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난 각자 중소기업에 갓 입사하고 1년 정도 지났을 때, 결혼했다. 남편의 집안은 사업가 집안으로 승승장구하다가 결혼 2년 전부터 대기업과 소송만 3건을 하시며 모든 재산이 가압류되었고, 아직도 잘 모르지만 남편과 내가 결혼 준비할 때쯤 '파산'이란걸 하신 거 같다... 또르르.
그래서 결혼 시작 시에는 재산이란 게 없었다. 둘 다 중소기업이라 월급도 높지 않았기에, 1억을 모으는데만 약 3년이 걸렸고, 3년간은 먹고 싶은 거 입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거를 자제하고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다.
그래도 난 돈보다는 인성을 보고 택한 이 결혼이 최고의 선택이라고 여전히 생각한다.
그 이유는 첫째. 인성 좋은 사람이 궁극적으로는 성공한다.
아직 성공을 운운할 단계는 아니지만, 남편은 결혼 4년 차부터 회사에서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그는 결혼 4년 차에 첫 회사였던 최악의 회사를 뒤로하고 2번째 회사로 적을 옮겼다. 남편은 유학생으로 영어를 잘해 미주해외영업 수출분야에서 일을 시작했는데, 남편 말에 따르면, 수출은 을이고, 수입은 갑이니,무조건 갑이 되는 수입 쪽 일을 하겠다고 했다. 수입 분야 중에서도 수입했을 때 문제가 될만한 것들, 예를 들어, 깨지기 쉽다든지, 상하기 쉽다든지, 중량이 변하기 쉽다든지 하는 것들은 제외하고.
그렇게 고르고 골라 들어간 2번째 회사는 남편이 말한 조건을 다 갖추고 있는 회사였다. 그곳에서 남편은 대리로 시작해 과장, 차장을 거쳐 딱 3년 만에 부장이 되었다. 물론, 중소기업이니 가능했겠지만~ㅎㅎ
남편은 운이 좋았다고 얘기하지만, 난남편의 인성 덕이라는 것을 안다. 남편은 원하던 수입사 일을 하지만 본인이 당했던 것처럼 상대에게 갑질하지 않고, 정도를 지키며 항상 거래처에 잘 대해줬다. 차장, 부장급이 말해도 안 되는 것이 그의 입을 통하면, 거짓말처럼 성사가 됐다.
그리고 말의 중요성을 잘 아는 사람이라, 대표가 말도 안 되는 것을 얘기하며 떼를 써도, 거래처에게 상처를 주지않으면서 잘 얘기해 남편은 항상 거래처도 win 대표도 win 하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나 역시도 남편 덕분에 사회적으로 더 인정받을 수 있었다.Entj 특성을 지닌 나는 회사에서 일은 잘하지만 사회생활 요령이 적은 사람이었는데, 남편의 코치와 옆에서 듣고 보고하는 것을 통해 더 사회화되었고 내가 받을 수 있는 거보다 더 인정을 받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남편과 나 모두 결혼 시작할 때보다 약 2배 이상 월급이 상승했고, 결혼 초 방배 빌라 조그만 화장실 창문으로 보이던 꿈의 집'언제 나도 저런 곳에서 살아볼까~?'싶었던 방배 브랜드 아파트도 대출 없이 들어가 살 정도가 되었다.
둘째, 인성 좋은 사람과는 부부싸움이 없다
물론, 티격태격할 때는 간혹 있지만 크게 싸워본 적은 여태껏 한 번도 없다.
남편은 기본적으로 배려가 몸에 배어있는 사람이다. 해외 거래처와 소통하는 업무를 하는 남편은 일찍 출근하는 편인데, 일어날 때도 날 깨울까 싶어 조용히 나가고 본인이 샤워하고 나서 날 위해 항상 새 수건을 걸어둔다. 난 새 수건이 걸려있는지도 결혼 후 1년이 지나서 알았는데, 아침에 어두울까 봐 복도 등을 켜두고, 새 수건을 걸어두고, 원두를 커피머신에 새로 넣어두고.
내가 편안하게 씻고 회사를 갈 수 있도록 모든 동선이 편리하게 짜인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란 것을 나중에서야 알게 됐다. 배려있는 사람과 살면 삶 자체가 우아하다!
또, 남편은 집안일이 여자 일이 아니라 본인 일이라는 마인드가 강하다. 그래서 빨래가 쌓여있거나 하면 바로바로 하는 스타일이고, 화장실 청소와 같이 궂은일은 본인이 하려고 하는 편이다. 나 역시도 어지러운 집을 못 보는 스타일이라 여유가 있을 땐 전부 해놓기도 하지만.
그래서 한 번도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말해 본 적이 없고. 니 일, 내 일, 구분 지으며 살아본 적도 없다. 오히려 서로 내 일인데, 엄밀히 말하면 공통의 일인데 내가 해주면 남편이 고마워하고, 남편이 해주면 내가 고마워하며 그렇게 살고 있다.
부부싸움의 7에서 8할은 집안일 때문이라고 하는데, 인성이 좋은 사람과 만나면 부부싸움의 최소 70%는 줄일 수가 있다.
셋째, 인성 좋은 사람이 대화도 잘한다.
대화가 잘 되려면 상대방을 서로 존중해야 하고, 말을 왜곡하거나 곡해해선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이해심(상대방을 사정과 상황을 헤아리려는 맘)과 자격지심(열등감)이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성이 좋은 사람은 그래서 대화도 잘된다.
난 entj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간혹 직설적일 때가 있다. 그리고 틀린 것을 잘 집어 내기도 하고.ㅋㅋ
예를 들어, 까마귀를 까치라고 하면, 난 아무 생각 없이 '아 그건 까마귀예요!'라고 정정해 주는데, 자격지심 있는 사람은 길길이 날뛰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남편은 동일한 상황에서 처음으로 '한국어도 잘 기억이 안 나네. 알려줘서 고마워~'라고 했던 사람이었다.
남편과 데이트를 할 때인가, 한 번은 남편이 왜 이렇게 땀이 나는지 모르겠다고 했는데, 내가 '아, 그건 오빠가 뚱뚱해서 그래요~^^'라고 한 적이 있다. 남편은 어이가 없는지 한참 웃으며, 뚱뚱하다는 말을 첨 들어봤다고 했다. 모르긴 몰라도 보통 덩치가 있다, 체격 좋다는 말은 해도 사람 면전에 대놓고 뚱뚱하다는 말을 하는 사람은 별로 없긴 할 거다. 저런 말에도 그는 내가 자신을 좋아하는 것을 아니까 악의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화를 내지 않고, 귀엽게 봐주었던 거 같다.
뚱뚱하다는 말을 안 하는 게 첫 번째이지만, 사람인지라 간혹 실언할 수 있다. 인성 좋은 사람과 대화하면, 이해심이 넓어 실수도 너그러이 넘겨준다. 그래서 보다 편안한 맘으로 대화할 수 있기에 대화가 더 풍성하고 진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