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을 마중하기

by 남정은

“혼자 살면 외롭지 않아요?"


종종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내가 혼자 지내면서 외로운 적이 있었나 되짚게 된다. 오히려 혼자 있을 땐 외로울 틈이 없었다. 일이 없을 땐 글을 쓰고, 산책을 하고, 집가축을 했다. 글은 생각을 정리하고 산책은 기분을 가다듬고 집가축은 욕심을 덜어내는 시간이었다. 사실 외로웠던 기억을 떠올려 보면 대부분 옆에 누군가 있었다. 외로움은 혼자 있을 때가 아니라 이해받지 못할 때 훨씬 강력한 힘으로 불쑥 내 마음을 덮쳤다.


혼자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그다지 곱지 않다. 너울가지 없는 사람 아니면 억척빼기라는 틀을 씌운다. 하지만 혼자여야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바로 나를 그느르는 일이다.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무엇이 필요한지, 왜 힘든지, 이런 질문에 가장 정확한 답을 찾으려면 온전히 혼자가 되어야 한다.


일단 밖으로 나가 누군가를 만나면 그 사람의 모든 언행이 내 마음에 자극으로 작용한다. 그것이 좋고 나쁘고 가르는 건 나중의 일이다. 자극에 반응하며 마음속에 쉴 새 없이 파문이 새로 그려지고, 그와 수반하여 크고 작은 감정이 방울져서 통통 튀어 오른다. 그래서 사람을 만나고 나면 온종일 물놀이를 하고 온 것처럼 녹초가 되었다.


푹 쉬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으면 마음속 물기가 서서히 말라간다. 그때 비로소 지난 감정을 헝그레 돌이켜 볼 여유가 생긴다. 예상하지 못한 곳까지 튄 물방울 얼룩을 정성껏 지워가며 내가 왜 이 순간 요동쳤을까 기억을 되새김질한다. 그렇게 하나씩 내 감정을 다 이해하고 나면 다시 누군가를 만날 힘이 생긴다. 만약 이런 과정 없이 잇달아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켜켜이 젖어든 마음 새에 곰팡이가 피거나 마음 자락이 이내 찢어져 버릴 것이다.


다른 사람이 없을 때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은 표정이다. 표정은 겉으로 드러난 감정이다. 하지만 내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나도 미처 인지하지 못할 때가 많다. 내 의도와 다르게 읽히는 순간도 부지기수이다. 이런 오해를 없애려는 노력 때문인지 나는 잘 웃는 성격이 되었다. 웃음은 웬만한 순간을 모두 매끄럽게 넘겨준다.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즐겁지 않을 때도 웃다 보니 웃는 게 피곤해졌다. 그렇다고 납덩이같은 무표정 상태로 두자니 상대방에게 실례였다. 혼자 있는 시간이 더없이 아늑한 건 감정에 표정이라는 형식을 입힐 필요가 때문이다. 굳이 감정을 전달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또는 꾸미지 않아도 된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해방감이 드는지. 추레한 옷도 편하게 입을 수 있다는 것보다 이것이야말로 혼자 있을 때의 가장 큰 장점이다.


물론 혼자 있으면 누군가와 함께 하고 싶고 대화하고 싶고 따스한 체온이 그리울 때도 있다. 하지만 외로움을 달래려고 누군가를 만나면 도리어 외로움이 짙어졌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한 가지 깨달은 사실이 있다. 외로운 시간은 나를 파괴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를 지켜준다. 내가 누군지 더 이해시키는 방식으로. 그런 시간이 쌓이고 쌓여 나는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면서도 나를 지키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 외롭다는 건 남이 필요하다는 게 아니라 나를 향한 사랑이 부족하다는 신호에 더 가깝다. 그래서 나는 틈틈이 혼자가 된다. 외로움이 나를 찾아오기 전에 외로움을 마중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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