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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bysloth Nov 15. 2020

할머니가 좋아하는 티비

할머니 침실에는 작은 티비가 하나 있다.

할머니가 심심하지 않게 엄마가 티비를 종종 틀어놓는다.

뉴스나 다큐같은 프로그램이 나오면 할머니는 

자막을 꼼꼼하게 소리내어 따라 읽는다. 


오늘 밤에는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켜져 있다.

이불 아래쪽에 앉았다가 누웠다가 하면서 나도 같이 보았다.

할머니는 내가 시야를 가리면 발로 툭툭 치기 때문에

맞기 전에 알아서 위치를 잘 선정했다.


할머니가 유난히 좋아하는 티비 프로그램 탑 3 중 

하나는 애기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이다. 

다른 하나는 노래와 춤이 나오는 가요무대, 전국노래자랑 유형이다.

아 그리고 가수 송소희를 엄청 좋아한다. 

야무지게 생겨서 노래도 잘하니까 너무 좋단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주말마다 켜져있다.

매주 보는데도 할머니한테는 매번 새로운가 보다.

아기들이 웃긴 짓 귀여운 짓을 하면 할머니도 아기처럼 까르르 웃는다.

아기가 어쩜 저러냐며 신기해한다.


사실 할머니가 티비를 그렇게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다.

마땅히 할 일이 없을 때, 시간 때우기 느낌이랄까. 

오히려 할머니는 아직도 본인이 집안일을 만들어내서 한다.

하지만 우리들처럼 혼자서 인터넷을 편하게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힘이 딸려서 밖에 놀러나갈 수도 없다.

마땅히 쉬는 시간에 할 수 있는 게 티비 보기이다.

작년에는 내가 선물해준 컬러링북을 열심히 칠했었다. 두 권이나.

그런데 올해는 오래 앉아있으면 힘들다고 때려쳤다.

아니 중간 중간 쉬면서 하면 될 것을

한 번 시작하면 몇 시간을 수행자처럼 앉아서 하니까 힘들지...

쉬엄 쉬엄이라도 다시 해보라니까 그냥 싫다고 집어치우래서 일단은 포기했다.


티비 말고 뭔가 다른 취미 생활도 만들어주고 싶다.

그래도 아직은 할머니를 웃게 해주는 티비 속 아기들과 가수들이 있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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