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 위 유치원

첫발걸음을 내 딛으며

by 장은경

학교 수업을 마치고 실습을 나갔던 유치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정식으로 함께 일해보자는 제안도 들어왔다.


그곳에는 네 분의 선배 선생님들이 계셨고,

반은 세 살부터 일곱 살까지 다양했다.

마침 선생님 한 분이 결혼을 앞두고 자리를 비우게 되어,

2월 졸업식이 끝나면 새로운 교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분은 스물여덟 살, 7년 동안 그 유치원에서 근무한 베테랑 선생님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곳의 모든 교사들은 내 학교의 선배들이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실습생으로 들어온 나는,

이제 막 새로운 세상에 발을 들여놓은 셈이었다.


유치원은 자취방에서 차로 15분 거리였다.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어 유치원에서 나오면

목포 시내가 살짝 내려다보였다.


뒤쪽은 산을 깎아 지은 터라 비가 오면 습기가 차곤 했고,
점심시간이면 조리실에서 피어오르는 수증기로 공기가 눅눅해졌다.
그럼에도 날마다 새롭게 바뀌는 영양만점의 음식 덕분에
기분은 늘 좋았다.


선생님들은 모두 친절했고,

나는 이곳이 좋았다.


아직 졸업 전이었지만 나는 한 달 먼저 출근을 시작했다.

정식으로 맡은 반은 없었지만 아이들과 지내는 시간은 즐거웠다.
작고 여린 아이들도 사랑스러웠지만
말이 통하는 여섯, 일곱 살 아이들이 특히 정이 갔다.
아마 실습 때 맡았던 반이 그 나이였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새 학기가 시작되자 유치원은 분주해졌다.

아이들은 낯선 교실에 적응하느라
하루에도 수십 번 울고 웃기를 반복했다.

한 아이가 울기 시작하면
이유도 모른 채 옆에 있던 아이까지 따라 울었다.
‘따라쟁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말이 서툰 아이들과의 의사소통은 쉽지 않았지만

나는 아이들 사이를 오가며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 시간 속에서 나 역시

조금씩 교사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유치원 안에 묘한 분위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선생님들의 표정에는 긴장과 불만이 섞여 있었고

복도 끝에서는 선생님들이 삼삼오오 모여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그 무렵, 유치원 교사들의 처우에 대한 불만이 번지고 있었다.

한 달 월급은 고작 22만 원.

밤늦게까지 아이들을 돌보고 청소까지 해도

초과근무 수당은 없었다.

방학이라고 해봐야 정해진 휴가 며칠이 전부였다

그런 현실 속에서 ‘교사 노조’의 목소리가 전국적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대학 다닐때도 대모 한번 하지 않은 나는

처음 보는 광경에 놀랐고,

한편으로는 사회의 또 다른 면을 마주한 듯 묘한 감정이 들었다.


막 사회에 발을 디딘 신참으로서,

그 분위기 속에 나는 자연스레 스며들어야 했다.

선배 선생님들의 굳은 표정을 바라보며

“선생님, 무슨 일 있어요?”

“쉿, 나중에 얘기해줄게.”
선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지금은 조용히 지켜보는 게 좋아.”


나는 잠시 복도에 서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직은 내가 들어갈 수 없는 세계가 그 안에 있었다.

하지만 두려움보다는
기대와 호기심이 더 크게 남아 있었다.


이제 막 사회와 마주한 나의 첫걸음,

앞으로의 삶이 어디로 흘러갈지 모른다는

불안과 설렘이 나를 잠잠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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