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스러운 밤에 헐레벌떡 읽었던 수면교육책 추천
호호가 태어나고 병원-조리원-산후관리사가 있는 기간 까지는 어찌어찌해내고 있었다. 사실 내가 뭘 딱히 해냈다기 보단 나와 호호, 호호아빠가 찰흙 한 덩어리가 되어서 데굴데굴 굴러가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러다 덜컥 돌부리에 걸린 느낌이 든 건 호호 생후 6주 차다 될 때였다. 생후 6주 차부터 수면교육이 가능하다. 난 평소에 아주 단호한 사람이기 때문에 아기 수면습관 그쯤이야 뚝딱 해결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있었다.
아기가 너무 안쓰러워서 못하겠어요, 결국 안아서 재웠어요 -라는 말들은 쓸데없이 마음이 무른 사람들이 하는 말이라고 , 부모가 기준이 있으면 다 할 수 있는 거라고! 안눕법이든 퍼버법이든 우리 아기에게 맞는 방법 하루이틀 만에 찾아내고 1주면 뚝딱이라고 호언 장담했더랬지.
이쯤 되면 예상되겠지만, 꼭 드라마나 소설에서도 저렇게 호언장담하는 장면이 레드플래그잖아.
호호는 참 잘 게우는 아기였다. 밤만 되면 용쓰고 게우고 울고를 반복했고 그러니 젖을 물다 잠들어도 눕히면 깨기 일쑤였다. 깨면 바로 울기 시작해서 다시 안아 들고 거실을 무한 배회했다. 그렇게 혼돈의 일주일이 지나가는 동안 호호가 잠든 사이 틈틈이 수면교육 서적을 읽고 전문가들의 유튜브를 찾아봤다.
그렇게 내린 나의 결론 : 수면교육의 목표는 '눕히면 스스로 잠드는 아기'가 아니다! 내가 앞으로 행하는 수면교육의 목표는 이 세상에 태어난 지 6주밖에 안되어 온통 어리둥절 상태인 아가에게 "이 침대에 누워서 잠을 자는 거야, 잠자는 건 좋은 거고 자고 일어나서도 엄마는 옆에 있어."를 알려주는 것이다.
세부적으로 단계를 나눠보자면
1. 침대(일정한 장소)에 자리 잡고 잠드는 경험이 쌓여야 하고
2. 잠에 드는 과정이 아기에게 편하고 익숙해져서 예측가능해져야 하고
3. 자고 일어나서도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 것이다.
이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아기는 비로소 잠드는 게 "익숙한" 아기가 된다
그렇게 목표를 정하고 나니까 안눕법, 퍼버법 등 방법론을 공부해서 적용시킬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호호에게 적용한 것은 아래의 6개 원칙이다. 이 원칙들의 타당성, 논리는 하단에 정리해 둔 책에 근거한다.
1. 잠은 항상 같은 곳에서 재우기-낮잠밤잠 모두 같은 침대에서 재웠다.
2. 자는 곳엔 장난감이나 시선을 뺏을 만한 것 두지 않기.
3. 아기는 잠들고 있는 느낌을 어색하고 무서워한다고 한다. 그러니 재우는 동안엔 언제나 따뜻하게 달래주기-사실 가장 어려웠다. 나도 졸린데 몇십 분씩 칭얼거리는 아기 데리고 항상 온화한 표정을 짓기가 쉬울 수가 없지만, 잊지 말자!! 아기는 다른 무엇보다도 양육자의 표정과 감정을 가장 민감하게 파악해 내는 능력이 있다. 그리고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정색하고 거울 한 번 보고 오면 왜 은은한 미소를 지어줘야 하는지 단박에 이해할 것이다. 어두운 데서 그런 표정의 얼굴 보면 잠이 오려다가 달아날걸?
4. 안긴 채로 잠들었을 때 안 깨우려고 노력하지 않기. 갑작스러운 자세 변경에 놀라지 않을 정도로만 조심히 하고 아기가 살짝 깼다가 다시 잠드는 걸 반복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 본인이 잠드는 곳이 "침대"라는 걸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5. 침대에 눕히기 전에 항상 같은 노래를 3번 이상 불러주고, "이제 코 자는 시간이야." 같은 톤으로 알려주기 -아기도 나름의 기분 플로우가 있을 텐데 냅다 눕혀놓고 자라고 하면 "갑자기? 나 아직 저거 보고 있잖아ㅜㅜ"라고 느끼겠지. 자장가를 듣고 같은 말소리를 들으면서 "이젠 자러 가나 봐."를 느끼게 해 주는 게 포인트! 이것이 나와 호호의 짧고 간결한 수면의식이었다.
6. 자고 일어난 아기에게 활짝 웃어주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호호야, 잘 잤어?" 물어봐주기 - 이것 역시 3번만큼이나 어려운데, 아기는 시도 때도 없이 꼭두밤에도, 이른 새벽에도 잠에서 깨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기가 잠을 자고 일어나는 것이 "좋은 일"이라는 걸 인식하게 해 주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정해놓은 원칙들을 지키면서도 사소하게 궁금증들이 생겨났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 근거해서 내린 결론들을 정리해 보자면,
Q1. 안긴 채로 잠들어서 눕혔더니 깬 아기, 다시 안아서 잠들었고 눕혔더니 또 깨버린 상황에서 이걸 몇 번까지 반복해도 되는 걸까.. 이러면 아기가 잠도 못 자고 재우는 사람도 고생인데 차라리 안아서 재우고 말지
A1. 이건 재우는 사람의 체력과 인내심에 맞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도저히 못하겠는 날엔 그냥 아기를 안고 침대에 기대서 잔 날도 있다. 체력이 받쳐주는 날엔 세 번, 네 번까지도 반복해서 결국 침대에 눕혀서 재우는 걸 성공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눕혀 재우기를 성공한 날들이 쌓이면서 수면 습관이 생기는 거지, 어쩌다 한번 안아서 재운다고 해왔던 게 물거품이 되는 게 아니니까 너무 죽겠으면 안아서 재우고 심기일전하기!
Q2. 자는 줄 알았는데 뒤척이다가 게워낸 아기. 들어 올려서 토닥여주고 재울까, 그냥 넘어가도 될까
A2. 이미 수유 후 15분 이상 세워서 토닥이고 소화시키고 누운 상태라면 거기서 더 두들긴다고 소화가 더 되는 것도 아니다. 많이 게웠다면 기도로 넘어가지 않게 고개를 옆으로 해주고 옷을 갈아입혀서 다시 재워야겠지만, 침 흘리듯 옆으로 새는 정도의 게워냄은 닦아주고 그냥 재워도 잘잔다.
Q3. 눕히는 타이밍 도대체 언제일까? 어떻게 눕혀도 깜짝 놀라는 아기들은 어쩌지
A3. 보통 아기가 눈 감은 지 10-15분 정도 지나면 깊은 잠에 들기 시작한다고 한다. 그쯤 내려놓는데 내려놓는 순간에만 조심할게 아니라 아기가 놀라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게 몸의 각도를 기울여야 한다. 아기 엉덩이부터 살짝 내려놓고 목 뒤를 받쳐주는 손은 그대로 같이 목에 받친 채로 눕힌 다음 아기가 몸을 버둥거리는 걸 멈추고 한숨 돌릴 때 천천히 빼주면 된다.
Q4. 수면을 도와주는 다양한 아이템들!! 뭘 써야 하지?
A4. 속싸개, 스와들업, 머미 쿨쿨, 슬립빈, 입는 이불, 수면조끼, 백색소음기 다 써본 후기도 쓸 예정이다. 결론적으로 아기에게 맞는 게 뭘지 몰라서 저렴한 거부터 비싼 거 순서대로 사보는 것을 추천한다. 하지만 결국 나중에 뒤집기 할 때쯤이면 졸업해야 할 아이템들이라서 졸업하면서 크게 고생한다는 것을 미리 알고 시작하면 좋겠다.
위 원칙들을 지키면서 호호는 점점 누워서 자는 걸 편해하는 아기가 됐다.
트림시켜 주고 안아서 거실을 걷다 보면 자장가를 불러주기도 전에 뻗대고 몸통을 한껏 아래를 향해 활어처럼 파닥거리고 찡얼거렸다.
처음엔 멋모르고 달래주려고 계속 안은 채로 토닥여줬었는데 알고 보니 내려달라는 뜻이었다.. 눕히니까 조용해지는 마법 같은 순간을 경험했다.
48일 차부터 밤잠 드는 시간이 8시쯤으로 쭉 일정해지기 시작했고, 그때 잠들어서 새벽 1시까지 푹 자고 일어나는 기염을 토하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70일경 새벽 3시, 100일경엔 5시까지 자면서 잠 잘 자는 유니콘 베이비에 등극! 할 뻔했는데 100일의 기절이 찾아왔다..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실전에서 바로 쓰일만한 정보들이 많은 책이다.
“아 그러니까 당장 어떻게 하라는 거야ㅜㅜ ” 싶을 때 읽으면 마음의 안정이 오는 책.
개월수 별로 처할 수 있는 어려움, 수유플랜 예시 등이 자세하게 나와있고 관련 영상이 준비되어 있다. 밀리의 서재에서 읽어서 유튜브로 바로 연결되는 편리함을 경험했다.
스르륵 수면교육과 같은 저자의 책이다. 아기의 잠과 건강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 읽으면 좋은 책이다. 원더윅스나 잠투정이 오기 전에 미리 읽어두면 좋다. 스르륵 수면교육은 실전서, 이 책은 이론서 같은 느낌
수면 관련된 내용뿐만 아니라 육아 전반에 걸친 정보들을 근거에 기반해서 정리해 둔 책으로 “~카더라”를 거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분리수면이나 수면환경에 대한 과학적인 팩트들을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