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묵사건 1

그날 사건 이후

by 장은경

선배들은 거듭 신중하라고 당부했다.

“괜히 나섰다가 말려들지 마. 아직 너는 신입이잖아.”

교사와 원장 사이의 갈등이 깊어졌고 선배들은 모두 유치원을 떠났다.

함께 실습을 했던 은미와 진경 그리고 나.

졸업 후 우리는 자연스럽게 같은 유치원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낯선 사회 초년생의 하루 속에서 서로는 작은 힘이었고,

든든한 동료였다.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우리도 조금씩 자리를 잡아갔고,

교실은 노랫소리와 그림책 읽는 소리,

퍼즐 맞추는 소리와, 블록 쌓는 소리,

가끔 병아리반의 울음소리와 아이들의 웃음으로 뒤섞여 있었다.


그때만 해도 오늘의 일을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오후였다.
우리 유치원은 산을 깎아 만든 곳이라 비가 오면 유난히 미끄러웠다.
특히 점심시간이 되면 더더욱 그랬다.

그래서 우리는 아이들이 식당 쪽으로 가지 못하게 했고,

식당 문은 늘 잠가 두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오자

식당에서 구수한 어묵국 냄새가 복도를 채웠다.

“선생님, 냄새 좋아요!”

토끼반 아이 유리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은미쌤은 아이들을 화장실로 데려가며 말했다.

“자 친구들 이제 손 씻고 오세요. 다녀와서 밥 먹읍시다.”

아이들은 줄을 지어 화장실을 갔고

한 명씩 교실로 돌아가는 사이 전화벨 소리를 들은 은미 쌤은

사무실에 아무도 없음을 알고 전화를 받으러 갔다.


그 순간이었다.

유리는 어묵 냄새를 따라 식당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점심을 준비하려고 문을 연 사이,
유리는 그 틈으로 식당 안에 들어서고 말았다.

"음 맛있는 냄새. 이모, 저 빨리 먹고 싶어요"

" 어, 여기 들어오면 안 되는데!"

“꺄악!” 그 순간 식당에서 날카로운 비명이 터졌다.

미끄러운 바닥에서 중심을 잃은 유리가 넘어지며,

아이들 식사를 위해 떠놓은 뜨거운 어묵국물에 어깨를 넣어 버린 것이었다.


식당 안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어머, 어떡해! 어떡해!”

요리사들이 놀라 유리를 붙잡아 급히 찬물로 화상 부위를 식혔다.

그 과정에서 재킷을 벗겨냈고,

유리는 울음을 터뜨렸다.


그때였다.

“선생님! 유리가 식당에 들어갔어요!”
“선생님! 유리가 울어요!”

화장실에서 돌아오던 아이들이 사무실로 뛰어들며 소리쳤다.

은미 쌤은 무슨 일인지 직감한 듯 곧장 식당으로 달려갔다.

식당 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있는 유리를 보는 순간,
은미 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유리야, 괜찮아? 괜찮아…”

은미 쌤은 유리를 업고 거의 달리다시피 병원으로 향했다.

나는 진경쌤께 아이들을 맡기고 그 뒤를 따랐다.

“괜찮아, 유리야. 조금만 참아.”

유리는 얼마나 울었는지 머리카락이 얼굴에 들러붙었고

은미쌤는 땀이 범벅이 되어 뛰었다.


병원은 가까이에 있었다.

하지만 그날의 10분은 끝이 보이지 않은 터널 같았다.
‘왜 문을 더 단단히 잠그지 않았을까.’

'왜 하필 그때 전화는 오고 그때 사무실은 비웠을까'


아이의 울음보다 더 크게
내 안에서 죄책감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혹시 잘못되면 어쩌지’

그 생각이 머릿속을 쉴 새 없이 파고들었다.
우리의 마음은 이미 벼랑 끝에 몰린 듯했다.


의사 선생님은 고개를 갸웃하시더니 조심스럽게 말했다.

"옷을 벗기면 안 되었는데...'

옷을 벗길 때 가위로 옷을 자르던지 찬물로 충분히 담근 후

옷을 조심스럽게 벗겼어야 했는데... 아마도 화상은 더 깊어질 겁니다

흉터도 크게 남을 수 있습니다.”


“선생님… 흉터가 많이 남나요?”

“지금은 경과를 봐야 합니다. 오늘 밤 통증이 심할 수 있습니다.”

치료가 시작되었지만
어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우리를 짓눌렀다.

잠시 후, 놀란 얼굴로 유리 어머님이 도착했다.

“우리 유리 어째~ 어떻게 해~~

선생님, 우리 유리한테 어떻게 된 거예요?”

떨리는 목소리 앞에서 우리는 고개를 숙였다.


할 수 있는 말은 하나뿐이었다.

“죄송합니다.”

그날은 길고도 힘겨운 하루였다.

은미와 나는 서로 말이 없었지만

같은 마음으로, 같은 자리에서

끊임없이 기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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