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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bnsool 밥과술 Feb 10. 2017

명화(名畵)에 담긴 음식먹는 모습들

브런치에 올리는 첫번째 이야기로 골라본 글

눈이 소복소복 내리는 날에 고기를 구워먹습니다. 소고기에 마늘, 간장, 참기름 그리고 꿀같은 단맛을 가미하여 잘 재워서 준비한 너비아니를 숯불에구워 먹는거지요. 그것도 바깥에서 아름다운 겨울 풍경을 보면서... 집안에서 먹어도 맛있을텐데 바깥에서 그것도 따끈한 술한잔 곁들여 마시면서 먹으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게다가 좋아하는 벗들과 함께라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요.

위의 그림은 조선후기의 풍속도로 우리에게도 너무나 유명한 단원 김홍도의 설하연적도(雪下煙炙圖)라는 작품입니다. 오른쪽은 왼쪽의 전체 그림이 희미하여 고기구워 먹는 모습만 확대한 부분그림입니다. 설하연적도란 말그대로 눈이 오는 아래에서 연기를 피우며 고기를 굽는 그림이란 뜻입니다. 적(炙)이란 고기를 굽는다는 뜻인데 글자모양 그대로 고기(月;肉을 이렇게 쓰지요)를 불(火)위에 올려놓은 모습입니다.  

재밌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꼬치구이를 산적이라하고, 무슨 무슨 적을 부쳐먹는다 할때에도 이 적(炙)자를 쓰는데, 중국에서는 굽는다 할 때 烤(카오)라는 자를 쓰거나 燒(싸오)등 다른 한자를 쓰지 이 炙자는 안쓴다는 겁니다. 그래서 일반 중국사람들은 이 글자를 잘모릅니다. 역사적으로도 우리 민족은 고기를 구워먹기를 즐겨하고 또 맛있게 구워먹는 사람들로 중국문헌에도 알려져 있습니다. 굳이 고기를 구워먹는다는 글자만 특화하여 쓸만큼 고기굽기를 좋아하는 민족이었구나 이렇게 추측해 봅니다.

눈이 올 때 고기를 구워먹으면 더욱 맛이 있는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통풍이 잘되는 야외로 나가서 음식을 먹으면 모든 음식이 맛있습니다. 소풍, 피크닉, 캠핑, 등산, 야외 바베큐 이런 경우 음식이 더 맛있는게 그런건데, 이 이유는 음식 전반에 해당하니까 오늘은 생략하고, 눈이 올 때 고기를 구우면 맛이 있는 이유만 짚고 넘어가지요.

눈이 오면 눈송이가 공기중에 떠있는 먼지를 비롯한 여러 미세입자들을 흡착해서 내려 앉습니다. 그래서 공기가 깨끗해 지는 거지요. 그러니 다른 냄새입자가 떠다니지 않는 깨끗한 공기속에서 고기굽는 냄새만 맡는거지요. 얼마나 식욕이 돋겠습니까? 아, 이 고기굽는 냄새라는게, 마이야르(메일라드) 반응이라고 하여 멜라노이딘이라는게 생겨서 나는 독특한 향기입니다. 포도당, 과당등을 포함한 환원당과 아미노산이 가열하면 반응하여 생성되는 물질...이렇게 설명하면 복잡하고 괜히 어려운 것 같은데 요즈음은 여기저기서 '마이야르 반응'을 언급한 글들이 보여 반갑기도 합니다. 이 단어는 기억해두어도 좋고 잊어버려도 맛있게 음식을 먹는데는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빵을 구울 때 나는 구수한 냄새, 커피원두를 볶을 때 나는 고소한 향, 그릴에 굽는 햄버거 패티 냄새, 중국요리에서 흔히 얘기하는 '불맛', '불냄새' 이게 다 멜라노이딘과 관계가 있는 건데 가장 대표적인 게 일본식 '다레'를 발라 굽는 장어요리나 야키도리 굽는 냄새 그리고 우리나라 불고기나 양념갈비 굽는 냄새입니다. 겨울 퇴근길에 식당 환풍기에서 나오는 이 고기굽는 냄새는 맡기만해도 침이 솟지요.


단원의 설하연적도로 돌아갑니다. 우리 조상들이 이렇게 겨울이면 고기를 구워먹는 멋진 풍류를 즐겼다는 이야기입니다. 오늘은 맛있게 고기먹는 이야기니까, '지배계급과 유한계급이, 가엾은 백성은 배를 곯는데...' 뭐 이런 논지는 사양하고 넘어가기로 하지요. 하긴 단원은 씨름, 서당 등 서민들의 풍속도 많이 그렸네요. 그리고 여기저기서 소개된 적도 있는데, 눈오는 밤에 찾는다고 해서 고려시대 이 산적같은 고기구이를 설야멱(雪夜覓)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렀다고 하는데 정확한 근거는 좀 더 살펴봐야 겠지만, 아무튼 우리는 조상때부터 고기를 좋아하는 민족이었던 것은 틀림없는 사실 같습니다. 

오늘의 글 제목이 '명화(名畵)에 담긴 음식먹는 모습들'입니다. 브런치에 가입하고 첫번째 글을 올리는 걸로 무어가 좋을까 하다가 오래전에 블로그에 쓴 글을 골라보았습니다. 앞으로 새글과 병행해서 예전 글들을 틈틈히 올리려고 합니다. 


조선시대의 거장 단원 김홍도의 그림에서 갑자기 서양으로 튀면서 서양 대가들의 음식먹는 그림들을 몇장 소개해 봅니다. 체계도 없고 선정기준은 더더욱 없습니다. 순전히 제가 좋아하는 화가들 중에 기억나는 작품들입니다. 그럼 간단히 소개하지요. 참고로 art-wallpaper.com 에 가시면 고해상도 다운받으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의 그림은 작가 사후 시간경과 되어 퍼블릭 도메인이라 저작권 걱정없습니다.

아래 그림은 인상파 대표화가인 르노아르( Pierre-Auguste Renoir)의 '선상파티에서의 점심(Luncheon of the Boating Party :Le déjeuner des canotiers)입니다. 1881년 작품이라고 하는데, 참 즐거워 보입니다. 잘보면 멀리있는 여자나 가까이 있는 여자나 시선이 전부 근육질의 남자가 아니라 양복입은 한 남자한테 집중되어 있습니다. 아마 이 파티를 주선한 상당히 돈이 있는 사람이 아닌가 싶습니다. 요즘 TV를 보면 돈있는 남자는 싸가지가 없어도 그게 매력으로 보인다면서요. 세상은 원래 그런건가 봅니다...하아...


아래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인 브뤼겔입니다. 이 브뤼겔 집안은 대대로 내려오며 아들, 손자까지 화가를 직업으로 삼아서 인터넷 치면 이런 저런 부뤼겔이 많습니다. 이 작가는 Pieter Bruegel(Older) 입니다. 우리에게 '바벨탑'이라는 작품도 잘 알려져있는데 그의 백미는 서민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 데에 있다고 저혼자 생각하고 좋아합니다. 하긴 그의 별명이 '농민 브뤼겔'이기도 하니까요. 아래 작품의 제목은 번역에 따라 '농민의 결혼식(Peasant Wedding)'이라고 불리기도 하고, '마을의 결혼식 (village wedding feast) '이라고 불리는 1567년 작품이라고 합니다. (제 휴대폰 대기화면이 이 그림입니다) 

음식을 나르는 사람의 스텝이나, 잽싸게 음식접시를 집는 손님의 모습등이 순간 카메라로 포착한 듯한 그림인데, 장소는 창고 같지요? 곡식 걸어놓은 것도 그렇고. 땅바닥에 주저앉아 빵을 뜯어먹는 어린아이, 그 옆에서 술을 작은 용기로 옮겨 붓는 사람, 뻘쭘한 것 같은 악사들...그리고 죽이나 스프같은 음식 참 생생합니다. 
 


아래 그림은 화풍으로도 우리에게 익숙해서 금세 알수 있지요? 그렇습니다. 빈센트 반 고호의 작품입니다. 야간카페(The Night Café:Le Café de nuit)라는 작품입니다. 손님이 빠지고 난 카페에서 테이블에 머리를 박고 자는 사람도 있고 억지고 한팔로 자꾸 떨어지는 얼굴을 지탱하며, " 야 그래서..난 안 취했...냐, 넌 자냐? 그,그만 집에 갈까? 야, 야" 뭐 이렇게 혀가 꼬인 사람의 말도 들리는 것 같은 그림입니다. 사실은 돌아갈 집도 없는 지치고 피곤한 사람들의 모습일 수도 있겠구요. 1888년 작품이라고 하는데 요새하고 하나도 다른게 없는 술집의 풍경이 재미있습니다.


다음 작품은 고호의 초기 작품입니다.  제목은 '감자먹는 사람들(The potato eaters)' 입니다. 프랑스로 가서 인상파 화가들을 접하기 전에 그린 그림이라고 합니다. 위키를 찾아보니 고호는 농부들의 생활을 리얼하게 그리기 위하여 모델들도 일부러 잘생긴 사람들을 고르지 않았다고 합니다. 1885년 작품이라고 하는데 감자와 함께 마시는 음료는 커피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래 작품은 누구의 작품인지 눈에 금세 들어옵니다. 고호의 친한 친구이면서, 타히티에서 많은 작품을 그린 고갱의 그림입니다. 제목은 '식사: 바나나가 있는 정물' 입니다. 탄수화물이 많아 식사로 먹을 수 있는 바나나 같은 열대과일을 테이블위에 올려놓은 아이들의 모습입니다. 매일 이렇게 먹으라면 힘들겠지만, 가끔씩은 이렇게 식사를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래 그림은 아주 눈에 익지요? 마네(Édouard Manet)의 걸작 '수풀위에서의 점심( The Luncheon on the Grass (Le déjeuner sur l'herbe) 입니다. 왜 여자만 벗고 남잔 다 옷을 입고 있냐구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1863년 발표 당시에도 이 작품은 그래서 화제가 되고 논란의 대상이었다고 합니다. 어쨌거나 그림속의 여자분들이 춥지만 않았으면 참 즐거운 점심이었을 것 같습니다.


한쪽은 옷을 입고 한쪽은 안입고 이런게 불공평한 것 같으면 여기 둘 다...안 입은 작품이 있습니다. 폴 세잔느의 '나폴리에서 점심먹은 뒤'라는 작품인데 제목은 해설서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아무튼 두 남녀가 맛있게 점심을 먹고 침대에 누워 사이좋게 지내고 있는데 하인이 홍차인지 커피인지를 식후 디저트로 가져다 주는 그림입니다. 먹고, 사랑하고, 마시고...참 좋은 하루인 것 같습니다. 뭐, 제가 이런 걸 부러워해서 올린 그림은 아닙니다. 마네 그림만 올리자니 남녀 평등이 걸려서, 골라본 겁니다.
 


먹고 마신다는게 사는데 있어서 워낙 중요한 일이라 많은 작가들이 식사와 관련하여 많은 작품을 남겼습니다. 기회가 닿을 때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이런 작품들을 미술적인 지식이나 소양, 이런 거 관계없이 그냥 먹는 거에만 관심을 두고 보아도 재미가 있습니다. 

처음으로 올리는 브런치 글은 여기서 접습니다. 앞으로 이런저런 먹고사는 이야기를 올리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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