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로 남은 남학생

by 남정은

이십대 초반, 트렁크에 헌책을 가득 싣고 버스에 올라탔다. 낑낑대며 버스에 올라타는데 기사님의 눈치가 보였다. 기사님은 어서 출발하고 싶은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하필 만원버스였다. 트렁크를 끌고 뒤쪽으로 조금씩 이동하는데 서 있는 모든 사람의 눈길이 한 번씩 내쪽으로 향했다. 집을 나설 때부터 이런 상황을 예상하긴 했지만 택시비를 낼 수 없었기에 감수해야만 했다.

힘겹게 내리는 문 바로 옆에 자리를 잡았다. 사람들이 내릴 때마다 트렁크를 내 몸에 최대한 밀착하며 나 또한 옹그렸다. 남은 정류장 수를 하나하나 꼽아가며 애타게 기다린 끝에 버스가 학교 캠펴스 안에 들어섰다. 나는 기쁜 마음으로 벨을 눌렀고 잠시 뒤 버스가 멈춰섰다. 그런데 웬일인지 앞쪽 문만 열리고 뒤쪽 문은 열리지 않았다. 나는 초조한 마음으로 운전석을 바라봤지만 기사님은 이제 막 올라타는 승객만 바라볼 뿐이었다. 애처로운 나의 눈빛 따위는 가 닿지 않았다. 여러 사람 앞에서 큰소리를 못 내는 나는 입엣말로 "어, 내려야 하는데……." 하고 멍청히 서 있었다. 이제 곧 버스는 출발할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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