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하나 기가 막히네<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룰루 밀러_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by 해찌
출처 : 교보문고


“넌 개미 한 마리보다 덜 중요한 존재라고 할 수 있지”


‘혼돈’ 만이 유일한 지배자라고 알려준 저자의 아버지 말과 같이 우리 생은 의미라고는 찾아볼 수 없이 보잘것없는 것일까?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세상에서 삶에 대한 의미를 찾아가는 저자의 여정을 보여준다. 저자는 이 여정을 어류 분류학자인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삶을 끈질기게 추적하는 방식으로 전개한다. 조던은 자신의 삶이 두 번이나 파괴되는 것을 보면서도 초월적인 힘으로 더 크게 재건하여 자신을 더 높은 곳으로 데려간 인물이다. 하지만, 조던이 과연 롤 모델로서 적합한 사람일까? 페이지를 넘기면서 반전이라면 반전인 한 인물의 생각지 못한 양면성이 책에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데이비드 조던 스타는 유명 생물학자인 루이 아가시의 제자로 어류학자가 되었고, 어류학 분야에 많은 공헌을 함과 동시에 스탠퍼드 대학의 초대 총장이 되는 영광을 누리게 된다. 하지만, 그의 인생도 그리 평탄하지는 않다. 1883년 그의 어류를 담은 수집품이 화재로 인해 소실이 돼버렸고, 1906년 샌프란시스코 지진으로 인해 또 한 번 그의 수집품이 모두 박살되는 악몽을 겪는다. 하지만 그는 불굴의 의지로 이번에는 물고기 피부에 바늘을 찔러 넣어 이름표를 꿰매는 방법으로 자신에게 닥친 불운을 대응한다. 우리의 사정을 봐주지 않는 혼돈만이 지배하는 이 세상에서 그를 계속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힘은 무엇일까? 이런 절망 속에서 빛나는 그의 끈질긴 의지에 나조차도 조던이라는 인물에 매료되어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하지만 전개는 급격히 틀어지기 시작한다.


저자는 표면적으로 드러내지 않지만, 조던의 후원자인 제인 스탠퍼드의 사망이 약물에 의한 것이고, 조던이 그 사건에 책임이 있음을 넌지시 던지고 있다. 더욱 절망적인 것은 원치 않는 불임수술을 받게 해 많은 피해자를 발생시킨 책임 또한 조던이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조던은 우생학의 대변인이었으며, ‘부적합’ 하다고 판단되는 사람들의 강제 불임수술에 노골적인 찬성 표를 던지는 인물이었다. 그는 다윈의 종의 진화의 개념은 받아들였지만, 변화하는 세계에도 여전히 세상은 계층 구조에 의해 지배된다는 낡은 믿음을 고수했다. 그의 일생을 받친 어종의 분류는 결국 인간도 분류하는 지경에 이르러 혼돈이 지배하는 세계에 끔찍한 질서를 만들려 했다.


‘우리는 점 위의 점 위의 점이다.'


누구도 저 닐 디그래스 타이슨의 말을 오해하여 조던과 같은 과오를 저지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아저씨는 칼 세이건에 이어 코스모스 2014년판 다큐 호스트이며, 저 뜻이 ‘우리는 먼지 와도 같은 보잘것없는 삶이다’ 라고 말할 만큼 염세적인 인물이 아니다. 아마도..?) 우리가 무한한 우주 속 텅 빈 공간 속에 존재하는 점 중의 점이라면, 그것은 오히려 기가 막힌 축복이 아닌가 싶다. 광활한 우주의 작은 점 속에 나와 같이 사유하고, 감정을 느끼는 존재가 있다는 것만으로 위로와 안심을 가져다준다. 나는 시니컬함도, 요즘 유행처럼 번져가는 쿨병도 싫어서 ‘민들레 법칙’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는 저자의 따뜻한 시선이 가장 인상 깊었고, 한 생명이 중요해 보이지 않을지라도 서로에게 대체하지 못할 우주적 존재이니 서로 간에 인류애를 실천했으면 좋겠다.


어떤 시련에도 굴복하지 않는 한 인간의 인생에 대해 경외심을 표하는 전기로 시작하다가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책의 내용뿐만 아니라 독자의 생각마저 뒤집어 버리는 전개 방식이 흥미로웠다. 특히나 이것이 논픽션이라는 부분에서 더 경악했고, 한 편의 잘 짜인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착각을 하게 할 만큼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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