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지의 항암일기 #1
이번에도 아부지는 별다른 문제없이 항암 치료를 마치셨다. 우리 집에 계시라고, 다음 주 검사까지 받고 내려가시라고 여러 번 말씀드렸지만 아빠는 끝내 집으로 내려가야 한다고 고집을 피우셨다. 그 마음 모르는 건 아니다. 딸 힘들까 봐, 괜히 짐 될까 봐 내려가려 한다는 걸 안다. 그럼에도 자식 된 입장에서는 괜히 짜증이 났다. 그 마음을 아니까 더 복잡했다. 보내드리고도 싶고, 보내지 않고도 싶은.
국립암센터에서 버스를 타고 백석역에서 내려 3호선으로 갈아타고 강남터미널에서 내렸다. 무슨 이틀 자는데 짐은 3박 4일 해외여행 수준이네. 가방도 어찌나 무거운지. 내가 든다고 해도 한사코 본인이 메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아빠 모습을 보니 자꾸 목이 메었다. 여전히 나에겐 아부지이고 싶으신 모양이다.
집으로 가는 버스는 세 시간 뒤에나 있었다. 아빠는 대전까지 가서 갈아타고 집에 가겠다고 하셨다. 걱정되는 마음을 누르며 “그려. 그런 것도 해보고, 연습도 하고, 배워야지.” 라며 태연한 척 말했다.
화장실을 다녀오는데 몸체만 한 가방 옆에 혼자 앉아 계신 모습이 어딘지 가엽고 쓸쓸해 보여 또 울컥했다.
그럼에도 “우리 집에 같이 가요”라는 말은 끝내 입 밖에 나오지 않았다.
버스 시간이 되어 아부지는 차에 올랐다. 자리에 앉은 아부지는 커튼을 젖히고 나를 찾고 계셨다. 나는 크게 손을 흔들었다. 아버지는 손짓으로 가라고, 이제 괜찮다고 한다.
나는 돌아섰다. 미련 없이.
나는 그런 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