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실에서 하드웨어 개발업무를 하던 나는 업무가 나랑 안맞는다는 생각을 종종 했었다. 그래서 당시 부장님 상무님과 상담시 적절한 시기에 마케팅 또는 테크매뉴얼 담당부서로 이동하는 것도 얘기하곤 했었다.
그러던 어느날 응원단 하면서 알게된 인사팀 과장님이 연락이 오셨고 경영진 비서 후보가 되었으니 희망시 정해진 날짜에 면접을 보러 오라고 하셨다.
오홋! 나에게 온 새로운 업무로의 기회인가?
나는 바로 면접 준비를 하고 면접을 보러갔고 최종 합격을 하여 본사 경영진 비서로 업무 변경을 하여 본사로 출근을 하게 되었다. 당시 비서후보로 이공계 전공 졸업자를 선호하는 상황이었는데 내가 그 조건을 갖춘것이었다.
나의 직장생활에서 아주 큰 행운이었던 순간이다!
경영진 비서팀은 남자 과장님 1명, 여자 대리님 1명, 그리고 막내 나 이렇게 세명이었다. 막내라 경영진께서 손님 접대시 커피나 차 음료를 준비하는 업무부터 일정관리 등등 열심히 배우면서 근무했다.
경영진 비서로 근무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회사내 임원분들과 친해지고 그분들이 잘 챙겨주시는것, 그리고 경영진 일정에 따라 나의 개인일정을 계획을 세울수 있다는 것이었다. 당시만 해도 휴가 가려면 상사 눈치를 봐야하는 분위기였는데. 비서들은 경영진 해외출장시 돌아가면서 휴가 계획을 세울수 있었다.
내가 대리가 되면서 같이 비서를 하던 언니가 결혼, 임신, 출산휴가를 가게되면서 내가 여자비서 언니가 되었고, 밑으로 후배 여자비서가 들어왔다.
비서업무 중에서 제일 중요한건 일정관리이다.
비서팀 세명이 시시각각 변하는 일정을 공유하기 위해 일정 업데이트 프로세스를 만들었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다양한 일정관리 툴이 없었기 때문에 컴퓨터로 월간달력 양식에 일정을 타이핑해서 업데이트 했었다. 모든 일정은 나의 컨펌을 받고 확정되었기에 책임감도 있었다.
또 하나 중요한 업무는 경영진 오찬 멤버 준비라고 할 수 있다.
혹시 경영진께서 오찬 약속이 없으신 날은 사내 임원들께 미리 말씀드려 일정을 잡고 필요시 장소 예약해서 같이 식사하실 수 있도록 준비했다. 당일 급히 임원분들께 연락드리면 대부분 선약이 있으시고 부담스러워 하셔서 미리 미리 임원분들께 사전 연락드리고 식사하시면서 대화나누실 토픽들을 미리 준비하실 수 있도록 했다.
경영진 비서업무는 나에게 참 잘 맞는 업무였던것 같다. 앞에 나서기 싫어하는 성격이라 경영진께서 편하게 업무 보시고 회사 경영에 집중하실 수 있도록 뒤에서 조용히 보좌하는 것이 좋았고 의미있게 느껴졌었다.
좋은 기회에 경영진 비서업무를 시작할수 있었고 또 오래 그 업무를 유지할 수 있었던것은 나에게 아주 큰 행운이었다. 진정 내 직장생활의 황금기였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