 도구라고. 역사부터 홈페이지까지 툴 워치임을 내세워 왔고, 내세우고 있다. 주얼러였던 역사는 없고, 비슷한 류의 마케팅 역시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소비자를 다루는 방식은 이들이 부르짖는 ‘헤리티지’와 썩 거리가 멀다. 시계 매장인데, 시계가 없다. 매장 직원들은 우두커니 서있으면서 순서 때문에 매장에 입장할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한다. 일상적인 문전박대 속 마치 정을 떼려고 애쓰는 것 같다.


전 세계를 망라한 폭발적인 인기와 매출액은 달콤할 테지만, 시계 애호가와 대중을 구분할 줄은 알아야 할 거다. 당신이 주장하는 ‘헤리티지’에 주목할 줄 아는 게 전자다. 그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이들에게 어떻게 대하는 게 옳은 방향일까 한 번 생각해보길. 프리미엄이 몇백몇천씩 붙는 귀금속 대접을 받을 거면 마리아나 해구엔 왜 들어가고, 데이토나 레이스와 US 오픈은 왜 후원하는가.


만들어낸 희소성과 롤렉스란 네임벨류에 언제까지 줄을 세울 수 있을 것 같나. 매장마다 만연한 언어도단 속에서 언제까지 지금의 자리를 지킬 수 있을 것 걑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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