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과 셀렘의 시작
여느 때와 같이 유치원 불빛은 늦게까지 꺼지지 않았다.
아직 서류상 선생님이 아닌 나는,
선배들의 말처럼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회의실 안에서는 긴장된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우리도 바뀌어야 해요. 언제까지 이렇게 버틸 수만은 없잖아요.”
“현실을 좀 봐주세요. 교사들이 지쳐가고 있어요.”
회의실 안에서는 단단히 마음을 먹은 선배들의 목소리가
조심스럽지만 단호하게 울려 퍼졌다.
원장님은 팔짱을 끼고 앉아, 가끔 길게 한숨을 내쉬며 조용히 듣고 있었다.
아이들과 웃고 뛰놀던 교실과는 전혀 다른 세계였다.
나는 가슴 한쪽이 이상하게 두근거렸다.
‘아… 내가 지금 진짜 사회 속으로 들어왔구나.’
교실 밖의 세계가 가진 무게를 처음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그 무렵, 전국 곳곳의 유치원에서 교사와 원장 간의 갈등이 점점 깊어지고 있었다.
회의와 대화로 시작된 의견 충돌은 몇 달 만에 팽팽한 대립으로 번져갔고,
일부 유치원에서는 교사들이 단체 사직서를 내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우리 유치원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동안 묵묵히 버티던 선배 한 분이 결국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분위기는 한순간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때서야 나는 깨달았다.
교사 한 사람 한 사람이 이 유치원을 지탱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한 사람이 빠지면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무게를 이제 내가 짊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 현실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때 원장님이 나를 불러 말씀하셨다.
“앞으로는 장 선생님이 주임을 맡는 걸로 할게요
그래도 아이들이 졸업을 마치고 신학기가 시작되기 전이니 다행이네요
되도록이면 빨리 세분의 선생님 좀 알아봐 주세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실습생이던 내가,
신입임에도 불구하고 주임이라는 중책을 맡게 된 것이다.
설렘과 두려움, 책임감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버스 창가에 비친 내 얼굴이 낯설게 느껴졌다.
‘내가 주임이라니… 정말 괜찮을까?’
아이들의 작은 손을 잡고 뛰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그때의 나는 단순히 실습생이었지만, 이제는 여러 결정을 내려야 하는 주임이다.
집에 도착해 책상에 앉아 계획을 정리하려 했지만,
손은 떨리고 마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몇 줄 적다 멈추고 창밖 어둑한 거리를 바라보았다.
두려움은 컸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작은 열기가 피어올랐다.
‘이 역할을 맡긴 건… 나를 믿는다는 뜻이겠지.’
그날 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조용히 결심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세 분의 선생님을 구하는 일이었다.
구인부터 시작했다.
함께 실습했던 친구들에게 연락을 하며, 하나씩 발을 맞춰 나가기 시작했다.
책임감 속에서도 마음 한편에는 작은 설렘이 있었다.
그 설렘이 나를 앞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게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