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수유는 날 미치게 해..
호호가 100일이 되기 전 어느 날 갑자기 코로나 걸렸을 때만큼 몸에 오한이 들기 시작했다. 침대에서 이불 두 겹을 덮고 있는데도 덜덜 떨렸다.
열이 엄청 빠르게 오르고 있는 게 느껴졌고 처음 쟀을 때 38.3, 따뜻한 물 마시고 잠깐 자고 일어났다가 쟀을땐 39.5,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집에 있는 타이레놀을 먹고 좀 괜찮아진다 싶었는데 새벽에 깨서 다시 쟀을땐 39.8까지 열이 올랐다.
열이 그렇게 올라서 아기 안고 일어나다가 휘청이기까지 했으면서 그날 밤에도, 새벽에도 꾸역꾸역 젖을 물렸다.
병원에 갔더니 급성 편도선염이라고 했다. 의사 선생님이 항생제 처방이 필요한데 모유수유를 잠시 중단할 수 있냐고 물었다.
젖을 하루라도 안 물리면 이 몸은 신기하게 더 이상 젖이 필요 없는 줄 알고 젖 생산량을 확 줄인다. 그리고 그렇게 줄어든 양을 다시 늘리기는 여간 어려운 게 아니라서, 약 먹으려고 잠깐 중단했다가 그대로 단유 했다는 이야기를 익히 들어왔다.
절대 안 될 일이었다.
약을 약하게 지어서 다 낫지 않고 재발할 수 있으니 푹 쉬고 면역력 관리 잘하시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을 마무리로 진료가 끝났다.
약 먹고 낫는 듯싶었지만 열흘 뒤 편도선은 더 심하게 부어서 침 삼키기도 어려웠다.
다시 고열, 병원 가서 같은 약을 처방받고, 또 모유수유하고. 그로부터 일주일 후, 처방받은 약을 다 먹고 이틀 만에 세 번째 고열로 병원을 갔다.
이쯤 되니 병원에서는 진지하게 혼합수유-단유를 권했다. 엄마 몸이 건강해야 아기도 잘 키울 수 있는 거라고, 요즘은 분유도 좋은데 이러면 엄마 몸 다 축나는 거라고.. 당연한 말들인데 눈물이 줄줄 났다.
한 달 반을 내리 아팠다. 열이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락내리락거렸고 약을 달고 살았다. 모유수유부가 먹어도 되는 약이라고 했지만 호호에게 미안했다. 건강하지 못한 모유를 주는 것 같아서 죄책감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모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건 호호를 위해서가 아니라, 내 내면의 어떤 욕구를 “모유수유”라는 행위가 채워주고 있었기 때문이 분명했다.
우울했다. 엄마가 몸관리 하나 제대로 못해서 모유를 고작 100일 먹고 끝낸다고? 여전히 젖은 잘 나오는데 내가 좀 더 버티면 되는 거 아닌가? 편도를 아예 잘라버려야 하나?
….. 젖을 안 물려도 아기가 날 지금만큼 좋아할까?
가만히 있다가도 분유먹일 생각만 하면 눈물이 줄줄 났다. 호호랑 나의 그 진한 유대가 끊길 것만 같아서 무서웠다.
열심히 젖을 빠는 호호의 모습을 보다가도 눈물이 났다. 다시는 이 모습을 못 본다는 생각에 열심히 젖 먹고 있는 호호를 사진으로 영상으로 찍고 또 찍었다.
내 모습은 건강한 모유수유의 모습이 아니었다.
완모맘의 모성이라는 포장지 아래에 감춰둔 건,
내 존재 가치에 대한 불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