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커피 말고 오렌지주스
아이가 생겼다는 것을 모르고 여행을 할 때였습니다.
진득하게 뭘 하지 못하는 성격임에도
커피 마시기는 매일 빠트리지 않았으니 커피 사랑이 대단했지요.
그런 저여서 그럴까요..
그날의 감각은 아주 생생하게 남아있습니다.
여행지의 아침은 '역시 모닝커피' 지라는 마음으로 카페를 향했으나
어쩐지 저는 다른 곳에 마음이 뺏기고 있었습니다.
샛노란 오렌지주스가 어찌나 상큼해 보이던지 군침이 돌 정도였어요.
이럴 리가 없는데 내가 왜 이러지 하면서도
이상하게 커피가 당기지 않았어요. 전혀요~
남편도 별일이네 하고 오렌지주스를 사주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생각해도 참 신기한 일입니다.
임신을 하게 되면 커피는 포기해야 된다(아주 오래전 일이니까요)는
주변 사람들 말을 들었을 때는 참 성가시고 힘든 일이겠구나,
과연 그게 가능하기는 할까 싶었는데
인체의 신비는 참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엄마라는 신세계가 시작된 것이겠지요.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하루하루가 너무 행복하고 뭉클한 날들이었습니다.
내가 책을 좋아하니 자연 아이하고 책을 보면서 노는 시간들이 많았는데
덕분에 동시라는 세계를 다시 보게 되었고 푹 빠져 버렸답니다.
아이는 훌쩍 커버렸고 나 역시
그 때의 마음을 종종 잊어버리곤 하지만
아이를 향한 일기가 동시가 되고
아이와 나눈 이야기가 동시가 되고
아이가 던진 모든 말이 동시가 되던 그날들을 더듬어 보면서
그 마음으로 다시 아이를 바라보고 싶어 이번 연재를 시작합니다.
(아이의 눈높이에 만든 동시
아이가 지은 동시들을 섞어 놓았습니다.)
들러 주시는 분들
언제나 깊이 감사드립니다.
아이가 오렌지주스를 좋아하는 건 우연인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