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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드서울 May 26. 2024

내가 생각하는 재미있는 세상 (3)

Ep.3 오랫동안 쓸모 있고 아름다운 것들을 만드는 디자이너 '규한'


IS NEARBY는 ‘재미있는 세상은 가까이에 있다.’ 라는 주제로 각자가 생각하는 재미있는 세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콘텐츠입니다. 이번에 소개해 드리는 이야기는 식물을 애정하는 한 청년의 세상입니다.


'박규한'은 오랫동안 쓸모 있고 아름다운 것들을 만들고자 하는 생각으로 작업을 펼치는 디자이너입니다. 식물 등 살아있는 것에 가치를 느끼고 그를 이루고 있는 주변 것에 대해서 고민합니다.



baad. : 식물을 위한 작업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숲, 산, 바다, 갯벌 등 자연을 쉽게 만날 수 있는 순천에서 태어났어요. 대학교 입학을 위해 서울로 올라오게 되었는데, 언젠가부터 순천과 달리 서울의 부족한 녹지와 자연에 대한 제한적인 접근을 체감하게 되었죠. 자연과의 제한적인 접근과 물리적인 거리를 좁히기 위해 식물을 집에 들이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식물을 키울 때 느낄 불편함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즈음부터 식물에 대한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죠.



baad. : 작업물의 소재를 생각할 때 참고했던 게 있었나요?


     아시다시피 식물과 물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그 관계와 내구성 등을 고려한다면 선택지가 상당히 좁혀지죠. 지금까지는 재료의 본래 모습과 사용성을 연결 지어 소재를 선정하였습니다. 그래서 식물을 위한 작업들은 모두 금속 소재를 사용하였죠.



baad. : 애정하는 제품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세요.


     최근 일년 간 다루고 있는 와이어메쉬(용접철망)으로 만든 선반을 고를 수 있을 것 같아요. 처음으로 식물을 위한 작업인 선반이 스테인리스 플레이트와 파이프로 디자인을 했었는데요, 그 선반을 사용하니 플레이트가 쉽게 오염되고, 유지 관리에도 신경을 많이 써야한다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플레이트(면)보다 더 성긴 소재를 사용 해야겠다고 생각을 하였고, 플레이트가 아닌 얇은 선으로 구성된 와이어메쉬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금속을 몇년 간 다루다보니 자연스럽게 반대 성질을 가진 소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단단하고 차갑고 매끈한 금속이 아닌, 부드럽고 따뜻한 천이나 나무, 흙 같은 것들이 가장 큰 관심사예요. 특히 최근에 알게된 제주 전통 옹기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젊은 세대들에게 옹기는 익히 알려져있지만, 어떤 매력을 가졌는지, 또 제주 옹기는 무엇이 다른지 탐구할만한 기회가 부족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주 옹기 공예가 분들과 함께 재밌는 작업들을 해보려해요. 지속가능성이란 전제 하에 우리나라의 전통 공예기술이 젊은 창작자에 의해 어떻게 새로운 이들에게 전달되고 전통 문화가 재창조되는지 많은 고민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baad. : 식물 관리 노하우가 있을까요?


     얼마 전 유튜브 채널인 노필터TV에서 김나영 님이 하셨던 말이 기억나요. “식물과의 밀당과 적당한 무관심” 저도 너무 공감하는 말이었습니다. 식물 초보들이 흔히 하는 실수가 일주일에 한번 물을 주라는 말을 철석같이 지키는 것과 비슷한 것들이었어요. 식물은 아시다시피 살아있는 것들이에요. 그러다 보니 어디에 놓여있는지, 오늘 날씨는 어떤지 등 예민하게 반응하고 또 본인들의 상태를 여과 없이 보여주죠. 적당히 물을 줘 보기도 하고 주지 않아보기도 하고 집안 곳곳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위치를 옮겨가며 놓아보기도 하는 등 상태를 관찰해가며(밀당) 키워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baad. : 규한님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앞서 소개할 때 언급했듯 “오랫동안” 쓸모 있거나 아름다운 것들이에요. 쉽게 말하자면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빈티지 가구라든지, 모나미 153펜 등이 있겠네요. 


제 첫 직장이었던 MMMG가 운영하는 디앤디파트먼트는 “롱 라이프 디자인”을 추구해요. 간단히 말하자면 일정 기간 이상 같은 디자인으로 생산되며 사랑을 받는 물건을 일컫는 말인데, 아마 이 가치관에 대해 크게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롱 라이프 디자인이 절 움직이고, 제가 하고자 희망하는 것들입니다.



baad. : 추후 활동이나 작업 계획이 있을까요?


     현재 유럽 석사 유학이 확정된 상태입니다. 아직 브랜드를 시작해서 적극적으로 물건을 판매하고 소개하지 않은 이유와 연결된 사항인데, 아직 사람들 앞에 나설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좀 더 고민하고 단단해질 시간이 필요하다고 깨달았고, 디자인이라는 개념 특히나 산업디자인이나 디자인 산업 등이 잘 자리 잡힌 유럽에서 올바른 가치를 지닌 디자인을 마주하며 학습한 뒤 한국에 돌아올 예정이에요. 그 후의 작업은 지금 계획한다고 계획한 대로 흘러갈 것 같지 않아 생각해두진 않았습니다.



baad. : 초록색이 주는 힘이 있다면?


     얼마 전에 재밌는 말을 봤어요. 불멍에 이은 “풀멍, 꽃멍”.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많은 분들이 이해하시지 않을까 싶어요. 특히나 혼자 사는 분들이 더 공감하실 듯해요. 살아 숨 쉬는 것이 집에는 오롯이 나 혼자였다가 식물들을 들여온 후부터는 혼자가 아니니깐요. 나의 행동으로 인해 건강하게 자라고 예쁜 꽃을 피우는 식물들을 보면 왠지 모르게 내일을 살아갈 작은 힘을 얻어요.



baad. : 내가 생각하는 재미있는 세상이란,


     저와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가까운 곳에 아름다운 것들이 가득한 세상이라면 재밌지 않을까요. 하하 웃음이 터지는 재미는 아니지만, 기분좋은 미소가 지속되는 것도 재미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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