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와 내 사이의 밀키웨이
갓 태어난 강아지들이 어미젖을 찾아서 야물 지게 빨던 영상을 본 적 있었다.
털이 채 마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든 살겠다고 여러 마리가 비비적거리면서 알아서 젖을 찾아 무는 걸 보면서 생명이란 참 신비롭다- 생각했었다.
“아기들이 엄마 젖을 찾는 건 모든 포유류에게 있는 강력한 본능이구나. 그러니 모유수유만큼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도 없지. 엄마 몸에 큰 문제가 없다면 모유수유가 당연한 거야.”
그렇게 나는 젖병 하나 안 사고 내 가슴만 믿은 채로 출산하러 갔다. 출산 병원은 모유수유 권장 병원이어서 호호는 태어나자마자 거의 바로, 제왕절개 후 하반신 마취가 덜 풀린 상태의 어미젖을 빨 수 있었다(!)
“어머! 호호는 진짜 기특한 아기예요~ 어쩜 이렇게 힘차게 빨지? 아버님~ 아기 입 오물오물 보이시죠?”
모유수유 전담팀의 간호사분이 오셔서 누워있는 내 위로 아기가 젖을 물 수 있도록 자세를 잡아주셨고, 호호는 정말 뭐라도 나오는 양 열심히 빨았다.
내 새끼가 이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한 가지 과업을 성취했다는 게 너무나 뿌듯하고, 신비롭고, 기특한 나머지 그 순간에 “젖이 안 나오는 그 순간까지 완모다!!”라고 마음을 먹었다.
아기가 바로 빨기 자극을 줘서인지, 내가 축복받은 가슴이었는지 초유부터 모자라지 않게 나왔다. 아기에게 계속 젖을 물렸는데 그 덕분에 젖몸살도 없었고, 5일 차부터는 내 젖 양이 너무 빨리 늘고 있으니 새벽에 유축을 너무 자주 하지 말라고 했다.
초유가 쭉쭉 나오면서 자신감이 붙은 나는 “완모”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제왕절개 후 훗배앓이는 “불로 달군 칼로 배를 쑤시는..” 정도의 고통이었는데, 이 고통을 참고서라도 아기에게 직접 젖을 물리고 싶었으니까 집착이 맞다.
엄마 젖이 이렇게나 잘 나오는데 분유 보충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병원에서부터 24시간 아기를 데리고 있으려는 나를 주변에서 말렸다. 간호사도 남편도,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엄마도, 시어머님도 모두 말렸다.
물론 손목이며 허리, 목, 어깨가 모두 아팠던 건 사실이다. 출산 호르몬으로 인해 관절들이 여전히 느슨해져 있는 시기인 데다가 수유 자세도 아직 익숙하지 않았고, 아기가 잘 물고 있는지 입모양이며 아기 자세를 신경 쓰느라 내 목은 항상 싱크대 수도꼭지만큼 구부러져있었다.
잠도 더 자고 싶었다.
신생아는 “먹고-자고-싸고”의 무한 반복인데 그 사이클이 3시간 단위였다. 1시에 먹기 시작하면 2시쯤 자기시작해서 3시 반쯤 일어나기를 24시간 동안 반복한다.
이건 잠고문이 확실했다.
새벽에도 이랬으니까 잠을 딱 세 시간만 연달아 자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분유먹일까? 하고 포기할 때쯤이면 어김없이 달콤한 소리가 들려왔다.
“아이고 산모님~ 호호는 모유만 먹는데도 체중이 잘 붙네요! 엄마 모유가 엄청 건강한 모유인가 봐요~우리 호호는 좋겠네~”
이 말을 들으면 부족한 잠이고 구부러진 목이고 안중에도 안 들어온다. 완모맘들 다 그럴걸!
그렇게 집 와서 산후도우미분이 오셨을 때에도, 그 기간이 끝나고 친정엄마가 왔을 때에도 그렇게 쭉 100일까지도 난 “완모맘”이었다.
빼액 울던 아기가 내 품에 안겨서 젖을 물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안정을 찾는다.
작디작고 부서질 것만 같던 아기가 내 젖을 먹고 탄탄하게 살이 오른다.
내가 살면서 누군가의 인생에 이렇게 필수적인 존재였던 적이 있던가.
이렇게 중요하고 절대적인 존재였던 적이 있던가.
호호에게 젖을 먹이면서 난 전에 없는 자기 효능감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모유에 대한 감상에 젖기 시작하면 아기와 나의 떼려야 뗄 수 없는 그 진하고 깊은 끈,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본능과 사랑이 얽힌 유대에 눈물까지 났다(!)
그래서 난 내 몸이 열심히 신호를 보내도 “완모맘” 타이틀을 쉽게 버릴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