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쓰메 소세키, 유숙자 옮김, 민음사
내 가치관이 흔들릴 때, 조금 더 단단해지고 싶을 때, 나는 이 책을 읽는다. 가끔씩은 타협하고 편한 길을 찾고 싶을 때가 있다. 일을 조금 덜 하고 싶다거나 내가 받을 몫보다 더 많은 것을 챙기고 싶은 때 말이다. 반면에 베푸는 마음은 점점 인색해져 누군가를 도와줄 때 조차 이해나 기회비용을 따지게 된다. 요즘 젊은이들을 대표하기에 '허슬' 만큼 적당한 게 또 있나 싶을 정도로 우리는 늘 더 높은 생산성과 효율을 위해 앞만 보고 달린다. 그러다보니 몸과 마음은 때때로 쉽고 간단한 것을 향해 기울어지기 쉬운데, 그럴 때면 나는 꼿꼿한 사람을 좇아 이 책을 읽는다.
유리문 안에서는 나쓰메 소세키가 아사히 신문에 한 달 간 연재한 글들을 묶어 낸 수필집으로 그의 인생관,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 그리고 유년 시절의 기억이 담겨 있다. 나는 그 글들 중에서 요즘 시대에는 어울리지 않을 법한 꼿꼿한 그의 가치관과 쉬이 타협하지 않는 자세가 드러난 대목을 좋아하는데, 그의 모습에서 나는 어쩐지 모를 해방감을 느끼곤 한다. 아마도 내가 이제껏 타협을 통해 "실천하기 어려운 길" 이라고 못 박아 버린 길을 그가 꼿꼿하게 걸어나가는 모습을 보며 대리 만족을 느끼는 것 같다.
"아시다시피 나는 원고료로 생활을 꾸리고 있으니 물론 부유하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럭저럭 그것만으로 현재를 살아갈 수가 있습니다. 따라서 자신의 직업 이외의 일과 관련해선 되도록 호의적으로 남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호의가 상대방에게 전달되는 게 저로서는 무엇보다 고귀한 보수입니다. 그러므로 돈을 받게 되면, 내가 남을 위해 일한다는 여지 -지금의 내겐 이 여지가 또한 극히 좁습니다.- 이 귀중한 여지를 잠식당한 것 같은 기분이 됩니다."
그가 한 대학에서 강연을 한 뒤에 예상에 없던 사례금을 받게 되었는데 그 돈을 전부 기부하는 데 써버렸다는 얘기를 하면서, 그에게 강연을 부탁하러 온 청년에게 사례금을 받는 것에 대한 곤란함을 설명하는 대목이다. 얼마나 많은 순간 나는 내가 받을 몫 이상을 받기 위해 발버둥쳐 오면서 동시에 그것에서 벗어나 욕심 없는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해 왔는지 모르겠다. 나는 돈과의 관계가 좋지 못하여 집착하다시피 돈을 좇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마음 한 구석에는 돈에 연유하지 않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차지 하고 있어 괴롭다. 그 누구도 나에게 돈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라 하지 않았건만 스스로가 만든 족쇄에 묶여 결국은 자유로워지지 못하는 자신이 답답하다. 반면에 자신의 직업을 생활의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나쓰메 소세키는, 그외의 시간은 남을 돕는 데 할애 하기로 아주 호쾌하게 정해버린다. 그런 그의 가치관을 보면서 나는 쉬이 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대리 만족을 느끼게 된다.
"당신은 힘껏 정직해지지 않으면 안 됩니다. ・・・ 이는 제가 당신에게 요구하는 것이지만, 그 대신 제 쪽에서도 저 자신을 감추지 않겠습니다. 있는 그대로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 말고는, 당신을 가르칠 방법이 없습니다. ・・・ 양쪽 모두 사교를 떠나 서로 꿰뚫는 것입니다."
자기가 쓴 글을 보여주고 가르침을 구하던 한 부인에게 나쓰메 소세키는 그녀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 보일 것을 요구하며, 그 자신도 가릴 것 없이 다 보여줌을 통해서만이 그녀를 지도할 수 있다고 한다. 그는 진심으로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에게 서로 에둘러 표현하는 사교나 친목 도모가 아니라 본모습을 감추지 않고 드러냄으로서 어디까지나 진정성 있는 가르침을 주려고 한다. 하루 중 나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사교에 할애 하며 나의 본모습을 감춘 채 상대를 대하는지 모르겠다. 거짓이나 다름없는 공감하는 척, 궁금한 척, 듣는 척을 하다보면 나 자신이 얼마나 위선적인지에 대해 굳이 생각해보지 않아도 매일이 위선인 것만 같다. 이에 대해 나쓰메 소세키는 서로를 가리지 않고 드러냄으로서 꿰뚫어보고자 하며, 나는 그 꿰뚫어보는 시선 앞에 자유로이 내 생각을 내보이고 싶어진다.
가끔 돈에 대한 욕심도 버리고 자기가 원하는 걸 할 수 있게 하는 건 용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는 그것이 가치관과 삶에 대한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내 가치관과 태도 또한 언젠가 어느 적당한 시기에 내가 바라는 대로 자연스럽게 맞춰지기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