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이 가늘어서 아무 시계나 차지 못한다. 나 어릴 적에 유행하던 지샥도 너무 부담스러웠다. 보암직하고 먹음직하였지만 나의 손목에 올려놓기엔 너무 무거웠다.
사각시계가 좋아서 애플워치와 탱크를 데일리로 차고 다니다가, 장난 반 진담 반으로 카시오 시계를 하나씩 사 모으기 시작했다. 가격이 거의 장난감 수준이기 때문에 구매하는 데에 전혀 부담이 없다. 가격과 상관없이 카시오 쇼핑몰에 들어가서 시계를 구경하고 있으면 점점 물욕이 차오르는 것을 느낀다. 정말 다양한 종류와 버전으로 시계를 판매하고 있다. 그 다양함의 바닷속에서 생선 가시처럼 가느다란 손목에 어울릴만한 시계들을 구경하고 있으면 나의 눈은 점점 멀어간다. 나는 이 과정을 즐기는 것 같다.
위대한 투자자 워렌 버핏처럼 롤렉스 금통을 차고 싶었지만 소위 손석희 시계라고 알려진 A-168 전자시계의 금장 버전을 구매했다. 어두운 톤의 내 피부와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 은색 카시오 메탈시계가 하나 더 있는데 이게 내 피부에 찰떡이다.
카시오라는 브랜드는 어떤가? 한국 남자라면 돌핀, 군필자라면 카시오 시계에 대한 경험이 있을법하다. 그만큼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시계 브랜드이다. 카시오는 장난감 같은 가격을 가진 시계를 판매하지만 근본이 있는 시계 브랜드다. 게다가 전자시계 분야에서는 이길 자가 없다. 그리고 빈티지 모델을 복각해서 출시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생각해 보면 그런 제품들을 구매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다음은 카시오 계산기 시계로 알려진 데이터뱅크를 구입할 계획이다. 물욕이 차오를 때까지 최대한 기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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