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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제를 말하다 Mar 17. 2024

삼성전자의 D램 점유율과 파운드리 사업의 운명

얼마 전 2023년 4분기 D램 점유율 추이가 발표되었습니다. 


삼성전자는 전 분기의 불안했던 점유율 격차를 완전히 지우고 45%를 마크하면서 명실상부 D램 지존의 이미지를 굳히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반면 2023 4분기에는 삼성을 뒤집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되었던 SK 하이닉스는 소폭 점유율이 감소하며 31%를 마크하게 되었습니다. 마이크론은 3% 하락한 19%를 마크했습니다. 이를 그래프로 보면 다음의 그림과 같습니다. 

2023년 4분기 D램 점유율(출처:https://cm.asiae.co.kr/article/2024022712270587893)


전 분기 39%까지 점유율이 하락하며 이제 한 물 간거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냈던 삼성전자는 가동률을 80%까지 높이면서 잃었던 점유율을 일거에 되찾아오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결과는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스코어이기도 했습니다. 왜냐면 기본적인 CAPEX 차이가 현저하기 때문입니다. 


키움 증권에서 발행된 리포트의 다음 장표를 보시겠습니다. 



2022년 기준이긴 하지만 삼성전자의 D램 웨이퍼 생산 능력은 월 61만장 수준입니다. 


반면 SK 하이닉스는 월간 35만 장 정도이고 마이크론은 36만 6천장 수준입니다. 


2022년에 SK 하이닉스는 마이크론에게 생산량에서 역전을 허용했는데요. 2022년 3분기부터 이미 감산 국면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생긴 결과였습니다. 


한 마디로 삼성전자의 D램 생산 능력은 SK 하이닉스나 마이크론의 생산능력에 비해 대략 1.6~1.8배 정도가 높습니다. 그러니 감산을 진행하여 점유율을 빼앗겨도 가동률이 높아지면서 물량을 쏟아내기 시작하면 금방 회복이 가능하다는 것을 이번 2023년 4분기 실적을 통해 확실히 보여주었죠. 


그렇다면 D램 점유율이 증산과 감산에 따라서 이렇게 요동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D램은 대체가 가능한 상품 즉, 커머디티의 성격을 띠는 반도체입니다. 


즉 이 업체에서 생산량이 줄면 다른 업체로 공급선 변경이 가능한 범용 반도체라는 특성이 있습니다. 


반 영구적 사용이 가능하고 JEDEC에서 제공하는 어느 정도 픽스된 표준 설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업체간 성능 차이가 그리 크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한 업체에서 감산을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고객사는 다른 선택지가 존재하게 되는 것이죠. 


감산을 진행하면 점유율을 빼앗기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게다가 감산을 진행하면 반도체의 개당 단가가 올라가기 때문에 고객사 입장에서는 비싼 단가에 반도체를 구매하는 것이 비효율적인 선택일 것입니다. 훨씬 낮은 단가에 D램을 공급할 수 있는 다른 업체로의 변경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이죠. 


삼성전자가 2023년 3분기에 고전했던 이유 또한 지속되는 감산 기조 속에서 공장 가동률을 60%까지 하락시켰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SK 하이닉스나 마이크론의 경우 2022년 3분기부터 감산 국면으로 돌입했습니다. SK 하이닉스쪽에서 감산을 적극적으로 진행했기 때문에 2022년 웨이퍼 인풋에서 마이크론에게 역전을 허용하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무려 2023년 1분기까지 인위적 감산을 진행하지 않고 라인 조정 등 기술적 감산만을 진행했습니다. 한 마디로 "우리는 투자를 멈추지 않겠다!"라고 선언해 버렸죠. 그 결과 2023년 삼성전자 D램의 점유율은 43%까지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2023년 1~3분기 D램 점유율


하지만 삼성전자는 D램의 가격 방어에 실패하면서 어쩔 수 없이 2023년 1분기부터 감산 국면으로 돌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D램의 가격이 악성 재고로 인해 안 그래도 낮은 상황인데 본인들이 감산을 하지 않으면 더 하락하여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뻔했기에 삼성전자도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감산을 선언합니다. 하지만 이 때에도 미래를 위한 CAPEX 투자는 계속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속적인 CAPEX 투자를 통해 다가오는 D램 상승 사이클에서 더욱 크게 먹겠다는 삼성전자의 전략에는 변화가 없었던 것이죠. 삼성전자의 D램 점유율은 계속 하락하여 SK 하이닉스와 오차범위까지 좁혀지는 접전을 펼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시장의 상황이 변했습니다. 급락하던 D램 가격이 안정을 되찾고, 상승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삼성전자, SK 하이닉스 또한 감산을 멈추고 가동률을 높이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점유율 경쟁을 펼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애초에 체급 차이가 확실했습니다. 애초에 1.6~1.8배에 이르는 CAPEX 차이가 났던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 중 본격적으로 증산 국면으로 진입했을 때 누가 더 빨리 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는 이미 답이 정해져 있었던 거죠. 고질적인 SK 하이닉스의 생산 역량 부족이 한계로 다가왔습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삼성전자는 감산을 늦추면서까지 CAPEX 투자를 무리하게 진행했던 과실을 먹기 시작했다고 보아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이 스코어가 삼성전자에게 긍정적이기만 한 스코어일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이 점유율에는 삼성전자의 미래를 향한 희망을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삼성전자의 한계를 여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의미도 숨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D램 점유율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는 미래 성장 동력으로 내세운 HBM, CXL, 파운드리에 대한 투자 여력을 확대할 수 있는 캐시카우를 확실하게 구축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점은 삼성전자에게 그나마 다행인 상황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까지 삼성전자의 기술 선도를 책임져 왔던 가장 큰 밑천은 D램과 낸드플래시로부터 나오는 엄청난 현금흐름이었습니다. 여기서 나오는 막대한 이익금을 가지고 차세대 메모리와 파운드리 사업이 나누어먹기식 투자를 해 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한 마디로 D램 사업은 삼성전자에게 있어서 기술의 마중물과 같은 의미가 있었습니다. 


마중물의 크기를 키웠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의 미래 전망이 어둡다고 볼 수만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후자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결국 삼성전자가 2018년 부터 약 6년 동안 파운드리 사업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해 왔지만 결국 삼성전자는 D램 원툴 회사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왜 삼성전자는 D램 가격이 회복세로 돌아선 지금도 적자를 걱정해야 할까요?


바로 파운드리 때문입니다. 


2019~2022 파운드리 실적 추이(출처:https://www.4th.kr/news/articleView.html?idxno=2035527)


삼성전자의 2023년 파운드리 실적은 더욱 처참합니다. 


점유율이 11%까지 하락하고, TSMC의 점유율은 60%를 넘어서며 기염을 토하는 중입니다. 


왜 그럴까요? 바로 엔비디아 때문이죠. RTX 30시리즈 전량을 삼성 파운드리 8나노에서 생산했던 엔비디아는 왠일인지 RTX 40시리즈 부터 다시 TSMC와 결탁하였고, 이후 다시 삼성 파운드리로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엔비디아 -TSMC 연합은 더욱 공고해지는 모양새이죠. 


게다가 H100 열풍은 아직 가시지 않았습니다. 


대체재가 마땅치 않은 AI 가속기 시장을 엔비디아가 꽉 잡고 있으며 전량을 TSMC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격차가 현격하게 벌어지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삼성 전자 물량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던 엑시노스의 부진은 삼성 파운드리의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D램 사업이 흑자로 돌아섰음에도 불구하고 파운드리 사업에서 적자를 두들겨 맞으면서 아직도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래 사업으로 밀었던 사업이 맥을 추지 못하게 되면서 삼성 반도체 사업구조 전반이 흔들리는 아이러니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누수가 발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파운드리 사업이 정상화되지 않는다면 삼성전자는 메모리 원툴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게다가 미래 메모리라고 불리는 HBM에서 SK 하이닉스에게 완벽하게 밀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체면을 완벽하게 구기게 되었으니 다른 반도체 사업들이 AI의 과실을 따먹고 있을 때 삼성전자만 나홀로 하락이라는 굴욕을 당하고 있는 것이겠죠. 


자! 삼성전자의 감산을 최대한 늦추면서 CAPEX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전략은 일단 성공적인 것으로 보입니다. 기록적인 점유율 상승이 이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명이 있다면 암도 있겠죠? D램 사업에서의 지위를 잃지 않았지만 차세대 메모리 사업에서 밀려 1등이 아닌 추격자가되어버린 상황입니다. 미래 먹거리라고 호기롭게 시작했던 파운드리는 적자의 늪으로 빠지는 원흉이 되어 버렸습니다. 삼성전자의 역대 최대 D램 점유율이 기쁘지만은 않은 이유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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