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의 월든

박혜윤, 다산초당

by 혜안
그 누구도 자격이 있어 태어나고 살아가는 것이 아니듯 삶은 유능함에 대한 보상이 아니다. 이 세상에는 불완전하고 모호한 그 상태로 그대로 살아남을 공간이 있다.
누구나 무의미의 공포라는 질문을 받고, 거기에 어떠한 대답을 취해야만 한다. 어떤 선택을 했다고 그것이 좋은 삶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모두가 각기 다른 대답을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너그러워질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변덕스럽고 포기를 잘 하는 사람이다. 이제까지 찍어둔 사진들을 보면 정말 놀랄 지경이다. 미국 대학 로고가 들어간 티셔츠를 내 몸보다 훨씬 큰 남성용 사이즈로 입고 다니기도 했고, 그 다음 몇 해 동안은 패치워크를 잔뜩 덧댄 치마와 레이어링으로 아오이 유우가 나올 법한 일본 영화 감성에 빠져 살기도 했다. 한창 태닝을 하던 때에는 늘 짧은 청바지에 까만 피부가 드러나는 머슬 셔츠와 탱크톱을 입고 다녔더니 가끔 외국인으로 오해를 받기도 했다. 그러던 내가 미니멀 해지려고 옷을 사지 않기로 했다. 미니멀 해지려는 노력은 가끔 성공하다가 또 가끔 실패해서 그럴 때마다 내 자신에게 실망하곤 한다.


일도 마찬가지다. 한 직장에서 일 하다가 일이 익숙해지면 곧바로 다음 직장을 찾게 된다. 새롭게 찾은 직장에서는 누구나 겪게 마련인 적응기를 힘겹게 지나면서 '왜 또 나는 이직을 했는가'에 대해 신세 한탄을 한다. 그럴 때면 아직 해보지 않은 길에 대한 마음이 불쑥 튀어나와 회사 생활을 관둬야 하나 하며 어차피 내리지도 못할 결정을 거듭 머리 속으로 상상해 본다. 그렇게 적응기가 지나고 나면 또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어지곤 한다. 한 생 안에도 끊임없는 윤회의 쳇바퀴가 있다. 내 삶이 바로 그 표본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나는 비슷한 고민을 하고 또 하고서는 또 같은 길로 들어서곤 한다. 윤회는 카르마 에서 비롯되고 카르마는 결국 습(習) 이다. 그 습 하나 버리지 못하는 내 자신이 싫어진다.


사는 것에는 능숙해질 수 없다. 나는 아마추어로 살아간다. 한때는 버리기에 열을 올리고, 또 한때는 아름다운 물건을 그러모으면서. 그 무엇을 해도 너무나 즐겁지만, 두 번은 하고 싶지 않을 만큼 충실하면서도 가볍게 한다. 완성이 아니라 지나가는 일이기에. 단 한 번이기 때문에, 사랑하고 기억한다.


도시인의 월든 을 읽기 전에 나는 이 책이 이야기하는  「월든」 을 읽어본 적이 없었다. 그저 미니멀한 삶을 추구하던 사람이 쓴 고전이라는 것이 내가 아는 전부였다. 따라서 전적으로 박혜윤 작가님의 해석에 의존하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지만 큰 틀로 봤을 때 나는 내 삶에 대한 위로를 받은 것 같다. 나의 이 엎치락뒤치락 하는 변덕스러운 성정도 이해받는 것 같았고 미니멀 해지려는 나도 그렇지 못한 나도 다 그냥 나 일 뿐이라고 얘기해주는 것만 같았다. 메뚜기처럼 이 직장 저 직장 찾아다니며 남들 보기에 스스로 골머리를 앓는 것처럼 보이는 내 직장생활도 소로라면, 박혜윤 작가님이라면, 할 만큼 다 해봤으니 또 할 필요가 있나 라고 해줄 것만 같다.


오늘부터  「월든」 을 읽기 시작했다. 내게 읽히는 그 책은 과연 어떤 느낌일지, 나는 박혜윤 작가님과 어떤 면에서 동의를 하고 또 하지 않을지 궁금하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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