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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닙 Feb 07. 2022

맘 약한 엄마와 고집 센 아기의 우당탕탕 수면교육

그래서 성공..? 실패..? 


육아 유머 중에 이런 게 있다. 


 아이가 가장 예쁠 때는? 잘 때. 
 가장 힘들 때는? 안 잘 때. 
 가장 기쁠 때는? 재우기 시작하자마자 잘 때.


임신했을 때 처음 듣고 깔깔 웃고 넘겼다. 이제 보니 이건 유머가 아니라 리얼리티다. 어느덧 11개월 차, 지금까지 육아하며 가장 어렵고 힘든 건 잠재우기다. 아마 세상 모든 부모의 영원한 난제가 아닐까.


별이는 태어난 지 열흘 되는 날부터 ‘나를 안아 재우거라’가 시작됐다. 조리원에 가지 않고 친정에서 지낸 환경 탓도 있을 것이다. 잠들기 힘들어할 때마다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아빠가 번갈아 안아 재워주니 이 얼마나 유유자적 안빈낙도한 삶인가. 한 달이 지나자 온 가족이 근육통에 시달렸다. 산후조리보다 아기 케어가 더 마음이 쓰였던 나는 결국 손목에 염증이 생겨 참을 수 없이 아팠다.


70일쯤 됐을 때 한계가 왔다. 아기띠 없이 양팔로 안고 거실을 돌아다니며 재우느라 팔과 날갯죽지가 떨어져 나갈 것 같았다. 잠투정이 심해 10분 동안 대차게 울다가 잠드는 아기였다. 깊이 자는 것 같아 침대에 내려놓으면 귀신같이 눈을 번쩍 뜨고 또 10분 동안 쉼 없이 울었다. 당시 낮잠을 하루 5번 잤는데 매번 이 사투를 벌였다. 잘 먹이고 잘 놀아주기도 바쁜데 재우느라 불필요한 에너지를 너무 많이 쓰고 있는 것 같았다. 


결국 수면교육을 해보기로 했다. 각종 책을 찾아보며 수면교육에 관해 공부했다. 아기를 울려서 지쳐 잠들도록 하는 것이란 오해가 많지만 그건 ‘목적’이 아니라 ‘과정’이다. 수면교육의 목적은 아기가 스스로 누워 잠들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 개념을 이해하고 나니 해볼 만하겠다 싶었다. 비록 내 심장은 늦여름의 물렁한 복숭아 같아서 울음소리를 10초만 들어도 터져버릴 것 같았지만.


여러 가지 수면교육 방법 중 안눕법을 시도했다. 아기가 잠들기 직전에 침대에 눕혔다가 심하게 울면 안아주고, 진정되면 눕히고, 울면 또 안았다가 다시 눕히기를 반복하는 방법이다. 첫날밤 1시간 걸릴 각오를 했는데 다행히 별이는 20분 만에 잠이 들었다. 오 하느님 아니 별님 감사합니다! 격한 감동을 받고 다음날엔 낮잠도 누워 자기를 시도했다. 첫날은 성공, 이후엔 실패의 연속이었다. 우연이었던 걸까? 얼떨결에 혼자 잠들기는 했지만 안겨 자는 달콤함을 잊을 수 없었던 걸까? 


별이는 결국 나흘 만에 밤잠마저 누워서 자지 않겠다고 저항했다. 며칠 더 수면교육을 해보다가 도무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다시 안아 재웠다. 무려 석 달을 더. 중간중간 체력이 못 버틸 땐 안눕법을 다시 해본 적도 있다. 몇 번은 성공했고, 대부분 실패했다. 


아기를 안아 재우는 게 얼마나 힘든지 가늠이 안 가는 분들도 있을 것 같다. 안고 재우는 것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요람 자세로 자느냐, 세워 안아서 자느냐, 가만히 안고 앉아서 토닥거리기만 해도 자느냐, 아니면 일어서서 흔들흔들 돌아다녀야만 자느냐, 잠투정 없이 조용히 안겨 잠드느냐, 잠들면 내려놓을 수 있느냐, 1시간 내내 안고 같이 자야만 하느냐...... 


이런 조건(?)들이 육아의 질을 엄청나게 좌우한다. 만약 별이가 잠투정 없이 5분 이내로 안겨 잠드는 아기였다면 지금까지도 큰 불만 없이 안아 재웠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고, 하다 말다 어설픈 반쪽짜리 수면교육을 틈틈이 이어갔다.  


그래서 언제 수면교육에 성공했느냐고? 192일, 6개월 차에 갑자기 누워 자기 시작했다. 방에 들어와 눈 비빌 때 침대에 눕혔는데 울거나 싫어하지 않고 자장가를 듣다가 스르르 잠들었다. 다행히 그날 이후로 밤잠은 늘 뒹굴뒹굴 하다가 잔다. (안타깝게도 낮잠은 여전히 복불복이다) 갑자기 마음이 동한 건지, 아니면 그동안 실패했지만 간헐적으로 시도했던 수면교육이 영향을 어느 정도 미친 것인지는 모르겠다. 


수면교육을 하다 그만둘 거면 시작조차 안 하는 게 낫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개인적으론 부모 마음이 약한 편이라고 해서 아예 시도를 안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해보다 안되면 잠시 물러섰다가, 몇 주 뒤에 아기와 내가 모두 준비된 것 같을 때 다시 시도해보는 것도 괜찮은 듯하다. 뭐든 해보지 않으면 성공할지 실패할지 알 수 없으니까.


무엇보다 아기는 절대적이지 않다. 달이 지날 때마다 수시로 바뀐다. 잠 패턴도 바뀌고, 원하는 수면 환경도 바뀐다. 뒤집기, 앉기, 기기, 잡고 일어서기 등을 시작하면 더욱 그렇다. 능력치를 하나씩 획득할 때마다 별이는 스스로 감탄하고 무한 연마하느라 도무지 침대에 머리를 대지 않았다. 일찍부터 수면교육이 잘 된 아기라도 몸과 마음이 성장할 때마다 잘 자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번 에세이 서두에 쓸 말을 깜빡했다. ‘이것은 수면교육 실패담입니다.’ 다 읽고 나서야 말씀드려 죄송하다. 수면교육 성공 후기를 기대하고 오신 분들께는 더더욱. 아기 재우기가 너무 힘들어서 이것저것 검색하셨을 텐데, 하필 11개월에도 낮잠은 가끔 안겨 자는 아기의 이야기를 들려드려 죄송하다. 사실 그분들이 이 글을 읽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수면교육에 실패하더라도 괜찮아요, 어차피 성공해도 아기는 수시로 못 잘 거거든요. 깔깔. 



2021년 8월 씀. 

새닙의 육아에세이 #6


p.s. 2022년 2월 현재, 16개월 별이는 밤에 대체로 잘 잡니다. 

낮잠은 할머니 등에 엎히거나, 유모차 타야만 잠듦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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