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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제를 말하다 Nov 18. 2024

삼성전자가 HBM4에서  희망이 있을까? 하이닉스는?

HBM을 둘러싼 메모리 반도체 회사들의 전쟁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현재 최고 사양의 HBM은 5세대 HBM인 HBM3E입니다. 


현재 삼성전자를 제외한 SK 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엔비디아의 AI 가속기에 HMB3E 12단 제품을 납품하고 있습니다. 


AI 시대의 데이터 연산량의 증가라는 포인트를 정확하게 읽은 SK 하이닉스는 HBM 4세대부터 확실한 승기를 잡은 반면 HBM의 사업화에 회의적이었던 삼성 경영진의 오판은 삼성 메모리 전체를 흔드는 트리거가 되었습니다. 


현재 HBM의 헤게모니는 SK 하이닉스에게 완전히 넘어가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4세대 까지의 구형 HBM 수요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기에 경쟁사들과 어느 정도의 파이를 나누어 갖고 있지만 기술력과 선단 세대의 헤게모니는 전적으로 SK 하이닉스에게 있다고 보아도 과언은 아닐 겁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HBM 기술력이 SK 하이닉스가 가장 출중하다 보니 업계에서의 표준이 SK 하이닉스의 기술 수준에 맞춰져 있다는 것입니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퀄 테스트에 번번히 고배를 마시는 이유 또한 엔비디아의 요구 스펙이 SK 하이닉스 수준이고 이 수준의 성능을 구현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HBM 사업은 기존의 D램 사업과는 그 성격이 완벽하게 다른 사업입니다. 범용 D램이 어느 정도 픽스된 표준에 약간의 커스텀을 가미하여 대량으로 뽑아내는 커머디티 사업이었다면 HBM 사업은 고객사와 개발 단계에서부터 실장, 생산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협력해야 하는 고객 맞춤형 사업입니다. 물량도 고객사와 협의하여 결정하고, 요구 스펙 또한 고객사의 요청에 맞춰 움직여야 합니다. 


한 마디로 HBM과 같은 AI 메모리 사업은 범용 사업이 아닌 고객 맞춤형 사업이라고 보면 됩니다. 옷으로 따지면 기성복이 아니라 비스포크 양복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죠. 그리고 메모리 사업이 전반적으로 기성복이 아닌 비스포크 쪽으로 이행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 포인트입니다. 



범용 D램이 기성복이라면 HBM은 비스포크에 비견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HBM은 고객사와 제조사가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만들다 보니 사업을 진행하면서 둘 간의 관계성이 돈독해지면서 일종의 카르텔 비슷한 구도가 형성된다는 점입니다. 


엔비디아와 TSMC 그리고 SK 하이닉스가 작당하고 삼성을 무너뜨리려고 수작을 거는 게 아니란 이야기죠. 세 회사의 협력이 워낙에 공고하게 갖춰져 있다 보니 세 회사의 협력 구도에서 형성된 일종의 표준이 비견될 만한 스펙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한 마디로 엔비디아 향 HBM 스펙 표준은 SK 하이닉스가 선점했다는 것이죠. 이미 선점 당한 자리를 비집고 들어가야 하는 삼성 입장에서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란 이야기입니다. 


최근 SK AI 서밋에서 한 가지 뉴스가 있었죠? 엔비디아가 SK 하이닉스 측에 HBM 4 물량을 6개월 먼저 양산해 줄 수 있는지를 문의했다는 겁니다. 그리고 최태원 회장이 쉽지 않은 일이지만 해 보겠다고 말했다고 하죠. 



이게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요?


HBM4에서도 메인 밴더는 SK 하이닉스라는 이야기입니다. 


거의 독점적으로 엔비디아에 HBM3E를 공급하는 SK 하이닉스 입장에서는 굉장히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싸운다고 볼 수 있습니다. HBM 헤게모니를 SK 하이닉스가 잡고 있다 보니 엔비디아 입장에서도 가장 믿을만한 양산 능력과 기술을 갖춘 SK 하이닉스에 밀착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또한 SK 하이닉스는 다년간의 HBM 사업 노하우를 쌓아오면서 고객사와의 소통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사실 메모리 사업이 범용 사업에서 맞춤형 사업으로 이행하면서 기술력 못지않게 고객사와의 소통 및 영업 능력이 또다른 핵심 역량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점은 주의깊게 살펴야 할 영역입니다. 기술에 가려져 주목 받지 못한 측면이 크지만 SK 하이닉스의 HBM 영업력은 삼성과 비교했을 때 상당부분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삼성전자가 HBM 사업에서 실기로 인해 뒤쳐지긴 했지만 나름 자신 있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바로 삼성전자가 설계 - 메모리 - 파운드리를 아우르는 종합반도체 회사라는 점입니다. 


일단 수주만 이루어지면 칩 설계에서부터 HBM 실장, 어드밴스드 패키징 까지 모든 칩 제조 과정을 원스톱으로 해결하는 턴키가 가능하다는 점이 전 세계에서 삼성만이 갖춘 특장점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삼성 입장에서는 턴키 수주를 주된 마케팅 포인트로 잡고 영업을 진행하면 꽤 많은 오퍼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TSMC와 협력한 SK 하이닉스의 완승으로 끝이 났죠. 


사실 삼성의 사업 모델은 파운드리가 본궤도에 올라서야 의미가 있는 사업입니다. 


즉 파운드리에서 신뢰를 잃어 대형 고객으로부터 외면 받는 삼성의 입장에서는 턴키 수주가 이점이라기 보다는 리스크에 가깝게 되어 버린 것입니다. 


삼성 파운드리에 턴키로 맡겼다가 일정에 차질이 생기거나 성능 저하 이슈가 생겨 버리면 안 되니 차라리 믿음직한 TSMC와 SK 하이닉스 조합을 선택하는 쪽으로 완전히 기울어져 버린 겁니다. 삼성 파운드리의 수율 이슈가 매우 아쉬운 대목입니다. 



그래서 삼성도 자존심을 버린 선택을 했습니다. 


HBM 4 개발을 TSMC와 협력할 수 있다고 가능성을 내비친 것입니다. 


사실 삼성 파운드리가 무너진 상황에서 HBM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선 불가피한 선택입니다. 


TSMC와 협력하지 않으면 삼성 HBM은 영업 경쟁력 자체를 잃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에 TSMC와 손을 잡고 고객사의 문을 두드리기로 한 것입니다. 물론 TSMC가 이에 응해주는가의 문제는 다른 문제이지만 어찌 되었든 TSMC가 주도하는 AI 반도체 공급망에 들어가기 위한 삼성의 몸부림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현 상황에서 삼성에게 중요한 것은 SK 하이닉스보다 먼저 엔비디아에 HBM4를 공급하는 일일 것입니다. 만약 HBM4에서도 메인밴더로 올라서지 못한다면 HBM4에서도 현재와 비슷한 구도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AI 서밋에서 엔비디아가 SK 하이닉스 측에 HBM4 양산을 6개월 앞당겨 줄 수 있는지 문의했다는 썰은 삼성전자에게 좋은 시그널이 아닌 것이 확실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엔비디아가 삼성을 메인 밴더로 보지 않는다는 반증일 수도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현재까지 공고하게 쌓아 올린 SK 하이닉스와 엔비디아와의 신뢰 관계를 과연 삼성이 벌리고 들어갈 수 있는가의 문제도 있을 것입니다. 이는 삼성 전자의 영업력이 좌우하게 될 것입니다. 


HBM4가 중요한 이유는 여러 기술적 관점의 변화가 있기 때문입니다. 


HBM3E까지는 베이스 로직 다이를 메모리 제조사에서 직접 제조했습니다. 



다음이 HBM3E까지의 일반적인 HBM 구조입니다. 


D램이 적층되고, 각 층을 TSV 관통전극으로 연결합니다. 


적층 D램은 메모리 다이라는 기초에 쌓이게 됩니다. 각 적층 D램은 메모리 다이에 내장된 D램 컨트롤러에 의해 통제를 받게 됩니다. D램 컨트롤러는 D램과 컴퓨터가 쉽게 대화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컴퓨터가 "이 정보가 필요해!"라고 말하면 D램 컨트롤러는 D램에 가서 그 정보를 찾아오고, 컴퓨터가 쓸 수 있게 전달해 주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는 마치 도서관 사서가 책을 찾는 걸 도와주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D램 컨트롤러는 필요한 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주는 일종의 "정보 전달자"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까지의 D램 베이스 다이가 일반적인 컨트롤러의 역할만을 수행했다면 HBM4에서의 베이스 다이의 역할은 더욱 다양해집니다. 


특히 HBM4 시대의 AI 연산은 더욱더 복잡해지고, 모델의 절대적 사이즈도 방대해질 것입니다. 그러므로 메모리 단에서의 데이터 처리 속도가 훨씬 더 빠르고, 전송 밴드도 훨씬 더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HBM4의 메모리 베이스 다이는 AI 연산에 필요한 연산 기능을 일부 수행하게 될 것입니다. 



한 마디로 HBM내에 적재된 데이터들 중 실제 필요한 정보들을 추려 어느 정도 곱씹어서 GPU로 보내주게 됩니다. 이러한 연산 성능을 높이기 위해선 베이스 다이 또한 선단공정에서의 제작이 필요합니다. 현재 논의되는 HBM4의 베이스다이 공정은 5나노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 HBM 베이스다이를 선단 공정에서 제작할 수 있는 회사는 삼성전자와 TSMC 뿐입니다. 그러므로 HBM4로 넘어왔을 때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역할론이 더욱 강하게 제기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만약 엔비디아에서 삼성전자에게 "HBM4의 베이스 다이를 삼성파운드리에서 제작한다면 우리 AI 가속기에는 삼성 HBM을 탑재할 수 없습니다!"라고 이야기 한다면 어떨까요? 그래서 삼성전자가 HBM 사업에서 TSMC와의 협업을 고려한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겁니다. 결국HBM 사업의 본질은 파운드리 사업과 마찬가지로 고객이 원하는 시기에, 고객이 원하는 스팩으로, 고객이 원하는 물량을 신속하게 공급 가능하냐에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이제까지 대량으로 찍어서 파는 방식의 사업에 고착화 되어 있던 삼성이 과연 자신의 자존심을 내려놓으면서까지 엔비디아를 잡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예!! 있습니다!!


다음의 그래프 하나로 완벽하게 설명이 가능할 것입니다. 



2024년 HBM 전체 물량에서 HBM3E 즉 최선단 노드의 비중은 51%였습니다. 그러니 레거시 강자인 삼성 입장에서는 케파 빨로 나머지 레거시 HBM 49%를 독식하면 상대적으로 수익성은 떨어지지만 그래도 점유율 면에서는 SK 하이닉스와 어느 정도 경쟁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왔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2025년에는 HBM3E의 비중이 90%에 육박할 것입니다. 이젠 HBM3E 케파를 확보하지 못하면 HBM 시장에서는 명함도 들이밀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게 될 것입니다. 물론 삼성전자도 HBM3E를 납품하고 있다고 반문할 수도 있죠. 


그런데 옆의 그래프를 보십시오. 2024년에 HBM3E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엔비디아의 비중은 58%였습니다. HBM3E만 따져 본다면 절반 이상이 엔비디아 물량이라는 거죠. 만약 그럴리는 없지만 엔비디아를 제외한 나머지 고객들의 물량을 삼성전자가 싹쓸이를 한다면 58:42 구도로 그럭저럭 해볼만 하네?라는 계산이 나왔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비중이 2025년이 되면 무려 엔비디아 물량이 73%까지 늘어나게 됩니다. 즉 2025년 이후 HBM 시장에서 명함이라도 들이밀기 위해선 엔비디아 밴더사로 들어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이전에는 레거시 HBM과 선단 HBM 비중이 반반은 되었지만 25년이 되면 선단 HBM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 선단 HBM의 대부분이 엔비디아로 들어갑니다. 


즉 레거시 HBM 중심의 삼성전자가 설 자리는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선단 HBM 시장에서의 헤게모니를 되찾아오기 위해 삼성전자가 적과의 동침 가능성까지 운운하게 된 것입니다. 



결론을 내고자 합니다. HBM4는 현재 발빠르게 개발중입니다. 


엔비디아는 SK 하이닉스 측에 6개월 앞당겨 HBM4를 납품받을 수 있는지를 문의했습니다. 


여전히 엔비디아의 최우선순위는 SK 하이닉스라는 소리입니다. 


삼성전자가 아무리 HBM4에서 승부를 보겠다고 부르짖어도 엔비디아가 사용하지 않는다면 삼성전자가 HBM4에서 얻는 이득은 그리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떻게든 삼성전자가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선 SK 하이닉스보다 먼저 JEDEC 표준을 획득하는 수밖에는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사실 HBM도 D램의 적층을 기본으로 한 메모리이기 때문에 JEDEC 표준을 어느 회사가 먼저 획득하는가는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습니다. SK 하이닉스는 HBM4의 베이스가 되는 D램을 1b 공정을 사용하는 쪽으로 생각하고 있는 듯 합니다. 반면 삼성전자는 HBM4 베이스 D램을 1C D램으로 가겠다고 하는 상황입니다. 즉 좀 더 선단 D램으로 반전을 노리겠다는 포석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고객의 마음입니다. 고객이 과연 오버스펙의 HBM을 원하겠는가는 다른 문제입니다. SK 하이닉스보다 안정성이나 전성비 등 주된 성능 지표가 떨어진다면 삼성전자의 위기는 계속될 것입니다. JEDEC이 HBM4표준으로 1C를 채택할 지 1B를 채택할 지도 두고 볼 문제입니다. 즉 HBM4는 표준 싸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가 먼저 표준을 획득하는가에 따라 그리고 그 표준에 따리 양산 능력을 확보하는가에 따라 성패가 결정날 것입니다. 


현 상황에서는 절대 삼성전자에게 유리한 상황이 아닙니다. 이미 엔비디아와 SK 하이닉스 간의 유착은 공고합니다.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는 것은 삼성전자의 영업 역량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HBM4가 HBM시장의 또다른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엔비디아가 SK 하이닉스에게 6개월 앞당겨 HBM4를 공급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보아 HBM4에서도 하이닉스가 유리한 고지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삼성이 엔비디아-SK 하이닉스 연합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기 위해선 표준 선점, 영업 역량을 발휘하는 수밖에 없다. 

만약 HBM4에서도 표준 선점에 실패하고 영업력에서 밀린다면 삼성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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