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양품(無印良品)과 생각 비우기
최근에는 생활의 미니멀리즘에 관심이 많이 간다. 내 주변을 돌아보면 가끔 과하다 싶기도 하고 왜 이게 내 곁에 있는지 모를 만한 물건들이 종종 있다. 이런 게 싫어지고 정말 필요한 것만 취급하고 싶어 졌다. 인간관계나 물건도 마찬가지로. 떼어내고 떼어내서 '이 정도면 됐다'싶은, 실속에 중점을 둔 나와 같은 생각의 브랜드가 있다. 바로 무인양품이다. '무인(無印:도장이 찍혀 있지 않은)'과 '양품(良品:좋은 품질)'이라는 브랜드 철학과 맞물려 더욱 가깝게 느껴지는 이야기들을 읽었다. 요즘 더욱 매력 있게 다가오는 철학이라서 소개한다.
심플함이란 그저 겸손하고 검소하기만 한 것이 아닌, 오히려 '럭셔리'보다 더 매력적일 수도 있는 것.
- <The New Yorker>
무인양품 매장엔 이 계절에 어울리는 옷은 있지만, 이 계절에 반드시 입어야 하는 옷은 없다. 당연하게도 특정 연령대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하지도 않는다. 일상에서 누구나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드는 것이 무인양품의 생각과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상품은 '무지 라보 Muji Labo', '레귤러 Regular', '리무지 Re Muji'로 나뉜다. '무지 라보'는 옷에 새로운 소재를 적용하는 가장 실험적인 의류다. '레귤러'는 무인양품답다고 여길만한 의류이고, 매장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라인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무지 라보'가 실험주의라면, '리무지'는 일종의 순환 프로젝트이다. 소비자가 무인양품에서 구매한 옷을 무인양품에 기부하면, 무인양품은 옷 상태를 파악해서 재생 작업이 가능하다 판단하면 리무지 라벨을 단 새로운 옷이 되고, 재생이 불가능한 옷을 에탄올로 환원되어 에너지로 사용된다. 리무지는 현명한 소비에 대한 무인양품의 새로운 대안이다.
무인양품을 대표하는 상품군은 '생활 잡화'이다. 패브릭, 가구, 주방, 생활용품, 헬스&뷰티, 전자 제품, 문구 등 생활 전반에 필요한 모든 걸 갖췄다고 보면 된다. 놀라운 것은 7000개가 넘는 상품 이미지가 모두 같다는 사실이다. '노 브랜드'를 추구하지만 아름답고, 많은 기능을 갖춘 것도 아닌데, 그 어떤 상품보다 손이 많이 간다. 이는 무인양품의 '유저 옵저베이션 user observation'시스템에서 찾을 수 있다. 이건 일종의 소비자 관찰 시스템인데, 무인양품은 효과적인 유저 옵저베이션을 위해 상품 개발팀이 직접 소비자의 집을 방문하는데, 이때 각자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팀을 이뤄야 한다. (예를 들면 가구와 가전, 문구 상품 개발자가 한 팀을 이루는 것이다.) 같은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가정을 방문하면, 서로 비슷한 관점으로 소비자의 생활을 판단하기 때문에 생긴 규칙이다. 이들은 각자의 관점에서 집을 관찰하고, 집주인과 대화를 나누면서 다양한 정보를 수집한다. 그리고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런 식의 시스템을 통해 무인양품의 상품 디자인을 살펴보면 얘네가 왜 '노 브랜드'를 추구하는지 알게 된다. 상품의 개성을 없애는 것은 어떤 환경에서든 자연스레 어울릴 수 있게 하기 위해서이고, 장식을 덜어낸 것은 필요한 것만 담았기 때문이다.
무인양품의 문구는 소리 없이 강하다. 매장 내 규모는 다른 상품군에 비해서 작지만, 소비자들은 문구를 통해 무인양품을 많이 접한다. 문구 제작은 특별히 더 공을 들인다. 일본에서도 제일 좋은 재료를 사용하는 곳을 찾아 그곳과 협력하여 무인양품만을 위한 문구를 제작할 정도다. 볼펜을 만들 때도, 노트를 만들 때도 항상 최고의 재료만 사용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명확히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무인양품 또한 특별히 언급하지 않는다. 그저 정직하게 '뒷면이 비치지 않는 노트'라고 소개할 뿐이다. 그게 무인양품다운 판매전략이고, 마음 씀씀이다.
"무인양품이란 단순한 제품을 넘어 하나의 사상입니다. 호화로움 앞에서 주눅 들지 않고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간소할 것. 낭비를 없애면서 화려한 어떤 것보다 멋있게, 훌륭하게 보이는 것입니다."
무인양품의 아트디렉터. 그는 이런 사상을 더욱 넓히기 위해 많은 언어를 사용해 무인양품을 만지고 경험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그 사상에 눈을 뜨게 하는 커뮤니케이션을 지향한다. 하라 켄야에게 기본과 보편은 일차원적인 만족만 주는 가치가 아니다. 그의 디자인엔 아무것도 없지만 모든 것이 있고, 모든 것이 있어도 티를 내지 않는다. 하라 켄야의 대표작이자 무인양품이 해외 시장에서 주목을 끌게 된 화제의 광고가 있다.
하라 켄야가 선보인 지면 광고'수평선(지평선)' 시리즈 중 우유니 소금 사막 편이다. 무인양품의 광고는 가능한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로고 자체가 브랜드 콘셉트를 담고 있기 때문에 이와 함께 삶을 담을 수 있는 '그릇'만을 표현하고자 한다. 그는 "지평선은 아무것도 없는 이미지이지만, 동시에 하늘과 땅이 만난다는 점에서 사람과 지구를 다루는 궁극적인 풍경이기도 하다"라고 이 광고의 컨셉을 설명했다.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 나부터 단단하게 가꾸어서, 누군가 나를 만났을 때 생각이 행동과 일치하는 느낌을 주고 싶다. 무인양품의 표현을 살펴보았는데 이렇게 보여주고 싶달까.. 낭비 없이 깔끔하게 살기 위해서는 머릿속부터 비워야 할 것 같다. 이 브랜드의 철학처럼 덜고 덜어서 '이거면 됐다.'라고 확신에 차야한다. 생활의 기본을 갈고닦아서 아주 깔끔하게 살아가고 싶다.
참고도서
매거진 B <53. 무인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