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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환 Feb 19. 2024

서울 속 ‘꽃담황토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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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페형 순수 전기 세단이 택시 모자를 얹은 채 도로를 누비는 모습은 ‘택시’라는 탈 것에 대한 이해 부족과 저조한 판매 실적을 덮어채우려는 알량함에 기인한다.

뒤통수를 바짝 깍아낸 세단을 택시로 쓰는 것만큼 무책임한 건 드문드문 보이는 황토색이다.


런던을 상징하는 블랙 캡 택시는 승하차 시 승객의 편리함은 몰론, 통일된 감성으로 도시의 고풍스러움을 한껏 끌어올린다. 런던만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일등공신.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까지 탑재했는데, 역시 환경 보호에 열심인 유러피언답다.


‘꽃담황토색’ 택시는 절대 런던이나 뉴욕의 택시와 비견할 수 없다. 이름에서부터 탁상공론 냄새가 짙게 풍기는데, 이 독특한 색으로 서울을 꾸미는 데엔 상당한 무리가 따른다.

긴 역사를 간직한 서울은 고즈넉한 동시에 가장 ’21세기다운‘ 도시이기도 하다. 한양 때의 매력을 곧이 간직한 광화문과 종로. 집약 성장을 대변하는 한강 이북의 구건물들. 철저한 설계로 구획화된 강남까지. 다채로운 매력이 숨쉬는 도시 속 꽃담황토색 택시는 전혀 서울스럽지 않다고.


서울의 모든 법인 택시는 출고할 때 ‘꽃담황토색’을 의무로 택해야 했다. 뉴욕의 옐로 캡을 벤치마킹 한 것일까. 톡톡 튀는 색에 절대적인 기호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개인 택시까지 강제할 순 없는 일이었고, 도색 문제로 인한 출고 지연 이슈 등으로 이 정책은 결국 2021년부로 해제되었다. 반짝 시행하고 사라진 결과 도로 위에는 애매함만 남게 되었다.


택시 외장보다도 신경써야 할 부분은 드라이버의 태도다. 유니폼은 고사하고 기본이라도 해야지. 이따금씩 내뱉는 욕설은 그날 하루 기분을 망치기에 충분할 정도다. 단체로 배워오는 듯한 위협 운전은 덤이고.

디자인보다, 요금 인상보다, 노사 갈등보다 선행되어야 할 건 인식 개선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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