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가 되지 않으려 애쓰는 예술가

13. 나는 나를 의심한다

by Hyunseok YOON



말해지지 않은 것들을 위한 18개의 노트

1부 - 경계에 머무는 사람

1. 예술가가 되지 않으려 애쓰는 예술가
2. 확신이 없는 사람의 세계
3. 나는 왜 자꾸 사라지려 하는가
4. 부끄러움과 자랑스러움 사이에서
5. 내가 만든 것이 나를 만든다
6. 흔적은 때로 말보다 무겁다

Interlude - 머물렀던 자리로부터

2부 - 조용한 무게들

7. 결핍이라는 출발선
8. 말보다 오래 남는 것들에 대해
9. 이름 붙일 수 없는 감정에 대해서
10. 응시와 침묵 사이의 나
11. 존재는 때로 아주 작고 조용하게 지나간다
12. 무응답이라는 대화

Interlude - 조용한 무게들을 향해

3부 - 나를 지나가는 감정들

13. 나는 나를 의심한다
14. 사라지지 않기 위한 방식
15. 무언가를 만들지 않아도 괜찮은 날
16. 조각난 하루들을 꿰매는 일
17. 감정은 늘 조금 늦게 도착한다
18. 나는 여전히 예술가가 되지 않으려 애쓴다





13. 나는 나를 의심한다








나는 자주 나를 의심한다. 이 감정이 진짜였을까, 이 말이 정말 솔직했던 걸까. 때론 내가 만든 것들조차, 나를 감추기 위한 말들처럼 느껴질 때가 있고, 방금 쓴 문장 조차, 정말 내 마음이었는지, 아니면 그렇게 보이고 싶은 마음이었는지 되묻게 된다. 그래서 나는 이 작업들이 내 안에서 나왔는지조차 불확실할 때가 많다.








얼마 전, 오랜만에 지인에게 메세지를 받았다. 내 글을 읽었다는 그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런 말 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너, 되게 외로워 보였어.”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방금 전까지의 나를 잃어버렸다. 그게 정확히 나의 감정이었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 나는 정말 외로웠던 걸까? 아니면, 그런 사람처럼 보이고 싶었던 걸까?








그런 날엔, 모든 것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아침에 눈을 뜬 순간부터 내 감정조차 낯설다. 웃고 있지만 웃는 이유를 모르겠고, 뭔가를 하고 있지만 그게 왜 필요한지조차 스스로 설득하지 못한다.








때로는 내가 만드는 것들조차, 그저 외면을 꾸미기 위한 장치처럼 느껴진다. 어떤 문장을 써놓고도 다시 지우고, 카메라를 들었다가도 괜히 접고, 편집을 하다가도 ‘이게 무슨 의미가 있지’ 싶어 작업을 멈춘 적도 많다. ‘이걸 왜 만들었지?’ ‘진심이었나?’ ‘이건 과연 나인가?’ 그 질문은 작업 너머로 번져 나와 나라는 사람 자체를 흔든다.








그럴 때면 나는 진심과 연출 사이를 끊임없이 오간다. 가장 솔직하게 꺼냈다고 생각했던 말들도, 시간이 지나면 부끄러워지고,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다르게 느껴질 때면, 그 순간의 진심조차 의심하게 된다.








그 모호한 경계 위에서 나는 나를 자꾸만 되묻는다. ‘흔들리는 마음은, 거짓된 마음일까?’ ‘진심이 항상 같은 모양이어야 하나?’ ‘지금 이 감정, 정말 너야?’ 그리고 그 질문 끝에는 늘 또 다른 질문이 남는다. ‘그렇다면 너는 누구야?’








나는 흔들리고, 멈추고, 다시 돌아서기도 한다.누군가의 한마디에, 혹은 아무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그 침묵 속에서도 나는 스스로를 끊임없이 해체하고, 조각난다. 그 흐름 안에서 어떤 감정은 쌓이고, 어떤 감정은 흘러가고, 또 어떤 감정은 지나간 뒤에야 그 의미를 남긴다.








그 물음 끝에서 나는 조금씩 배워간다. 그 의심이 나를 무너뜨리기만 하는 건 아니라는 걸. 변해가는 마음도 진심일 수 있다는 걸. 의심은 나를 다시 바라보게 만들고, 지금 느끼는 불안도, 결국 나라는 감정의 한 결이라는 걸. 그 속에서 나는 비로소 내가 지나온 감정의 결을 조금씩 더 선명하게 이해하게 된다.








의심은 두려움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나를 가장 깊이 들여다보게 만드는 입구이기도 하다. 나는 그 안에서 내 진심이 얼마나 자주 바뀌고, 얼마나 자주 망설이는지를 목격한다. 그 모호하고 불완전한 나날 속에 오히려 진짜 내가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마저 나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이제는 조금씩 그 모호함을 견디는 법을 배우고 있다.








나는 여전히 나를 의심하고, 그 의심 속에서 나를 바라본다. 그리고 그 반복 속에서 나는 비로소 내가 지나온 자리를 조금씩 이해하게 되고, 조금씩 나를 더 닮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