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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를린 박하 Jan 02. 2024

코른골트의 죽음의 도시 in 드레스덴젬퍼

그대 평안에 이르렀는가

죽음의 도시(Die tote Stadt)는 에리히 볼프강 코른골트(Erich Wolfgang Korngold)가 작곡한 3막의 오페라다. 코른골트와 그의 아버지 율리우스 코른골트가 상징주의 소설가 조르주 로덴바흐의 단편 소설, "죽음의 브루게"(Bruges-la-Morte)를 기초로 독일어 대본을 완성하였다. 1920년 12월 4일 독일, 함부르크의 주립극장에서 초연되었다.

이 작품은 코른골트의 세 번째 오페라로 대규모 오케스트라를 이용해 더욱 매력적이고 풍성한 멜로디를 선사한다. 풍부하고 아름다운 그의  스타일은 바그너와 푸치니 사이를 오간다. 죽음의 도시로 코른골트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Richard Strauss)와 함께 1920년대 독일에서 가장 자주 공연된 오페라 작곡가로 인기를 누렸다.


이 오페라가 초연된 해가 1920년이니 바로 1차 대전 직후다. 산업혁명 이후 인간이 이뤄놓은 문명에서 인류애가 처참하게 무너지는 세계사의 비극이 일어났다. 많은 이들이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이를 잃었다. 살아남은 이들이 겪는 상실의 트라우마와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코른골트의 '죽음의 도시'가 당시 많은 관객에게 공감을 얻고 인기를 얻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립되고 은둔된 슬픔에 잠긴 폴은 아내 마리가 죽은 후 브루게 시에 살고 있다. 죽은 그녀의 머리카락과  그림을 비롯해 유품을 모아둔 방에서 그녀를 기리고 숭배한다. 그러나 댄서인 마리에타와의 만남은 그의 삶을 뒤집어 놓는다. 그녀는 그의 갈망의 거울이 되고, 그는 죽은 아내의 "귀환"을 투영한다. 폴이 그녀를 죽임으로 악몽에서 깨어나 현실에 도달한다.

이번 젬퍼오페라의 죽음의 도시 프로덕션에서는  클라우스 플로리안 포그트(Klaus Florian Vogt)와 비다 미크네비치치우테(Vida Miknevičiūtė)가 주연을 맡았고, 다비드 뵈시(David Bösch) 감독은 꿈과 현실이 흐려지는 자아로의 여정을 인상적으로 들려준다. 독일 오페라틱 테너 포그트는 죽은 아내 마리를 간절히 그리워하는 상실의 감정선을 잘 연기했다. 그는 두 시간 넘게 쉼 없이 거대한 오케스트라와 함께 불러야 하는 어려운 역할을 거의 시몬스창법처럼 편안하게 부르는 실력을 보여줬다. 이미 바그너싱어로 단련된 체력이 있기도 하다. 다만 마리에타역을 맡은 리투아니아 소프라노 비다(Vida Miknevičiūtė)는 컨디션 난조인지 노래가 들쭉날쭉이어서 실망스러웠다. 이 오페라에서 가장 유명한 아리아는 1막 마지막에 마리에타가 부르는 "Glück, das mir verblieb"이다. 솔직히 이 오페라를 보러 온 관객들이 가장 기대하는 순간이다. 그런데 오케스트라 연주에 목소리가 먹어 들어가 가사전달도 감동도 없었다. 마라톤도 아니고 초반이라고 목을 사린건지 중간에는 또 나쁘지 않았지만 공연 중 기복이 있다는 건 문제가 있다. 그녀는 지난 11월에 젬퍼에서 보았던 PIQUE DAME에서 Lisa역으로 데뷔했는데 기사를 보니 아니나 다를까 크리틱이 좋지 않았다. 그나마 마지막 포그트의 아리아로 위로가 되었다.

***나의 아저씨가 갔다. 말할 수 없이 애통하다.

부디 좋은 곳에서 평안히 영면하길 빈다.

폴에게 마리가 영원하듯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그는 살아있을 것이다.

죽음의 도시는 여기가 아닌가.

Die tote Stadt

Erich Wolfgang Korngold

Oper in drei BildernFrei nach Georges Rodenbachs Roman »Bruges-la-Morte«

Libretto von Paul Schott

Premiere 16. Dezember 2017

Besetzung am 20. Dez. 2023

Semperoper Dresden

Musikalische Leitung:  Dmitri Jurowski

Inszenierung: David Bösch

Bühnenbild:  Patrick Bannwart

Kostüme: Falko Herold

Licht:  Fabio Antoci

Dramaturgie:  Stefan Ulrich

Chor: Jonathan Becker, Jörn Hinnerk Andresen

Kinderchor: Claudia Sebastian-Bertsch

Paul:  Klaus Florian Vogt

Frank / Fritz  Christoph Pohl

Marietta: Vida Miknevičiūtė

Brigitta:  Michal Doron

Juliette:  Fernanda Allande

Lucienne:  Dominika Škrabalová

Victorin:  Jongwoo Hong

Graf Albert:  Jürgen Müller

Gaston: Klaus Kü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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