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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기업 삼성전자가 진짜 위기인 이유

by 경제를 말하다

삼성전자는 오랫동안 ‘국민주’라 불릴 만큼 많은 국민들의 신뢰와 기대를 받아온 대표적인 기업입니다. 약 420만 명에 달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한국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상징성과 영향력은 절대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삼성전자의 주가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으며, 그 배경에는 단순한 경기 변동을 넘는 구조적 위기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1. 파운드리 사업의 부진 – 미래 먹거리 전략의 실패

삼성전자는 메모리 중심의 수익 구조를 벗어나기 위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를 미래 핵심 사업으로 육성하고자 했습니다. 2017년 이재용 부회장의 지휘 아래 파운드리를 독립 사업부로 출범시켰고, 이후 TSMC와의 본격적인 경쟁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최근 파운드리 사업은 심각한 부진에 빠져 있습니다. 실제로 평택 캠퍼스의 파운드리 생산 라인 중 약 30%가 전기까지 끊는 셧다운 상태에 들어갔다는 보도가 있을 정도로 심각합니다. 이는 단순 감산이 아닌, 적자를 감내할 수 없는 상황에 몰린 위기의 신호탄이라 할 수 있습니다.



2. ‘갑의 마인드’가 만든 파운드리 사업 실패

삼성전자는 오랜 시간 동안 기술을 먼저 개발하고, 대량 생산을 통해 단가를 낮춰 고객에게 판매하는 방식으로 성장해 왔습니다. 이는 메모리 반도체처럼 규격화된 시장에서는 매우 효과적인 전략이었습니다.


그러나 파운드리 사업은 고객이 원하는 칩을, 원하는 사양과 일정에 맞춰 생산해주는 ‘을(乙)’의 사업입니다. 고객 맞춤형 생산이 핵심이지만, 삼성은 여전히 “우리가 만들었으니 사가라”는 식의 '갑(甲)' 마인드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접근은 파운드리 산업의 본질을 오해한 결정적 패착이었습니다.


3. 네이버와의 ‘마하 프로젝트’ 좌초 – 소탐대실의 사례

삼성전자는 네이버와 함께 AI 칩 ‘마하(MACH)’를 공동 개발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네이버는 자사 클라우드 환경에 특화된 맞춤형 칩을 원했고, 삼성은 이를 범용 칩으로 대량 생산하려 했습니다.


결국 협업은 무산되었고, 삼성은 1조 원 규모의 확정 수익은 물론, 향후 고객 유치 기회까지 놓치게 되었습니다. 파운드리 사업의 핵심은 고객 맞춤과 협력에 있는데, 이를 간과하고 ‘우리 기준’만을 고집한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4. HBM 시장 대응 실패 – 현재 트렌드에 뒤처진 삼성

AI 기술이 부상함에 따라 HBM(고대역폭 메모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이 분야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으며, 엔비디아, AMD 등 AI 반도체 고객사와 긴밀히 협업하며 시장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반면 삼성은 2019년 GDDR 메모리에 집중하면서 HBM 분야를 소홀히 했고, 그 결과 기술 선점에도 실패했습니다. 현재까지도 삼성은 HBM 개발과 고객 맞춤형 공급 체계 구축에서 크게 뒤처진 상태입니다.


5. 메모리 산업 자체의 구조 변화

과거 메모리 산업은 대량 생산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구조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AI 시대에 맞춰 고객 맞춤형 메모리, 고사양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메모리와 프로세서를 가까이 배치한 ‘어드밴스드 패키징’이 중요한 요소가 되었고, 삼성전자가 오랫동안 강점으로 삼아왔던 규격화·대량 생산 전략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6. 기술력은 있지만, 고객 유치 실패

삼성은 7나노, 3나노 공정 등 세계 최초 기술을 잇달아 개발하며 겉보기에는 경쟁력을 갖춘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기술 자체만으로는 고객을 유치할 수 없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은 고객사와의 소통 및 협업 역량 부족으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7. 내부 수요에 기대온 전략의 한계

갤럭시 스마트폰, 삼성 가전 등 내부 물량에 기대어 파운드리 사업을 유지해왔지만, 이는 외부 고객을 확장하지 못한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시장 확대 없이 내부 물량만으로는 사업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이 명확해지고 있습니다.


8. 시장 선도력 상실 – 선도 기업에서 후발 주자로

삼성전자는 과거 기술 트렌드를 만들어 가던 선도 기업이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AI, HBM, 반도체 패키징 등 주요 이슈에 선제 대응하지 못하고 후발 주자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변화된 시장에서 새로운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9. 근본 원인은 ‘비즈니스 마인드’의 시대착오

삼성전자의 위기를 요약하면, 사업 구조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비즈니스 마인드에 기인합니다. 메모리 산업의 성공 방식을 파운드리나 AI 반도체에 그대로 적용하면서 생긴 오판이었습니다.



지금은 기술력이 전부가 아닌 시대입니다. 고객과 소통하고, 협력하며, 고객의 요구를 정확히 반영해 생산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음에도 삼성은 여전히 ‘우리가 만들었으니 사가라’는 사고방식에 머물러 있습니다.


10. 변화는 누구의 몫인가 – 리더십의 책임

이러한 변화는 일선 직원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삼성의 리더십, 특히 이재용 회장을 중심으로 한 경영진이 시대의 변화를 직시하고 과감한 혁신을 주도해야 합니다. 현재의 위기는 기술이 아닌 경영 판단과 조직문화의 문제입니다.


삼성전자는 과거의 성공 방식을 반복하기보다, 시대의 흐름을 인식하고 새로운 사업 구조에 걸맞은 겸손하고 유연한 경영 전략을 수립해야 할 시점에 와 있습니다.


지금까지 삼성전자가 보여주었던 ‘갓 마인드’를 내려놓지 않는다면, 과거의 영광에 집착하다 몰락한 일본 전자기업의 전철을 밟게 될지도 모릅니다. 기술을 넘어, 사고방식과 경영방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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