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마지막 레이스가 달콤한 법
거울을 보고 놀라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나는 그중 한 명이었습니다.
그건 너무나 갑작스럽게 찾아온 기분이었어요.
예상하지 못한 건 나의 탓이겠지만
원망할 대상이,
같이 흥분해 줄 무엇이 절실했습니다.
외로웠고요.
관찰력 없고 세심하지 못한 성격을 탓하면서도
꿈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지요.
눈을 감고 다시 뜨는 순간
‘아유 놀랬잖아~’로
끝날 수 있는 일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이번에는 코가 닿을 만큼
얼굴을 가까이 대고
이리저리 움직여 봅니다.
조명에 얼룩져 보여 그러기나 했다는 듯이..
하지만 그건 명백히 벌어진 일이었고
어쩌면 돌이킬 수 없는 일로 보였습니다.
너무나 잘 보였습니다.
눈밑이 확실히 꺼져 있었고
그건 충격적이었습니다.
마치 할머니를 보면서 그런 날이
내게는 닥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아이처럼
나는 절망했고 당황했고
조금은 슬펐습니다.
언제 노화가 시작된 것일까요.
왜 진작 눈치채지 못했던 것일까요.
노화는 빠르고 무신경하게
툭 던져져 있는 택배처럼
갑자기 아무렇게나 배달된 기분이었습니다.
눈밑 꺼짐, 그건 화장품과 샵에서
간단히 해치울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잖아요.
피부과나 성형외과 말고는
방법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절망합니다.
나는 병원을 너무 무서워하니까요..
나이를 의식하지 않고 산다고 해서
마음만은 아직 청춘이라고 해서
노화가 찾아오지 않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나는 노화가 시작되는데
아이는 여전히 10대고,
나의 사랑하는 아버지가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진부한 말은 하고 싶지 않지만
그야말로 모든 일이
한꺼번에 닥쳐왔다는 느낌이 적절했지요.
그래.. 내게도.. 닥치는구나..
마치 햇살이 좋은 어느 오후.
물가에 앉아서 모래성을 쌓고 한가로이 놀고 있는데
거짓말처럼 저 멀리
거대한 파도가 저기서 밀려오는 기분이랄까.
그 파도가 대단히 높았기 때문에
나는 도망칠 생각도 피할 겨를도 없이
온전히 다 덮어쓰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물에 빠져 버렸습니다. 오랫동안....
침착해..
침착해..
방법이 있을 거야.
방법이 있을 거야.
지쳐 쓰러져 잠든 사이
누군가가 해결해 주었으면 좋겠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요.
내가 나서서 해야 하는 일들이고
내가 흔들리면 안 될 일이었지요.
무서웠지만 마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나는 움직여서 헤엄치기 시작했습니다.
헤엄을 치면서
나는 단호하게 선언합니다.
왜, 왜, 왜냐고 묻지 않기,
의문을 가지지 말 것,
저항하지 말 것,
그냥 순하게 받아들이기..
눈을 뜨고
박살 난 나의 일상들을 바라봅니다.
처참하지만 그건 나의 일상이지
다행히 내 가족의 일상은 아니었습니다.
내 가족의 일상을 지키고 싶어 졌습니다.
사랑하니까.
그리고 내 삶도 사랑한다는 결론에 이릅니다.
다시 바로잡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비록 예전과 같진 않다 하더라도.
다시 행복해지기로 마음먹었지요.
세상의 모든 일에는 다 이유가 있고
세상의 모든 일에는 공짜가 없는 법이니까
받아들이고 움직이기로 합니다.
나이 든다는 것
10대 아이들
늙고 병들어 가는 부모님
아프기 시작하는 친구들
점점 어디론가 사라지는 사람들
기후 위기..
여러 면에서 우리는
상실의 시대에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상실은 눈치채지 못하는 순간에 이루어지고
후유증은 엄청 나지요.
다른 방법은 없을지도 모릅니다.
아직 잃지 않은 것들,
상실하기 직전의 것들
그 작고 소중한 것들을 지켜내면서
묵묵히 산을 넘고 강을 건너는 것,
그것만이 할 수 있는 최선일지도요.
지난 일년
힘든 마음과 밀려오는 상념들을
분산시키기 위해
여러 일에 도전하면서 깨달을 것들을
연재에 담아 보았습니다.
사소하지만 믿음을 품고 도전해 보는 동안
과연 고통과 시름들이 흩어지는 것을 느꼈고
그 빈틈으로 새로운 에너지와
기쁨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좋은 시절은 지났다고 여기지만
좋은 시절의 정의는 바뀌기 마련이고
그런 의미에서 아직 오지 않았을 거라 생각하면
가슴이 설레기도 합니다.
쓰러질 듯 위태롭게 달렸지만
이제 결승점이 보인다고 생각하면 오르막에서도 힘이 나는
마지막 레이스처럼
앞으로도 시련은 닥치겠지만
그런 것들이 있어서
오히려 달콤한 일상을 꿈꾸게 되었습니다.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모든 분들을
존경하고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