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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건희 Apr 03. 2022

잠을 깨기 위해서 쏟는 커피와 같은 사교육

비싼 커피 잠깨려고 쏟는 행위가 사교육이다.


잠을 깨기 위해서 커피는 마시는 게 아니라 쏟아야 한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라는 인터넷 짤로 돌아 다니는 글을 읽었다. 입시도 비슷해 보인다. 아이의 영유아기 때 행동 보면서 천재 같다는 이야기 많이 한다. 초등학교 때까지 대부분 부모가 자기 자녀는 서울대나 연고대 입학할 것으로 알고 있다. 중학교 입학하면서 인서울로 변해가고 고3이 되는 순간 인서울은 고사하고 효도하는 측면에서 지방에 국립대라도 입학했으면 좋겠다는 이들이 있다.


대다수 가구에서 자녀를 입시학원에 보낸다. 통계청에 ‘2021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은 약 23조4,000억 원으로, 전년 조사인 19조4,000억 원에 비해 4조1,000억 원이 급증했다. 나는 이 돈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안 된다. 우리나라 30만 내외 되는 도시의 1년 예산이 1조 내외라고 한다. 전국에 2, 30개의 구와 시를 운영할 수 있는 예산이 순식간에 사교육비라 들어간다는 이야기다. 


코로나19 이후에 입시학원이 힘들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던 사람들 웃기는 소리를 했다. 학교는 문을 닫아도 입시학원은 건재했고 더욱 확장했다. 


이전에 학교의 강제 야자나 보충수업 없애고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면 청소년활동이 활성화될 거라고 믿었다. 자유로운 교육과정 운영하는 선진국과 같이 방과 후에 자율적으로 사회참여도 하고 진로활동, 봉사, 체육 등 다양한 활동 하면서 자신이 꿈꾸는 일을 찾아가고 자유롭고 행복하게 삶을 살기를 원했다. 


이 후 강제 야자와 보충은 점차 감소했고 자율적으로 진행이 되고 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이전보다도 청소년 활동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 입시학원이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입시는 시험 중심의 줄 세우는 교육을 탈피하고자 수시를 늘리는 등 여러 노력을 해 왔으나 어느 순간부터 성적순이 공정하다는 사회적 담론이 강해졌고 정치권이 반응하면서 오히려 청소년의 입시는 과거로 회귀중이다.


두 가지 정도는 생각해 보아야겠다. 첫째, 학원에 보내면 내 자녀가 인서울 할 것이라는 확신이다. 엄청난 돈을 쓰는 데 과연 효과가 있느냐는 것. 확신하건대 극소수 학생을 제외하고 학원은 입시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만약 학원 보내서 인서울 했다면 70% 내외 학생들 모두 서울로 가야 한다. 지방 인문계고 한 반에 20명이 넘는 학생이 서울로 가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몇 명이나 인서울 하는지 아나? 비밀이다. 둘째로 인서울 했다고 치자. 그러면 자녀가 행복하게 잘 살 것이라는 확신이 있나? 


학원에서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선행학습이 아닌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보충수업이어야 한다. 그런데 학원은 선행만 고집한다. 보충은 학생들 수준이 모두 달라서 강사 인력이 많이 들어간다. 돈이 안 된다는 뜻이다. 선행학습은 모두가 처음이기 때문에 돈이 되는 장사다. 강사 한 명이면 최대 인원 교육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 선행학습이 좋다는 이야기는 학원 돈 벌게 해주겠다는 이야기와 동급으로 보면 된다.


오랜 시간 이 바닥에서 청소년을 만나고 있다. 수많은 10대의 삶을 보면서 알게 된 게 있다. 입시와 진학, 취업에 따른 삶의 만족도가 단순히 입시성적으로 결정지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 이야기가 씨알이 먹힐지 모르겠지만 한 마디는 해야겠다. 돈 낭비 하지 말라는 거다. 학원에 보내면 안심은 되겠지만 그곳에서 자녀가 무엇을 하는지 살필 일이다. 


차라리 입시학원 보낼 그 돈과 시간을 그들이 꿈꾸는 어떤 활동에 쓰시길. 아니면 입시학원 갈 돈 적금 들어 아이가 졸업할 때 하고 싶은 일을 하게 할 때 보태 주는 게 이롭다. 국가적으로도 너무 낭비다. 1년 23조 넘는 돈이 단지 대학입시를 위해서 쓰이고 그곳에 들어가는 고급인력들 생각하면 아찔하다. 사교육 넘치는 일은 10대 청소년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모두에게 절대 낭비다.


커피는 마시면서 그 향과 분위기를 음미하며 카페인이 몸으로 전해지면서 나타나는 여러 요인 등 고려할 게 많은 식품이다. 단지 잠을 깨기 위해서 커피를 쏟아 버리는 바보 같은 행위를 너무 큰 돈을 들이면서 행하고 있다. 비싼 커피 쏟는 행위가 사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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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새전북신문사 칼럼으로 기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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