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13일의 일기 중.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 대한민국의 한 청년으로서, 하나의 거대하고 절대적인 진리에 질문을 갖게 되었으므로 인생을 뒤바꿀 무언가를 하려고 마음먹기에 이르렀다. 편협한 한국 사회에서 이런 질문은 어쩌면 나를 돌연변이나 정신이 어떻게 되어버린 이상한 사람으로 보이게 만들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한참이나 나의 머릿속에서는 끊임없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요구하고 있었고, 그로 인해 피폐하고 괴로운 삶이 이어졌다.
2017년 5월 10일 대한민국에 새로운 민주정부가 들어섰다.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과제는 일자리 창출이며, 이것은 대한민국의 이미 곪아버린 숙제였다. 취업난이 심각하다. 대한민국 취업준비생의 10% 이상이 여전히 일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친한 친구가 취업 스트레스로 인해 ‘요즘 들어 사람들이 왜 자살을 선택하는지 알 것 같다.’라고 할 정도이니 그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참혹한 현실에서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그러니까 내 정신이 대한민국 사람들의 평균 범위 내에만 있다면, 나는 스스로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만족했을 것이다. 지금도 매년 수만 명이 넘는 구직자들이 우리 회사에 들어오기 위해 적잖은 노력을 하고 있다. 나는 대한항공의 남자승무원이다.
밖은 살인적인 취업난으로 다들 고통받고 있지만, 운이 좋게도 나는 28살의 비교적 어린 나이에 대기업이라는 울타리 안으로 들어왔다. 울타리 문을 열고 그곳으로 들어간 순간, 주변 모든 사람들의 부러움을 샀고, 내 어깨는 곧 구름에 닿을 듯 치솟았다. 부모님은 나를 자랑스러워하셨으며, 부모님의 친구들은 내게 ‘효도했다!”라며 칭찬하셨다. 대한민국에서 대기업에 들어갔다는 것은, 과거 모든 죄를 용서받을 수 있는 정도였다. 나는 그렇게 자아도취에 빠져 비로소 성공적인 삶을 얻었다고 생각했다. 어리고 어리석었던 나는 정말 그런 줄만 알았다. 그러나 그로부터 약 2년이 지난 지금,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인정하는 이 진리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되었고 스스로 답을 요구했다. 답을 알려주는 사람은 없었으며 그 누구도 대신 대답해주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답을 알려주겠다고 나선 사람들은 나를 이상주의자로 몰아갔다. 어리석은 이상에 빠져 냉혹한 현실을 보지 못하고 그저 꿈속을 헤매는, 그런 반쯤은 정신이 나간 놈으로 말이다. 고통스러웠다. 결국 이 질문의 답은 내가 찾아 야만 했고 그것이 앞으로 나의 인생을 좌우할 결정이었다. 나는 알몸으로 세상을 향해 다시 한번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나는 ‘살아지는’ 인생이 싫다. 인생을 ‘살아보고’ 싶다.
월든(Walden), 33P
“생활필수품을 마련한 다음에는 여분의 것을 더 장만하기보다는 다른 할 일이 있는 것이다. 바로 먹고사는 것을 마련하는 투박한 일에서 여가를 얻어 인생의 모험을 떠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