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안정에는 요가 아닌가요

_마지막 레이스가 달콤한 법

by 하이움

손에 쥐고 있던 펜과 눈앞에 있는 각티슈를 집어던진다.

휴지를 갈기갈기 찢으며 소리 지른다. 으아아아~~ 으아아아악~~~~


그러면 좀 시원할까..

가지고 있는 것이 무엇이든 간에 집어던지는 일은 하지 않는다.

내 일만 늘어날 뿐이니까 인내심 있게 참아낸다.

장하다. 울고 불고 하지도 않는다. 그래봤자 달라질 게 없으니까.

대신 숨을 고르고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을 바라보았다.


나는 좋은 일이든 힘든 일이든 객관화시켜서 보는 경향이 있는데

그건 꽤 유용한 습관이다.

돌아보면 소리지르고 울고 불고 한다고 해서 나아진 것은 별로 없었다.

기분조차도 시원하거나 좋아지지 않았다. 자괴감이라는 짐만 더 늘 뿐이다.

오히려 차분히 상황을 마무리 했을 때 일은 쉽게 풀렸다.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는 냉정해 질 것,

그러기 위해선 나에게서 떨어질 필요가 있었다.


'거리두기'는 확실히 효과가 있다.


우선 좀 멀찍이 거리를 두고 거울을 본다.

요즘은 시력도 나빠졌기 때문에 나의 단점들이 그리 잘 보이지 않는다.

오케이, 됐어! 물리적 거리 두기도 도움이 된다.


다음은 나를 잠식하고 있는 슬픔들 아픔들을 '거리두기' 할 차례다.

아들은 매일 눈을 맞추고 안아주지만

10대라는 아들의 사회적 위치는 거리 두기를 하고,

아버지를 찾아가 위로를 하고 손을 잡아 드리지만

아버지의 병은 거리 두기를 한다.


'거리두기'에는 내공이 필요한 법이다.

마음 근육이 절대적이다. 그래 요가를 다시 하는 거야.

아마도 나는 조용히 기도할 곳이 필요했던 것 같다.

요가를 하면서 눈을 감을 때마다 간절히 기도했으니까.

성당이라든가 절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가장 가까운 곳이 요가였다.

다른 것은 바라지 않았다.

지금 일어난 일들을 받아들이고 잘 지나갈 수 있는 용기를 주시기를...


울고불고 할 시간이 없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간다.

뭐든 해서 내 미소와 웃음을 찾아와야 한다.


내가 찾아간 곳은 명상보다는 필라테스에 가까운 강도 높은 요가를 하는 곳이었지만

오히려 그것이 결국은 도움이 된 것 같다.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당시 내게는 근력이라는고는 없었으니까.

강도 높은 요가를 하는 동안은 너무 힘들어서 진짜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으니까.

헐떡거리며 따라 하는 동안 숨도 쉬고 한숨도 쉬고 눈물도 몰래 찔찔 흘렸다.

마침내 일 년이 훌쩍 지났고 나는 여전히 요가를 다니고 있다.


땀으로, 눈물로 제법 빠져나간 탓일까, 아니면 잘 버텨주는 아버지 덕분인지

나는 많이 나아졌고 회복했고 힘차게 움직이고 있다.

심지어 지금은 요가하는 내가 좋다.

‘운동 뭐 하세요?’라는 질문에 늘 '글쎄요, 운동.. 해야죠'가 아니라

‘요가하고 있어요’라고 답하는 내가 맘에 든다.

그때 요가를 찾아 나선 나에게 칭찬을 해주고 싶을 지경이다.

이번 도전은 성공적이었다.

이불속에 있어봤자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니까.

그래 움직여. 움직이길 잘했어.

지난 일 년 동안 네가 이룬 것을 보라고!


연말이 두렵지 않은 일 년이 만들어지고 있다.

당연하게도 많은 것들이 나아지고 있다.


옴(om)......



(사진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