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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ah Aug 02. 2016

나는 왜 개발자가 되었을까?

'아웃라이어'  자기 계발서? No,  육아 관련 서적

나는 독서량이 많지는 않지만 책 사는 것을 좋아한다. 

지식을 소유하고 싶은 욕구 때문에 책을 사는데 내가 책을 읽는 속도와 그걸 담아내는 두뇌의 용량은 크지가 않은지 자꾸만 읽지 않은 책들이 쌓여만 간다.

지금도 집에 읽지 않은 책이 5권쯤은 있는 것 같다.


한 3년쯤엔가 '아웃라이어'라는 책 제목을 우연히 보았다. 베스트셀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제주도 내려오고 지하철을 안 타서인지 한 동안 책을 보지 못하다가 작년에 다시 책을 봐야지 하고 샀던 책이 '아웃라이어'였다.

물론, 바로 읽지 않았다.

그때는 건축에 관한 책들을 한참 읽고 있었다.


http://book.daum.net/detail/book.do?bookid=KOR9788934933151


어쨌든 오랜 숙성 끝에 아웃라이어를 읽기 시작했다.

내가 알고 있는 사전 지식은 특정 분야의 고수(?)가 되기 위해서는 '10,000 시간 동안 노력해야 한다.'라는 내용이었다. 음악가, 도예가 등등. 소위 말하는 장인이 되기까지의 시간.

하루 3시간씩 10년을 하면 된다고 한다.


지금 나는 개발자로 일한 지 10년쯤 된 거 같다.


그런데 내가 아웃라이어를 읽으면서 내가 굉장한 오해를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3시간씩 10년 정도 무엇인가를 한다고 그 분야의 전문가나 고수가 되는 건 아니었다. 천재성도 있어야 하고 노력과 운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것들이 개인의 노력이나 기회보다는 자라면서 갖춰지는 조건들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사살이었다.


책에서 예를 드는 하키 선수, 비틀스, 빌 게이츠와 같이 한 시대를 풍미하며 살았던 사람들은 그들의 노력보다 그들의 기회가 더 많은 것들을 가져다줬다는 내용이다.


또한 아이큐보다는 태어나고 교육받은 환경에 의해서 한 사람의 성공(사실 성공이라는 말을 굉장히 싫어하는데 일단 쓰자.)과 더 관련성이 높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다시 생각해보면 여느 자기계발서와 다르게 '열심히 해도 안될 수도 있음'을 알려준 거 같다.


책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한 번 보시길. (제주도 사시면 빌려드릴 수 있습니다.)



자 각설하고 나는 왜 프로그래머가 되었을까?

내가 태어났을 때를 생각해보자.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부모님의 부자도 아니었고 높은 학력을 갖고 계시지도 않으셨다.

특이하다고 할만한 점은 아버지가 시계를 만드는 회사에 다니셨다.

그래서 집에 시계 부품들이 항상 널려있었고 난 원하면 언제든 시계를 분해해서 조립할 수 있었다. 그때를 추억해보면 다른 친구들은 '라디오 조립 대회' 같은 걸 했던 거 같다.

하지만 난 집에서 수시로 시계를 조립/분해하였다. 무브먼트와 그 밖의 부속들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아버지를 포함 외삼촌들 모두가 이과에 가까웠다. (전자과, 전산과, 기계과...)

고등학교 이과 문과 선택 시에 문과를 가야겠다고 생각해 본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당연히 나는 이과에 진학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컴퓨터.

내 또래 친구들은 초등학교 때 자연스럽게 컴퓨터를 접하게 되었을 것이다. (30대라고 치자...)

그 당시 컴퓨터는 일반 직장인 월급 2달치 정도였던 거 같다. 

굉장히 고가의 물건.

그런 컴퓨터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게임이 고작이었다.

'비싼 돈 들여서 컴퓨터 사줬더니 게임만 한다.'라는 부모님들의 잔소리를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차이가 조금 있었다. 다름 아니라 컴퓨터를 우리 집에 판 사람이 이모부였다. 그래서 이모부는 우리 어머니의 이러한 잔소리를 막아줄 대안을 마련해야 했다.

그래서 배우게 된 게 GW-BASIC 이었다. 그때가 88년도였으니 난 굉장히 어린 나이에 프로그래밍을 배웠다.

지금의 기억으로도 circle이라는 단어의 뜻을 모르고 'c(씨), i(아이), r(알), c(씨), l(엘), e(이)' 이렇게 알파벳만으로 명령어를 외워서 썼었다.



어쩌면 그 순간에 이미 내 직업적 기회가 주어졌을 수도 있다.

난 config.sys 나 auctoexec.bat 파일을 누구보다도 잘 튜닝했었다. 그래서 게임이 되지 않는 친구들의 집에 가서 부팅 파일을 튜닝해주고 안 되는 게임을 되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중학교, 고등학교 모두 컴퓨터 동아리에서 활동했다. (뭔가 특별히 배운 거 같진 않다.)



결국 내가 지금 프로그램 개발을 업으로 삼고 있는 데는 이러한 연관이 있는 것 같다.

다른 사람보다도 더 많은 기회가 있었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 업으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다.



나의 직업은 이렇게 결정 아닌 결정이 되었다고 치자.

그러면 나의 아이에게는 무엇을 보여주고 알려줘야 할까?

지금 내가 말하고 행동하는 것들을 아이는 자연스럽게 접하게 될 것이다. 내가 보는 TV, 내가 보는 컴퓨터 화면, 내가 듣는 음악들, 내가 먹는 음식들, 나의 말투, 나의 행동 하나하나 

결국 이런 것들이 아이에게 입력이 되고 자연스럽게 아이에 미래로 이어지는 게 아닐까?


결국 부모의 스펙트럼 안에서 아이의 직업, 미래가 결정되는 게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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