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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ax Oct 18. 2024

에두아르 마네 <폴리 베르제르의 바>

카페와 웨이트리스를 담은 18세기의 대담한 파리 풍속화

에두아르 마네, <폴리 베르제르의 바>, 1882, 96 X 130cm


대리석 테이블 위엔 와인병과 맥주병, 오렌지가 가득 담긴 크리스탈 그릇, 꽃이 꽂힌 꽃병이 놓여있다. 이 테이블의 중심엔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테이블을 짚은 채로 서 있는 한 여인이 있다. 여인은 드레스에는 커다란 꽃장식을 했고, 목에는 커다란 펜던트 목걸이를 착용하여 화려함을 드러내고 있지만 그녀의 눈은 공허하게 정면을 응시할 뿐이다. 

테이블을 짚은 여인의 손을 보면 그 뒤로 갈색 거울 틀이 있음을 볼 수 있다. 여인 뒤로 보이는 왁자지껄한 풍경은 거울 속에 비친 풍경이다. 작품의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거울에 비친 여인의 뒷모습과 여인과 마주보는 한 신사가 보인다. 


<폴리 베르제르의 바>는 19세기 프랑스 파리 카페의 모습을 그려낸 작품이다. 당시 파리는 격변하는 중이었다. 프랑스 혁명 이후 프랑스 내 시민들의 위상이 높아졌고 그들이 경제력까지 갖추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외식 문화, 유흥 문화가 발전하게 되었고 이는 카페의 성행으로 이어졌다. 당시 카페는 커피, 술, 음료 등을 마시며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교류하는 사교의 장소였다. 


파리의 생활상을 작품에 담고 싶었던 마네에게 신분과 성별 등의 차이를 뛰어넘어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리는 ‘카페’는 그의 작품 속 배경으로 삼기에 훌륭했다. 카페 중에서도 음악이나 춤, 단막극, 서커스 등을 공연하는 카페를 ‘카페 콩세르’라고 하는데 이 작품의 배경인 ‘폴리 베르제르 바’는 파리에서 가장 처음으로 문을 연 카페 콩세르로 현재까지도 극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작품의 중심에 서 있는 여인은 이 바의 웨이트리스이다. 마네는 이 작품뿐만 아니라 다양한 작품에서 카페의 웨이트리스들을 그렸다. 당시 웨이트리스들은 카페 콩세르에서 음료와 음식 등을 손님들에게 서빙하였는데 이들의 역할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당시 카페는 유흥이 벌어지던 장소로 웨이트리스들은 손님들과 사적인 만남을 가져 자신들의 시간과 감정을 판매하기도 했다. 겉으로 보기엔 화려하고 아름답지만 생계를 위해 노동하는 노동자로서의 이중적인 모습, 그리고 웨이트리스들과 손님 간의 묘한 관계성은 파리의 실생활 모습을 그림 속에 담고 싶었던 마네에게 흥미로운 소재였다.


이 작품은 대중에게 처음 공개되었을 때 많은 비판을 받았다. 당시에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똑같이 재현하는 작품이 주를 이루었는데, 마네는 배경 속 많은 사람들을 거친 붓터치로 뭉툭하게 그려내었다.  

이 작품이 비난을 받았던 또 다른 이유는 이 작품의 파격적인 구도 때문이다. 거울에 비친 여인과 신사의 구도가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작품 속 여인은 거울을 등지고 정면을 바라보고 서 있는데 실제로 이렇게 섰다면 거울에 비친 여인의 뒷모습은 여인에게 가려져 잘 보이지 않았어야 했다. 또한 거울 속 여인의 뒷모습은 정면의 모습에 비해 허리가 구부정하여 앞에 서 있는 신사 쪽으로 몸을 기운 듯하다. 이상한 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거울에 비친 것처럼 여인과 신사가 대리석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었다면 이 그림의 정면 구도에는 신사의 뒷모습이 그려졌어야 했다. 

여인의 앞모습은 정면에서 바라본 시점으로 그려졌으나 거울 속 비친 여인과 신사는 비스듬한 각도에서 바라본 시점으로 그려졌다. 한 작품에 정면으로 바라본 하나의 시점만을 설정하였던 당시의 풍조를 생각하면 파격적인 구도 설정이다. 이 구도 덕에 마네는 웨이트리스의 얼굴과 그녀와 이야기하는 신사의 존재를 모두 보여줄 수 있었다.


<폴리 베르제르의 바>는 ‘카페’라는 장소와 ‘웨이트리스’라는 인물 그리고 파격적인 구도를 통해 19세기 파리의 생활상 구석구석을 보여준 대담하고 아름다운 파리 풍속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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