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삼성전자의 실적 콘퍼런스 콜이 있었습니다.
여러 채널에서도 말했고, 여러 보도에서도 말씀하셨듯 삼성전자는 이날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분명하게 했습니다.
물론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하루가 다르게 나빠지고 있고, 실적 또한 실시간으로 박살나는 중이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를 줄이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저는 바로 이 말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래를 위한 투자, 오늘 삼성전자 측에서 밝힌 미래를 위한 투자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두 가지를 의미할 것입니다.
첫 번째는 글로벌 메모리 최강자 타이틀을 더욱 굳건하게 가져가겠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 경쟁력 제고를 위한 꾸준한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이 두 가지는 삼성전자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메모리 최강자 지위를 압도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이 삼성전자를 지탱하는 가장 확실한 캐시카우이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의 이번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반도체 부문의 2022년 4분기 매출액은 20조 700억원 이었습니다. 이는 전 분기 대비해서는 13%가 하락한 수치이며 yoy는 24%가 하락한 수치입니다. 그만큼 메모리 업황이 좋지 못함을 의미하는 수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메모리는 삼성전자의 주력 사업입니다. 반도체 부문 20조 700억의 매출 중 약 60.48% 수준인 12조 1400억원을 기록하였습니다. 반도체 부문 매출의 상당부분을 메모리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생리는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듯 메모리 사업을 통해 창출되는 현금을 파운드리 투자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반도체의 경쟁력이 출발하는 지점이 바로 메모리 매출입니다. 즉 메모리 매출이 꺾이거나 세계적인 경쟁력을 잃어간다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경쟁력도 꺾이는 수순으로 가게 될 것입니다.
엄청난 자본산업이자 장치산업인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매년 천문학적인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 투자의 밑천이 상당부분 메모리 사업을 통해 조달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삼성전자에게 있어 가장 강력한 캐시카우인 메모리 사업에 대한 헤게모니를 공고하게 유지하는 것은 삼성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이슈입니다.
현재 메모리 업황이 엉망진창입니다. 물론 메모리 가격의 하락 기조가 약간 둔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위기는 또다른 기회이죠. 메모리 반도체의 3대 축인 마이크론과 sk 하이닉스는 감산을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다만 라인 조정이나, 업그레이드 등을 통해서 기술적 감산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불황기에 좀 더 선단 공정으로 라인을 조정하여 선단반도체를 생산하면 수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생산양이 줄어들면서 감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기술적 감산을 통해 생산량을 조절하게 되면 삼성전자는 마진율이 높은 선단 반도체를 계속 생산하면서 수율을 안정화할 수 있고, 이는 곧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이 정상화 되었을 때 경쟁사들보다 경쟁 우위를 가지는 선단 반도체의 생산을 크게 늘리면서 훨씬 큰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이렇게 삼성전자는 공정 기술력과, 선단 공정에 대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여 메모리 최강자의 지위를 유지함을 통해 메모리 사업을 통해 얻는 수익을 극대화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여기서 얻는 수익은 삼성전자의 system lsi와 파운드리 사업에 대한 공격적 투자에 활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즉 현재 삼성전자가 감산하지 않는 이유는 곧 메모리에서 얻는 수익을 극대화 함을 통해 미래 사업에 좀 더 공격적으로 투자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보는 것이 합당할 것입니다.
이는 자연스럽게 두 번째 주제로 이어지게 됩니다. 메모리에서 나오는 수익을 바탕으로 파운드리와 시스템 반도체 투자를 단행하는 삼성전자의 특성상 이번 메모리 감산 불가 입장은 곧 미래 사업 투자를 위한 밑천을 더욱 단단히 다지겠다는 의미와 일맥 상통합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메모리 원툴이라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파운드리 사업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단행했습니다. 2017년 이재용 부회장의 드라이브를 통해 파운드리 팀을 단독 사업부로 독립시키고, 본격적으로 파운드리 사업에 뛰어 들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삼성 파운드리는 그저 삼성 전자의 전자제품에 탑재되는 반도체를 생산하는 내부 물량으로 연명하는 그저 그런 파운드리 기업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습니다. 하지만 파운드리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지 언 6년차가 되는 2023년, 삼성 파운드리의 위상은 세계 2위까지 올라섰습니다. 물론 세계 1위 tsmc와는 매우 큰 차이로 뒤처지고 있지만 열심히 따라가고 있습니다.
게다가 2022년 삼성파운드리는 드디어 흑자구간에 들어서면서 돈을 쏟아 붓는 사업부에서 돈을 버는 사업부로 탈바꿈하였습니다. 이 모든 것이 선단 공정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했기 때문에
이뤄낸 결과였습니다.
물론 수율 이슈 등 여러 가지 문제들이 산적해 있지만 그래도 삼성의 파운드리 사업부는 세계 2위의 지위를 확고히 다지면서 3나노에서 트랜지스터 구조를 gaa로 변경하면서 반전을 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파운드리 사업의 융성을 통해 메모리 뿐만 아니라 비메모리 분야에서도 세계 1위로 올라서는 비전 2030의 꿈을 꾸는 삼성전자에게 있어 화수분과도 같은 메모리가 약화되는 것은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메모리의 약화는 곧 삼성전자의 투자여력 약화라는 최악의 상황을 야기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파운드리는 이제 막 돈을 벌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삼성 파운드리에게 이제 너희도 돈을 벌기 시작했으니 독립해서 너희가 벌어들이는 수익으로 연구개발하고, 설비 투자해라!라고 이야기한다면 삼성파운드리는 어떻게 될까요?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파운드리 사업이 메모리에 필적할만한 수익을 창출하기 전에는 파운드리는 메모리 사업에 기생하면서 메모리 실적으로부터 오는 투자 여력을 통해 그 규모를 꾸준히 늘려나가야 합니다.
결국 현재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메모리 사업이 공고히 서야 나머지 반도체 사업들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삼성전자는 무자비한 불황의 상황에서도 인위적 감산을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여러 기사들은, 그리고 표면적으로 삼성전자 관계자들은 이번 인위적 감산 불가 고수에 대해서 삼성의 자신감이라고 표현합니다.
하지만 저는 반대로 삼성의 절박함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후발주자로서 TSMC의 엄청난 파워를 온 몸으로 견뎌내야 하는 삼성 파운드리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기 위해 메모리는 계속적으로 흥해야 합니다. 그렇기에 거대한 적자로 돌아서지 않는 한 삼성전자는 인위적 감산 불가 원칙을 계속 고수할 것으로 보입니다.
파운드리와 메모리 사업의 연관성을 통해 왜 삼성전자는 메모리 불황 시대에 출혈 투자를 할 수밖에 없는가에 대해서 말씀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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