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한 달 전에 본 일본어 능력시험 결과가 나왔다. 불합격이다. 지난 수개월간 부지런히 노력해왔던 걸 떠올리니 내가 다 속이 쓰리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남편이 눈물을 보인다. 아쉬운 마음도 물론 있겠지만, 하는 것마다 실패한다는 생각이 드니까 울컥한 것 같다. 우선 합격 기준이 무엇인지 확인해 봤다. 모든 과목을 합산한 점수가 90점 이상이고 각 과목에서 최저 점수 이상을 받아야 합격. 남편이 받은 총점은 합격 점수보다 높았지만, 딱 한 과목 읽기에서 과목별 최저 점수보다 4점이 모자랐다. 시간이 모자라서 못 푼 문제는 어떻게 했는지 남편에게 물어봤다. 아니나 다를까 찍는 것도 다 다른 번호를 찍었다고 한다. 이 남자는 한 줄로 찍는 걸 몰랐나 보다. 남편에게 말한다. "아이고 시험 합격 기준은 확인했어? 시험을 정말 못 친 게 아니라, 총점은 합격 점수를 훨씬 넘었는데, 읽기에서 딱 4점이 모자란 것 뿐이야. 딱 한두 문제만 더 맞혔어도 합격했을 거야. 그리고 찍는 것도 한 줄로 안 찍었으니 이번에 받은 총점은 오로지 공부로만 얻어낸 거야." 그런 다음 놀리기 시작한다. "아이고 아까워라. 딱 4점 차이로. 총점은 이미 합격인데." 라고. '불합격' 이라는 단어에만 매여있던 남편의 기분이 어느 정도 풀어진 게 보인다.
'어쩔 수 없지. 몇 달 더 공부해서 겨울에 재도전해야지' 라고 스스로와 합의를 본 남편은 다음 날 부터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남편은 단어 암기를 위해 항상 소리 내서 뭔가를 읽는다. 하늘 천 따 지 천자문 외듯 소리내서 읽는 목소리를 배경으로 나도 내 할 일을 찾아서 한다. 같은 상황을 겪더라도 옆에 있는 사람이 어떻게 반응 하느냐에 따라 당사자는 이를 가볍게도, 혹은 무겁게도 받아들일 수 있다. 나는 그 마음을 가볍게 해주고 싶다. 가볍게 다시 해 볼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 매일 열심히 하는 그 사람의 마음에 겨울에는 꽃이 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