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한 장 안의 두 그림

변덕스러운 작가

흔들흔들, 재각재각 앞뒤로 오가는 딱딱한 목각 흔들의자에 몸을 붙이고, 쭉뻗은 다리는 가지런히 지면에 마주 댄다.

아침 산책 중 잠시 의자와 하나 된 몸은, 시계추 마냥 똑딱똑딱 오가는 동안, 무릎 관절은 피노키오 인형 마냥 굽었다 펴고, 굽었다 펴기를 반복한다.

피노키오의 시야에는 만조로 몸을 숨긴 람사르습지 위의 물결과 그 위로 우뚝 솟은 거대한 두 개의 돌기둥이 들어온다. 기둥을 중심으로 좌우로 실같이 이어진 가느다란 다리, 국내 최장의 멋들어진 대교다.

곱고도 아름답게 뻗은 다리는 연기처럼 뿌연 해무에 수줍은 듯 반쯤 감춰져 있어 고개를 왼편으로 기울이니 다리 위를 바삐 달려가는 움직임이 안갯속으로 빨려들 듯 사라진다.

사라지는 움직임을 따라가던 시선은, 가운데 돌기둥을 지나 우편에 이르러 멈춰 서고, 왼편의 바쁜 움직임은 사라진 채, 푸르른 나무와 그 뒤에 멈춰진 기중기가 머무는 시간과 주 한다.

같은 배경, 같은 시간, 같은 공간 안에서의 바삐 움직이는 영상과 멈추어 미동조차 없는 한 장의 사진이 조합한 모순이 혼재한 그리다 만 작품이다.

하염없는 움직임과 허송세월 가 듯 멈춰버린 공간의 그려지다 만 그림. 불현듯 작가와 그 의도가 궁금해진다. 시간을 다르게 사용한 작가가 그리기를 멈춘 이유는 무엇일까? 작가가 바뀌기라도 한 것일까? 그리기를 멈추고 다른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고 있나?

피노키오는 멈춘 그림을 바라보며, 변덕스러운 작가가 돌아와 맘껏 상상한 그림으로 채워주길 바라며 허공에 그림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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