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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민규 Jul 24. 2020

#아들과 함께 새로움 찾기_8

모기에 물린 승후

어느덧 본격적인 여름이 다가오면서 집 안에 불청객이 숨어 날아든다.


저번 달부터 승후가 자는 안방에는

대형 모기장이 펼쳐져 있고

기피제와 뿌리는 모기약 전자모기향 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승후에게는 단 한 마리의 모기도 날아들지 못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아직 너무 어린아이에게 모기는

2차 감염과 같은 병을 유발할 수도 있고

심각한 질병을 동반할 수도 있기에

각별한 주의를 두고 있지만 맘처럼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7월에 들어서 승후가 모기에 많이 물렸다.

팔, 다리, 뒤통수, 무릎 등 많은 곳에

모기가 흔적을 남겼다.

7월 초에 물린 모기 자국이 아직도 선명히

자리 잡고 있는 것을 보면

아직 성인처럼 회복의 속도가 빠르지 않고

가려움에 손을 댄 상처의 상흔이 꽤나 오래가는 것 같다.     


최근에 우리 부부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자기 전 30분에서 1시간 전에 모기약을 뿌려두고

베란다 등 주요 모기가 잠입해 있을 공간에

선제적이고 과감한 타격을 통해 사전 격추시키는

예방활동을 하고 있어

집에서 물리는 경우는 다소 줄었지만     

등원 길이나 하원길, 주말 산책 중에

모기에 물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제는 승후도 익숙해졌는지 모기약을 뿌리고

문을 닫아 놓으면 저 안에는 늑대가 있다! 괴물이 있다!

시간이 조금 지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코를 막고

기침을 콜록콜록하는 등

철저한 방역태세를 수립하는 것에

동의를 하는 듯 보이지만

독한 약을 뿌릴 때면 승후에게 해가 되지는 않을지

노심초사하게 된다.     


모기라는 존재가 아무리 생각을 해보아도 사람에게

이로움을 주는 점은 없는 것 같기에

모기는 나쁜 것이라고 자연스럽게 인식교육이 된 것 같고

“모기다!”라고 말하면 승후는 펄쩍 뛰며 양 손바닥으로 박수를 치며 모기 잡는 흉내를 낸다.  

   

가려움을 동반하고 웽웽거리는 달콤한 잠을 깨우는 소리

그리고 내 소중한 피를 빼앗아가는 해충이라는 인식 속에

모기는 때려잡아야 한다는 마음이 은연중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은 모든 사람이 동의할 것이다.     


승후에게 모기퇴치 팔찌를 채울 때나

자기 전 기피제를 뿌릴 때면

고약한 냄새 때문인지 거부반응을 보이는데

아직 무섭고 잔인한 흡혈의 무서움을 모르는 듯

모기를 때려잡으려는 승후의 행동을 보면

아마도 나의 행동을 보고 따라 하는 것에

흥미를 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파리 또한 마찬가지이다.

몇 달 전 시골에서 파리채라는 신문물을 접했던 그 날을 승후는 아직도 기억한다.

파리가 날아다닐 때마다 파리채를 들고 다녔던

나의 모습이 승후에게 꽤나 재미있고 신선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모기에 물린 승후는

가녀린 손으로 가려운 곳을 스윽 비벼대기도 하고

톡 치기도 하고

목욕 후, 바르는 모기약으로

조금이라도 가려움을 덜어주려 노력하지만

아직 승후는 바르는 약에 대한 거부감이 존재한다.


가렵다는 고통이 세상 어느 고통보다 무서운 것임을 알고

가려움이 해결되었을 때 과연 '해방'이라는 말과도 비교될 만큼 대단한 것임을 알기에

사실 죽어라 아파도 약을 잘 먹지 않는 편이지만

승후에게만큼은 약에 대해 관대하다.

(그래도 사실 최대한 약을 먹고 바르지 않았으면 좋겠다=촌놈근성)  


아들은 반창고 놀이는 매우 좋아하지만 힘들게

약을 발라주면 스윽 옷으로 닦아버리거나

나에게 약을 없애주라는 신호를 보낸다.

아직 '해방'이라는 희열을 느껴보지 못했을 터

곧 스스로 물파스나 연고를 찾는 날이 올 것이다.

(물론 그때가 되면 나는 최대한 조금씩만 바르게 할 것이다.=촌놈근성)  


시간이 지나 조금씩 진정되고 가라앉는 상태를 보면

내심 마음이 놓이는 것이 사실이지만

모기라는 놈이 또다시 언제 어디서든 아무도 모르는

시공간에서 승후를 공격할 것이 분명함으로 유난히 올해 극성인 여름 모기가 더욱 미워진다.

     

어렸을 적 파란 사각의 모기장을 나는 기억한다.

잠을 자기 전이면 아버지는 모기약을 뿌렸고 나는

꺼끌꺼끌한 모기장의 촉감이 재밌어

이리저리 뒹굴며 잠들기 전까지 장난을 치고

혹시 모를 모기의 침입을 막기 위해 마치 전쟁 속

불멸의 전사가 된 것처럼

완벽한 수비 태세를 확인하고서야 잠이 들곤 했다.     


어김없이 아침이 찾아오면 심한 잠버릇 때문에

이리저리 뒹굴다 밤새 나를 보호해주었던 파란 모기장이 그리도 좋았던지 한 마음으로 혼연일체 된 듯

서로를 끌어안고 있었던 모습이 생생하다.


그러다 보니 외부와 접촉된 피부에는 여지없이 모기가

냉큼 와 깨문 흔적들이 있었지만

지금 와 생각해보면 모기에 대한 나쁜 기억(가려움, 상처 등)은 전혀 기억나지 않고 오로지 모기장 속 즐거웠던

기억만 가득하다.     


삼십 중반의 나이가 되어서도 파란 모기장 속 ‘따스함’ ‘안정감’이 기억나는 것을 보면

그것은 가족을 위한 '배려'와 '가려움'이라는 작은 고통 또한 허락지 않는 부모의 사랑이 전해져 온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아들의 고운 피부에 상처가 나지 않게 하는 일,

가려움에 힘들어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더욱

꼼꼼한 보살핌을 전하는 일,

승후를 감싼 모든 것을 

'사랑'이라는 결정체로 채워나가는 일

그렇게 성장하고 보살핌을 받고 사랑의 기억을 이어온

이제는 누군가의 힘이 필요한 꼬마가 아닌
'아빠'라는 이름으로 성장한
내가 해내야 할 몫이 되었다.


다시금 파란 모기장 속 모기를 무찌르던

전장의 꼬마 전사와 같은 마음으로

먹이를 상대하는 맹수 같은 추격자의 모습으로

승후를 내 손으로 지켜내겠다.


작고 여린 어린 몸에 득이 될게 무엇이라고

자꾸 쪼아대는 모기에게 정중히 말한다


현관문 우측에 위치한 홀아비 냄새나는 방이 있다.

오늘 밤만큼은 이불을 걷어차고 기다리고 있을 테니

부디 내 피를 먹어다오!

그것도 아주 풍족하게 줄 준비가 되어있다!     


물론 다음 날 넌 사망할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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