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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제를 말하다 Mar 12. 2023

삼성파운드리 성장의 새로운 그림

텔레칩스 - 사피온 IP - 가온칩스 - 삼성파운드리 연합

한국의 비메모리 반도체 생태계는 그리 좋은 상황이 아닙니다. 우선 강력한 팹리스가 존재하지 않고, 삼성전자와 DB하이텍을 빼면 변변한 파운드리 조차 없습니다.


또한 파운드리를 강력하게 뒷받침 해줄 디자인 하우스나 패키징 업체 또한 부족하긴 매한가지입니다. 시스템 반도체 제조업은 하나의 거대한 생태계 산업인데 이제까지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여러 기회를 맞이했음에도 불구하고 비약적인 성장을 하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는 TSMC에 비해 터무니 없이 부족한 생태계라고 말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물론 내막을 살펴보면 그 안에 모든 것을 내재화 시키고 싶어하는 삼성의 고집과 욕심이 자리잡고 있는 사실을 부정하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현 시대는 내재화의 시대가 아니라 분산과 협업을 통하여 효율을 높이는 시대입니다. 기업의 규모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함께 하는 파트너가 얼마나 끈끈한 관계성을 유지하는가일 것입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도 나름의 생태계를 갖춰가고자 노력하고 있을 것입니다. 모든 것을 내재화 하던 시기는 지났다는 것을 그들이 저보다 훨씬 더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모든 것을 멋지게 해 낼 것이라 믿습니다.



그런 저의 믿음을 더욱 강화시키는 기사가 있어 여러분께 소개드리고 싶습니다.


SK는 AI 반도체 팹리스인 사피온을 자회사로 갖고 있습니다. 서버용 NPU를 주로 개발하는 사피온은 양질의 NPU를 생산해 오고 있습니다. 사피온은 퓨리오사 AI, 리벨리온과 함께 K-NPU 3대장으로 불리는 회사입니다.


NPU가 중요해지는 이유는 AI 연산이 보편화 되면서 더욱 많은 연산량을 더욱 적은 전력으로 수행할 수 있는 AI 반도체의 필요와 맞닿아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AI 연산을 수행하기 위한 데이터 센터에는 주로 GPU 기반의 가속기가 탑재되고 있습니다. 이 분야의 최강자는 엔비디아입니다.



하지만 엔비디아 GPU의 치명적인 약점은 엄청난 전력을 소모한다는 데에 있습니다. 물론 엄청난 병렬연산 성능을 자랑하지만 그 결과물은 엄청난 전력과 발열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전력은 발전소를 통해 공급되고, 발전소는 현재 지구 온난화의 주범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즉 지구 환경 보호를 위해서라도 저전력, 고성능의 차세대 AI 반도체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러한 산업계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제시되는 대안이 바로 NPU입니다. NPU는 AI 연산에 최적화된 인공신경망 알고리즘 해석에 특화된 반도체입니다. 이론상 NPU는 GPU대비 저렴한 가격에 4분의 1 내지는 5분의 1 정도의 전력을 쓰고도 GPU 대비 최대 10배의 성능을 낼 수 있는 반도체입니다.


이런 차세대 서버용 AI 반도체의 대표격인 사피온이 TSMC에서 삼성 파운드리로 제조사를 교체합니다. 물론 사피온이 자사의 물량 ‘X340’모델 자체를 삼성 파운드리에서 생산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사를 살펴 보면 텔레칩스라는 자동차 인포테인먼트를 지원하는 AP를 개발하는 회사입니다. 텔레칩스는 불모지였던 한국 IVI AP 시장에 진출하여 2007년 4월 국내 완성차 업계의 IVI 제품에 오디오 프로세서를 공급했습니다. 여기서 IVI란 차 안에서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와 정보 시스템을 통칭하는 개념입니다. IVI 범주에 속한 반도체는 차량의 멀티미디어 칩, 모바일 TV 수신칩과 커넥티비티 모듈 등을 통칭합니다.


하지만 날로 고도화 되어가는 자율주행 시장과 반도체 칩의 통합 SOC화는 텔레칩스에게 변화를 요구했습니다. 인포테인먼트 관련 칩만 생산하는 것으로는 반도체 간의 통합이 활발한 현 시대의 사업 메커니즘을 따라갈 수 없다고 생각한 텔레칩스는 다른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바로 자율주행 AI SOC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기로 결단한 것입니다.



텔레칩스의 이번 자율주행 AI SOC 개발에서 주목되는 포인트가 바로 사피온과의 협업입니다. 본래 텔레칩스에는 AI 반도체 관련 자회사인 마인드인테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를 통해 AI 가속기 코어 개발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텔레칩스는 자회사의 코어 IP가 아닌 사피온을 선택했습니다. 아마도 유지보수나 안정성 측면에서 개발 중인 IP보다는 이미 개발이 완료 되어 여러 가지 AI 반도체 라인업을 갖고 있는 사피온이 더 매력적이라고 느꼈을 것입니다.



텔레칩스는 사피온과 손을 잡고 AI SOC를 개발하기로 했으며 삼성전자 DSP 중 하나인 가온칩스를 디자인하우스로 선정했습니다. 여기서 디자인하우스란 팹리스와 파운드리의 중간에 위치한 특성의 회사입니다. 한 마디로 팹리스에서 설계한 반도체를 파운드리 공정에 맞도록 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그러니까 텔레칩스가 삼성전자의 디자인하우스 중 하나인 가온칩스를 선정했다는 것은 곧 텔레칩스의 AI SOC가 삼성 파운드리를 통해 생산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이 협력이 실제 가시화되고, 실제 좋은 실적을 보인다면 이 먹이사슬에서 언급된 사피온 – 텔레칩스 – 가온칩스 – 삼성파운드리가 하나의 차량용 AI 반도체 공급 사슬로 묶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앞서 설명드린 대로 대한민국의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이 약한 것은 이러한 공급 생태계가 굳건하지 못한 것이 큰 이유를 차지합니다.


국내에 삼성 파운드리라는 세계 2위의 파운드리 업체가 있지만 1위 TSMC와는 큰 격차가 벌어져 있는 상황이죠. 여기에 인텔이 자사 물량을 인텔 파운드리 회계로 편입시키기로 한 이상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 삼성은 파운드리 세계 3위로 강등됩니다. 이건 어쩔 수 없는 수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이 파운드리에서 지지부진한 이유 중 하나는 국내 시스템반도체 생태계가 너무나 약하다는 점입니다. 걸출한 팹리스도 없고, 삼성전자 시스템 LSI는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이고, 그렇다고 외부 팹리스들에게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매력적인 답안지도 아니고...... 그렇다 보니 시스템 LSI에서 넘어오는 내부 물량으로 근근히 버티고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번 텔레칩스 AI SOC를 삼성 파운드리가 최종 수주한다면 국내에 꽤나 견고한 시스템반도체 공급망이 구축되는 좋은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국내 AI 반도체 IP를 공급한 사피온은 국내 NPU 3대장으로 불립니다. 또한 텔레칩스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반도체의 1인자로서 이번에 야심차게 자율주행 SOC에 도전합니다. 가온칩스는 텔레칩스와 삼성 파운드리 사이에서 설계 최적화를 돕습니다. 삼성 파운드리는 전체적인 반도체 제작과 패키징, 검사 등 제조와 관련한 모든 것을 주관합니다.


이런 그림이 지속적으로 나온다면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발전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국내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를 강건하게 만드는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삼성 파운드리는 지금까지 혼자 고군분투 해오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사피온 – 텔레칩스 – 가온칩스 조합을 통해 국내 차량 AI 반도체 제작 생태계를 시험하고 있습니다.



사피온 뿐만 아니라 퓨리오사 AI나 리벨리온 등 NPU 3대장과 삼성 파운드리와의 시너지가 나온다면 한국은 AI 반도체의 강자로 자리매김 할 수 있겠죠. 중요한 것은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어 함께 커 나가는 그림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TSMC가 강력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만 내에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가 매우 견고하게 자리잡았다는 점이 큽니다. 걸출한 팹리스들을 주요 고객으로 두고 있으며, TSMC의 공정 스팩에 맞추어 설계를 조정하는 준수한 디자인하우스들이 함께 합니다.


또한 만들어진 반도체를 조합하고, 패키징하는 능력은 TSMC를 따라올 경쟁사가 없을 정도로 정평이 나 있죠. 대만의 단단한 반도체 생태계는 TSMC가 파운드리 괴물이 되는 것을 견인했습니다.


삼성전자도 이번 텔레칩스 AI SOC와 같은 사례들을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물론 잘 하고 있으리라 믿지만 협업의 모델을 잘 만들어 국내에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가 미약하게나마 자리를 잡는다면 지금보다 훨씬 수월하게 TSMC와의 경쟁을 이끌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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