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아서 재우길 잘했어

수면교육 실패의 현장

by 앨러디



호호는 머미 쿨쿨 좁쌀이불과 슬립빈, 쪽쪽이, 백색소음기를 모두 사용해서 70일경 통잠을 자기 시작했다.


8시쯤 잠들어서 새벽 3시까지는 깨지 않고 쭉 자준 덕분에 동생게에 아기를 맡기고 고기를 먹으러 다녀오기도 했고, 집에 친구를 초대해서 놀기도 했다.


거실에서 실컷 떠들어도 깨지 않는 호호를 보며 다들 복 받았다고 했었더랬지!


그렇게 행복한 두 달이 지나고 뒤집기 지옥이 왔다.


뒤집을까 말까 하다가 홀랑 처음 뒤집기를 했던 121일에는 막 설렜다. 뒤집기 하는 내 새끼 기특하고 장하고 또 뒤집어보라며 영상 찍고....


그렇게 처음 뒤집어보더니 그 후로 열흘 만에 뒤집기 마스터가 되어서 잘 때도 뒤집기를 시전 했다. 잘 때 뒤집는 게 마냥 신기하고 웃기고 귀여워 보였으나 곧 알아차렸다.


그게 웃을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뒤집기를 시작하면서 아기 몸을 눌러주는 머미 쿨쿨 좁쌀 이불과 슬립빈은 사용할 수 없게 됐다. 되집기를 방해하고 얼굴이 파묻힐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호호에게 안정감을 주던 묵직한 이불들이 없어지자 호호는 쉽게 잠에 들지 못했다.


겨우 쪽쪽이를 물려서 재워놔도 뒤집으며 빠지는 쪽쪽이 때문에 도리어 잠에서 깨기 일쑤였다. 다시 쪽쪽이를 물려줘도 또 뒤집고 쪽쪽이가 떨어지면서 울고, 난 자다가 눈도 못 뜬 채로 쪽쪽이를 찾아서 물려주고.... 매일 밤 반복했다.



그렇게 지옥 같은 한 달 반이 지나갈 무렵.. 잠을 이어서 자지 못하여 이성을 잃게 된 어미는 “저놈의 쪽쪽이를 끊어버려야겠다!” 는 극단적인 생각에 다다르게 된다.



그때가 170일쯤 되던 때였다.


쪽쪽이 때문에 잠을 중간에 깨고 못 잔다는 건 말이 안 된다는 결론이 내려지고, 서서히 끊어낼게 아니라 아주 단호히 하룻밤 사이에 없애버리고 재워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쪽쪽이를 단호히 끊어내고 새로운 수면 연관을 만들어주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아쉽게도 3-5일 만에 끊었다는 후기들은 내 이야기가 되지 못했다.



공부한 대로 수면 루틴을 만들어서 철저하게 지켰다. 기상시간도, 깨어있는 시간도 딱딱 맞춰가며 졸린 신호를 캐치하여 시도했지만 호호는 울다 잠들기 일쑤였다.



호호는 2주가 지나도 여전히 강한 빨기 욕구를 내비쳤다. 입면 타이밍에 무언가를 빨고 싶어 하는 입모양이었고, 애착인형이나 엄마의 체취가 묻은 손수건을 가져다줬지만 죄다 내팽개쳤다.



그래도 3주 차가 되며 결국 순응하는가 싶었는데, 갑자기 은호가 열이 나기 시작했다.


기침도, 콧물도, 설사도 없었다. 갑자기 38도 이상 열이 나기 시작하더니 해열제를 먹어도 그때뿐이고 약효가 떨어지는 시간이면 귀신같이 다시 38.5도를 넘어섰다.


이튿날 내원한 병원에서는 목이 살짝 부었다 가라앉는 중이라서 곧 괜찮아질 거라고 했지만 처방받은 약을 먹고도 열은 계속 났다. 그리고 열 보초를 서던 다음날 새벽에 체온계로 난생처음 40.3도라는 숫자를 봤다.



호호는 오한이 드는지 입술 색이 변하면서 온몸을 덜덜 떨고 제대로 울지도 못하고 있었다. 호호아빠는 그런 호호를 맨몸으로 껴안아서 체온을 나눠주고 나는 호호의 차가운 팔다리를 주무르며 119에 전화했다. 해열제를 먹이고 입술색이 돌아오지 않고 보랏빛이 되면 가까운 응급실로 가라는 말을 들었다. 가까운 응급실 연락처를 받았고 찾아보는 와중에 다행히 호호의 입술 색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아침이 되자마자 찾아간 소아과에서 돌발진일수 있다는 소견을 듣고 왔다. 약 먹이면서 체온관리 잘해주는 것 밖에는 할 게 없다고 했다.


해열제를 먹고 시간이 지나면 꼬박꼬박 고열로 치닫는 덕에 호호는 놀다가도 지쳐서 엎어져서 쉬는 시간이 많았고 수유량도 급감했다.


안쓰러운 마음에 열이 나던 그날부터 안아 재우기 시작했다.


밥도 잘 못 먹고 놀지도 못하는데 잠이라도 잘 재우자 싶어서, 생후 6주부터 눕혀서 재우는 걸 연습시키던 게 무색할 정도로 꼬박 5일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안아서 재웠다.





이쯤 되면 엔딩이 눈에 보이듯 훤하지.


결국 눕혀 재우는 것도 실패, 쪽쪽이 끊는 것도 실패다.


호호는 안아서 흔들어서 재우고 눕히면서 쪽쪽이를 물려야 잠이 드는 아기가 되었다.



수면교육은 아주 실패다.


눕혀놓고 나오면 혼자 놀다 자는 아기? 토닥이면 잠드는 아기? 모두 미디어가 만들어 낸 허상이 아닐까?

부럽고 신기한 마음으로 보게 된다.



그들과 달리 내 아기는 오늘도 내 품에 안겨 내 어깨에 침을 흠뻑 적셔가며 잠에 들었다. 아기가 잠에 든 순간 내 옷을 잡고 있던 손에 힘이 풀리며 스르르 손이 떨어진다.


출산 전부터 자신만만하게 생각해 오던 수면교육이 이렇게 와장창 대실패로 끝났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품에서 잠든 아기가 좋다.


언젠간 엄마품이 좁다고 스스로 침대로 가서 잘 날이 오겠지. 그런 생각하면 괜히 눈물이나는 주책바가지여서 그런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순한 맛인 줄 알고 뜯었는데 불닭이었던 나의 모유수유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