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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청안 에세이작가 Jun 24. 2020

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니, 인생이 아주 조금 달라졌다

이청안 산문집  "가장 빛나는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와 관련된 이야기


오늘(6월 23일) 내 책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출간 당일(6월 17일 기준) 교보문고 시에세이 부문 103위였던 순위는 그 다음날 36위, 또 30위, 그다음 날은 28위, 좀 더 올라서 24위,  급기야 오늘은 18위까지 올라갔다. 그리고 역사적인 오늘. 잊지 못할 6월 23일. 내 책이 네이버 녹색 검색창의 '베스트셀러' 빨간딱지를 받게 되었다.





이 인증 마크를 처음 확인한 그 순간, 기쁘면서도 얼마나 얼떨떨하던지 사실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 대형서점의 순위 선정 방식은 '며느리도 모를' 것이다. 그래도 책 순위가 자꾸 올라가는 것을 보니, 출간 첫 주 순위 선정 방식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어떤 유리함'이 있다는 판단이 선다. 그렇지 않고서야 광고를 팍팍하지도 않는 이 책이 이렇게 사랑받을 수 있었을까.


다음 주가 되면 어느 정도 신간으로서의 관심과 호기심이 사라져 순위가 떨어질 것을 예상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베스트셀러'라는 단어에 집착하게 된다. 아, 나도 사람이었다. 순위에 연연하고, 집착하고. 힘겹게 오른 길, 기대치보다 높이 오른 길, 고지를 눈 앞에 두고서 가파른 내리막을 밟아가며 내려오기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마음을 비우고 안정을 찾고 잔잔한 호수 같은 평정심으로 "내려놓아야지" 하면서도, 그게 잘 안된다. 책을 낸 그 자체에 의의를 두자고 생각하면서도 욕심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어떤 검증도 없이 단지 내 글만 믿고 지지하며 여기까지 함께 와준 출판사에 손해를 끼치는 것은 죽기보다 싫은 일이다. 어쨌거나 초판을 모두 소진하겠다는 각오로 나는 오늘도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책이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니, 인생이 아주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느낀다. 일단 주변의 시선이 조금 달라졌다. 글 쓰는 것에 소질이 있다는 것을 알고 계셨던 분들도 '책을 낸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해주시고 '대단하다'고 높이 평가해주셨다. 친한 언니는 "이제 만나기 힘든 것 아니냐"고 하면서 괜스레 놀리기도 하고. 이제 겨우 '작가' 타이틀을 달게 되었는데, '직장인(본캐)'과 '작가(부캐)'사이에서 약간의 혼란이 생기기 시작했다. 더욱이 나는 본명을 두고 필명으로 책 내기를 선택했기 때문에, 그 간극에서 오는 혼란스러움이 종종 나를 어지럽게 했다.  (예를 들면, 내 본명+ 작가님으로 불러주시는 분들께는 필명+ 작가님으로 정정 요청하였고, '이청안'이 누구냐고 묻는 친구들과 지인들에게는 필명을 지은 이유와 과정에 대해서 설명해야 했다.)




오늘은 특히 난리가 났다. 많은 분들이 도와주시고 책을 아껴주신 덕분에, '베스트셀러'인증을 받게 되었음에 감사 메시지를 보냈는데 모두 본인의 일처럼 기뻐하고 축하해주셨다. 한 친구는 그동안 열심히 살아온 것에 대한 '보상'이라며 '마음껏 즐기라'고 했다. 책을 출간한 날 이후 매일 울고 있다. 기쁨과 감사의 눈물이 매일매일 줄줄 흐른다. 나와 내 책을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는 많은 분들의 따뜻한 격려가, 구매인증샷이 SNS 메시지 등이 나를 눈물로 적신다. 회사에서는 이미 많은 임직원들이 '우리 직원이 책을 냈어요'하며 같이 홍보해주시고, 몇몇 임원께서는 개인 카드로 10권씩 구매를 해주셨다. 우리 부장님은 "이 대리가 평소에 덕을 많이 쌓았나봐?"하면서 순위가 올라갈 때마다 같이 기뻐해 주시고, 우리 팀장님은 평소 운영하는 개인 블로그에 자체적으로 '내 책 서평단 운영' 및 '책 추천 포스팅'까지 해주셨다. 부장님 말씀이 맞나 보다. '여태 헛살지는 않았구나'하는 생각을 한다.


그러면서도 한편 심각한 두려움에 빠진다. 그 두려움은 내 글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시작되었을 때, 칭찬이 아닌 비난에도 나는 견뎌낼 것인가 하는 두려움. 아직 시작되지 않은 부정적 평가에 대한 걱정이다. 이런  '유리 멘탈'이 더욱 염려스럽기도 하다. 나를 드러내는 것에 취약하고, 타인의 부정적 평가나 시선에 민감한 내가, 이제 '나의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책이 세상 밖으로 떠오르면서 받게 되는 적당한 주목과 호기심 어린 시선을 견뎌낼 수 있을 것인가. 나는 나를 안정적으로 또한 '정의롭게' 지켜낼 수 있을 것인가. 두려움의 물결은 끝없이 내 머리와 마음 사이 약 삼십 센티미터를 오간다.


내일은 또 내 인생의 어떤 부분이 조금 달라질까. 어떤 시선을,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그런 생각의 폭풍이 나를 잠 못 들게 하고, 또 동시에 내일을 기다리게 한다.  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니(정확하게 말하면, 책을 내고 나니), 인생이 아주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느낀다. 아주 미미하게라도 세상에 도움이 되고,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기 위하여 내일도 소중한 나를 잘 이끌어야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게 '가장 빛나는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을 테니까. 내 글로, 내 책으로 우리 부장님 말씀처럼... 앞으로도 덕을 쌓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 '가장 빛나는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라는 제목의 책을 썼습니다.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mallGb=KOR&ejkGb=KOR&linkClass=&barcode=9791185257945





***  책 읽어드리는 불면증 오디오클립 '책 읽다가 스르륵'을 연재 중입니다.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5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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