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잡을 수 없이 우울해서 견디기 힘든 날들이 있다.
그럴 때는 하던 일을 멈추고 밖에 나가 시원한 공기를 마시고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며 기분 전환을 해야 하는데, 너무 바빠서 그게 어려웠다. 그 단순한 행위를 하는 데에도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단 걸 얼마 전 깨달았다.
새콤달콤한 디저트를 먹으면 기운이 날 텐데. 새콤해서 눈을 꾹 감게 되면서, 또 달콤해서 어느 샌가 행복에 스며드는, 그런 맛이 나는 케이크.
유자 롤케이크
* 바닐라 롤케이크 시트
바닐라빈 페이스트를 넣어 시트를 만든다. 정사각 5호 틀에 바닐라 반죽을 굽는다.
* 유자 커드 크림
달걀노른자 한 개, 유자청, 설탕과 버터로 유자 커드를 만든다. 버터를 제외한 모든 재료를 냄비에 넣어 약불에서 저으며 끓이고, 살짝 되직해지면 불에서 내린다. 커드가 식기 전에 버터를 넣어 섞고 냉장고에서 차갑게 식힌다. 만든 커드에 생크림을 넣어 가며 휘핑해 유자 커드 크림을 완성한다.
식힌 시트에 크림을 바르고, 롤케이크를 돌돌 말아 냉장고에서 2시간 정도 굳힌다.
* 샹티 크림과 유자청, 피스타치오 장식
생크림과 생크림 1/10 분량의 설탕을 넣어 휘핑해 샹티 크림을 만든다. 몽블랑 깍지로 케이크 윗면을 모두 덮고, 유자청을 올린다. 피스타치오를 잘게 다져 윗면을 장식하면 케이크 완성.
새콤달콤하고 꾸덕한 유자 커드 크림, 바닐라 풍미 듬뿍 나는 폭신한 시트, 부드러운 샹티 크림과 쫄깃하게 씹히는 유자청.
오늘의 케이크는 유자 커드 덕분에 맛있어졌다. 특히 윗면에 장식한 부드러운 크림과 안쪽의 꾸덕한 유자 커드 크림의 식감과 맛과 향이 계속해서 포크질을 하게 만든다.
포크로 누르면 폭 들어가는, 폭신폭신한 바닐라 시트와도 잘 어울린다. 시트의 은은한 바닐라 향과 유자의 상큼함이 이 케이크의 포인트인 것 같다.
몽블랑 깍지로 자연스럽게 장식한 생크림도, 윗면에 얹은 유자청과 다진 피스타치오도 케이크의 맛과 모양을 살려준다.
언젠가 그런 글을 올린 적이 있다.
‘유자차’라는 제목의 짧은 시.
사실 그 당시의 나는 내가 그렇게 유자를 좋아하는지 몰랐다. 나 새콤달콤한 유자를 좋아하는구나, 오늘에야 알았다.
새콤달콤한 디저트는 우울한 기분을 달래준다. 길게 이어지지는 않을 수도 있지만, 이 즐거움이 행복으로 향하는 시작이 되기를, 그렇게 바라본다.
다음엔 무슨 케이크를 만들까?
_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