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올리버 색스_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by 해찌
출처 : 교보문고

책의 제목만 보았을 때, '질병'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못했다.

이는 비유적인 표현이라고 생각했으나, 실제로 아내의 머리카락을 모자로 착각한 사람에 대한 에피소드가 담긴 내용이라 꽤 신선했다.

책에 적힌 스물네 개의 사례 모두 단편집을 읽는 것 같은 재미를 주어 페이지 분량이 많음에도 몰입감 입게 읽을 수 있었다.


읽고 난 후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는데,

그중 하나는 90세의 쾌활한 할머니 나타샤K에 대한 에피소드인 '큐피드 병'이다.

'병'이란 듣기만 해도 가슴이 철렁할 정도로 불쾌하고 부정적인 상태로 인식하는 게 일반적이나, 나타샤 할머니의 경우 병이 호전되거나 악화되지 않는 '딱 이정도로만!'을 요구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젊은 시절에는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었던 매독이 70년 후에는 노년기의 축복으로 발병한 것이다. 반면에 미겔의 경우 나타샤 할머니와 유사한 질병을 앓고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창의력이 죽어가는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여기서 저자는 중독이나 병에 의해 해방과 각성이 일어나지 않는 한, 정신과 상상력은 무뎌진 상태로 잠들어 있다는 사실이 역설적이고 잔인하다고 표현했다.

이런 특수한 경우의 질병뿐만 아니라 일반인들 역시 휴식이 길어지는 경우 더 이상 휴식이 아닌 무기력의 상태에 진입하게 되고, 이 수렁에 한번 빠져버리면 마치 뇌가 더 이상 작동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 마냥 헤어 나오는게 어려운 상태가 되는 경우를 나 또한 종종 겪어본 바이다.


또한, 이전에 불면증과 과도한 스트레스로 단기간 신경안정제를 복용한 적이 있는데, 이때에도 약물 복용 시 스트레스는 경감됨을 느꼈지만 그와 함께 평소에 느끼던 감정(분노/기쁨/슬픔 등) 들 또한 무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노래를 들어도 아무 감흥이 없고 영화를 봐도 재미조차 희미하게 느껴지는 상태였던 것 같다. 일단 가장 큰 원인이었던 스트레스는 해결이 됐지만 마음이 평온해진다는 것이 행복을 가져다 주지는 않았으며, 왠지 모르는 답답함에 약물을 중단했었던 경험이 있다.


이런 경험이 있어 '큐피드 병' 에피소드가 가장 기억에 남는데, '건강하다'라는 것을 '현재 맑은 정신으로 행복한 삶을 산다'라고 정의한다면 나타샤 할머니 혹은 미겔은 각각 건강하다고 할 수 있을지 환자라고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결론적으로 책의 저자가 강조하듯 우리는 질병을 가진 사람들을 대할 때 그 '질병'자체에 포커스를 맞출게 아닌 먼저 그 사람에 대한 관심을 기반으로 질병을 이해해야 하며, 질병을 치료하는 게 아닌 사람을 치료하는 것에 목적성을 두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