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점 인생

영화일기 <프란시스 하>

by 지혜


어제의 일들은 잊어
누구나 조금씩은 틀려
완벽한 사람은 없어
실수투성이고 외로운 나를 봐
<이상은 - 비밀의 화원>



이렇게 글을 시작하면 진부하지 않을까 고민이 되지만, 이 가사는 내가 들은 위로 중에 가장 완벽한 위로다. 누구나 조금씩은 틀린다는 말,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말이 그렇다. 우리는 인생이 100점짜리이길, 완벽한 성공과 행복을 꿈꾸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그럼 불행한 건가? 아니다. 그냥 당연한 거다.


오랜만에 고등학교 친구를 만났다. 친구는 졸업하자마자 취업을 해서 이제 어엿한 3년 차 직장인이다. 친구는 만날 때마다 밥 사주고, 선물 사주고, 콘서트도 데려가 준다. 계속 얻어먹고 싶지 않은 마음에 이번에는 내가 밥값을 냈다. 문제는 금액이 내 2주 치 식비와 맞먹었다는 점이다. 집에 오는 길에 계속 후회했다. 그냥 얻어먹을 걸. (아님 반반이라도.) 친구한테는 별로 큰 액수도 아닐 텐데... 쥐뿔도 없으면서 자존심 챙기려고 하면 사람이 더 초라해지는 법이다. 문득 프란시스가 생각났다.


그녀는 어떤 인물인가. 보너스를 고급 레스토랑 비용으로 다 써버리고, 충동적으로 파리 여행 가서 시차 적응에 실패해 하루 종일 자다 오는 사람이다. 세상 물정 몰라 매사 어설프고 실수투성이다. 예술에만 몰두해도 될 만큼 집안이 부유한 건 아니고, 예술로 먹고 살기엔 재능이 애매하며 심지어 치열하지도 않다. 그만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는 편이 당연해 보인다. 그 씁쓸한 진실을 주변 사람들도 알고, 지켜보는 관객도 알고 있는데 그녀만 모른다.


결국 그녀는 무용수는 아니지만 재능을 살려 안무 감독으로 무대에 오른다. 비록 이름표를 접어 넣어야 겨우 들어갈 수 있지만 그래도 친구들 집을 전전하던 그녀는 뉴욕에서 자신의 집을 갖게 됐다. 그녀의 타협은 포기나 자조라기보다는 스스로를 알아가는 과정에 가까워 보인다. 내가 잘하는 것과 내가 못하는 것을 정확히 아는 것. 자의식을 접고 세상과 주파수를 맞출 때 역설적으로 사람은 성장한다.


그렇지만 무수한 타협 속에서도 절대 놓지 않을 소중한 것 하나쯤은 갖고 있으면 좋겠다. 이를테면 나는 저 노래 가사만큼의 깊이를 가진 사람이 되기를 꿈꾼다. 인생이 불완전하다는 것을 인정할 때 비로소 완전해진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 말이다.


<프란시스 하>의 키워드를 꼽아보자면 예술, 청춘, 뉴욕쯤 되지 않을까. 온갖 낭만적인 것들을 조합해 내놓은 결과물은 영 칙칙하다. 꿈도, 사랑도, 성공도 없다. 그렇지만 나는 이 영화가 현실의 채도와 비슷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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