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애기 Sep 24. 2015

5년이나 사랑한 우리, 대체 왜 헤어져?

이석원의 보통의 존재, 그리고 사소한 이야기

드라마 '연애의 발견'에서
헤어진 두 연인이 다시 만나 지난 일을 회고하는 장면이 있다. 여주인공 여름은 울컥하며 따진다.
"셀 수도 없이 많은 전화가 있었을거야. 넌 그 때마다 바쁘다고 했고 이유가 뭔지 묻지도 않았어."
남자 주인공 태하는 이렇게 받아친다. "그 때 정확하게 얘기를 했어야지. 아버지 돌아가셨다고, 내가 필요하다고!" 다시 울컥하는 여름. "이유를 몰랐어도 그런 전화가 계속된다면 넌 한 번은 왔어야 했어!" 아마 이 둘이 5년 전에 헤어진 것도 이러한 엇나감때문이었을 것이다. 5년 동안 그 사람이라는 책을 '오독'했기 때문. 태하의 책은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써내려간 소설처럼 모든 상황과 그에 따른 이유가 정확하게 쓰여진 책이었을 것이고, 여름의 책은 마치 시집처럼 모든 것이 함축된 낱말들이나 감정들이 나열되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서로의 책을 각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읽으려고 했다. 여름은 태하라는 책을 읽으며 '왜 이사람은 모든 이유를 구질구질하게 다 써놓은거야. 생각할 거리좀 남겨 놓지.' 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상황을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길 바랐고, 태하는 여름이라는 책을 읽으며 '얘는 지금 뭐라는거야. 슬퍼? 왜 슬픈데 뭐 땜에 슬픈데?'라고 답답해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간과했다. 그들의 책 속에는 그들이 살아온 모든 행동, 상황, 상처가 담겨있음을. 책의 서술방식 또한 그가 살아온 방식이었음을. 내가 선택한 책이 너무 어렵다면 여러 번 읽고 곱씹어 알아나갔아야 했는데 그들은 결국엔 책을 손에서 놓아버렸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알아가고 싶다면 내가 노력해서 그 사람을 이해하고 곱씹어보아야 한다. 우리는 전지적으로 다 알 수있는 신적인 존재가 아니라 #보통의존재 이니까.

#브런치북#자작글#에세이#글쓰기#이석원#보통의존재#책추천#박애기의대단치않은사소한이야기#드라마#연애의발견#독서#필사#공감#감성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